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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정윤숙 "女 경제인 지원 늘리고 창업 활성화... 맏언니 역할 할 것"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인터뷰
20년 지나도 여성기업 정책, 예산, 회원수 제자리걸음 안타까워
美처럼 여성기업 지원 연구센터 설립, 현장 중심 정책개발 필요
업종별로 혁신TF구성…회원사와 소통 애로사항 적극 수렴도

  • 김연하 기자
  • 2019-05-19 16:42:22
  • 기업
[서경이 만난 사람] 정윤숙 '女 경제인 지원 늘리고 창업 활성화... 맏언니 역할 할 것'

“올해는 협회가 법정단체가 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협회의 외연을 확장하고 여성 중소기업에서부터 창업까지 여성 경제인에게 필요한 각종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제안해 협회와 여성 경제인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정윤숙(62·사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집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협회 최초로 선거 방식이 아닌 평화로운 추대 형식으로 회장이 된 만큼 더욱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여성 경제인의 어려움을 온 마음으로 살피고 협회의 구석구석을 세심하게 챙기면서 외연을 확장해 5대 경제단체에 진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임시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제9대 회장으로 추대된 정 회장은 올해 1월부터 3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사실 정 회장과 협회의 인연은 훨씬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회장은 1999년 협회가 ‘여성 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 제13조에 근거해 법정단체로 전환될 때 충북지회 1~2대 지회장을 역임하며 협회의 탄생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협회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지켜본 만큼 애정도 각별할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은 “충북지회 초대 회장을 지낼 때 협회를 속속들이 들여다봤고 이번에 다시 돌아왔는데 정책과 예산, 회원 수 등이 20년 전과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밀려들었다”며 “세상은 급변하는데 협회만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는 점을 깨달은 만큼 이제부터라도 내실을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의 말처럼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중기부의 ‘여성 기업 실태조사’와 ‘여성 기업 관련 통계’ 등에 따르면 2007년 111만6,824개에 불과했던 여성 사업자는 2015년 139만3,974개로 24% 증가했다. 하지만 여성 기업을 위한 지원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정 회장의 지적이다. 정 회장은 “과거 충북지회장 자격으로 정책자금 지원사업을 심사하러 서울에 왔던 적이 있다”며 “무려 20년이라는 긴 시간 뒤에 제가 이렇게 늙어서 협회에 돌아왔는데, 그동안 여성 기업을 대하는 태도나 예산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서 놀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협회가 수행하고 있는 ‘여성 가장 창업자금지원사업’의 예산이다. 정 회장은 “협회는 1999년부터 중기부로부터 24억8,000만원의 예산을 받아 여성 가장 창업자금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며 “예산이 20년 동안 전혀 늘지 않아 매년 지원사업이 조기 마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 가장 창업자금이란 신용등급 1~7등급인 가장이 된 저소득 여성을 대상으로 점포 임대 보증금을 최고 1억원 이내에서 연 2%의 이자로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나날이 오르는 임대 보증금 등으로 힘겨운 여성 가장들에게 적지 않게 보탬이 되는 사업이지만 여성 가장 창업자가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최근 3년간 지원자의 12.5%가량만이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정 회장은 “사업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려 예산을 확대하고자 한다”며 “단순 임대 보증금 지원에서 창업 성공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사업으로 전환해 여성 가장 창업자들이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더욱 더 많은 저소득 여성 가장이 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운용자금을 200억원으로 늘리고 임대 보증금 외에 시설자금 및 운전자금, 멘토링 교육, 컨설팅 시행 등 종합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제안한 상태다.

정 회장은 ‘여성창업경진대회’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여성창업경진대회는 2000년부터 매년 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대상·최우수상·우수상·장려상 등을 선발해 상금을 지원한다. 정 회장은 “대회 첫해 1등에게 주어진 상금이 1,000만원이었는데 열아홉 번의 대회를 치르는 동안 상금 규모는 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00년 9월에 열린 1회 경진대회에서 총 10명의 수상팀에게 300만~1,000만원의 상금을 지급했는데 지난해 열린 19회 경진대회에서도 12개 팀이 200만~1,000만원을 받는 등 변화가 크지 않았다. 그동안 참가자는 급속하게 늘어 2017년 400개사에서 지난해 933개로 불과 1년 만에 233%의 증가율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법도 하다. 그는 “심사위원 구성에도 문제가 많았는데, 여성창업경진대회임에도 대회 첫해부터 줄곧 남성들로만 심사위원이 꾸려졌었다”며 “그나마 협회의 노력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여성 심사위원이 포함될 정도”라고 꼬집었다.

정 회장은 여성 창업가들의 열정에 정부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협회는 여성 창업 활성화를 위해 전국 17개 지역의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에 225개의 여성 전용 창업보육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센터 시설이 낙후됐고 공간도 협소해 입주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회의실과 교육실 등 공동활용공간이 부족하고 여성 전용 시설임에도 여성 휴게실과 수유실·육아시설 등 여성 친화 시설은 거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협회가 2017년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8.5%가 ‘공동활용공간이 필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2008년 9,812개였던 여성 신설법인이 지난해 2만5,899개로 증가했으며 여성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한 기업도 2017년 400개에서 지난해 933개로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여성 창업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 같은 수요에 맞춰 우수 여성 인력의 창업을 촉진하고 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예산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스타트업 창업 플랫폼 공간을 신설하고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전략과 마케팅·사업화 등에 필요한 교육과 컨설팅 자금 등을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공동활용공간을 설치해 예비 창업자나 초기 창업자들이 서로 소통·협업하고 업종 간 융합을 이룰 수 있도록 허브 역할을 강화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이처럼 여성 기업 정책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은 여성 기업에 대한 조사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성 기업, 특히 여성 중소기업에 대한 전문연구가 거의 없으며 이 때문에 여성 기업 관련 통계, 연구자료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협회에 따르면 2017~2018년 여성 기업과 관련된 연구는 여성정책연구원 6건, 중소기업연구원 2건, 산업연구원 1건, 경제·인문사회연구회 1건에 그쳤다. 이와 달리 미국의 경우 1989년 여성 기업 연구센터를 설립해 여성 기업 현황을 전반적으로 조사하며 여성 기업의 애로가 큰 분야에 대한 시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 회장은 “국내의 경우 연구 자체가 많지 않아 여성 기업 지원을 위해 뭘 해야 하는지도 제대로 제안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여성 기업 지원 인프라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장 중심의 분야별 정책개발 및 조사통계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을 위한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업력이 긴 여성 기업이 상대적으로 지원책에서 소외된 것도 이 같은 연구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여성 기업의 업력별 비율을 보면 5년 미만이 55.7%, 5년 이상~10년 미만이 20%로, 업력이 긴 기업의 비중이 적고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초기 창업 기업 양성에만 집중돼 있다. 정 회장은 “정부에서 여성 창업에 대한 지원정책을 다각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앞으로는 여성 기업계에서도 장수기업이 나올 필요가 있는 만큼 업력 10년 이상의 여성 기업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가져야 한다. 여성 창업, 초기 기업을 위한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여성 기업의 성장에 따른 단계적 지원정책을 수립해 실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부에 각종 정책을 제안하는 것과 동시에 정 회장은 협회 자체적으로도 여성 경제인의 활동 증진에 앞장설 방침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여성 기업 유공자 포상, 여성 경제인의 날 기념식 외에 △여성 기업 경쟁력 강화 콘퍼런스 △‘여성氣UP 페스티벌’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여성 기업 경쟁력 강화 콘퍼런스는 여성 기업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 국제 경제 트렌드 인식 제고 및 글로벌화를 돕기 위해 주제에 따라 열리는 콘퍼런스가 될 것”이라며 “‘여성氣UP 페스티벌’의 경우 대규모 여성 창업·취업 페스티벌로, 여성 기업의 제품을 전시·판매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높이는 행사로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협회는 매년 7월6일 열리는 ‘여성 경제인의 날 기념식’ 확대에도 나선다. 정 회장은 “여성 기업의 자긍심을 고양하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7월6일을 전후로 한 주간을 ‘여성 경제주간’으로 지정하고 여성 경제단체가 단합해 여성 경제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앞장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협회의 혁신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협회가 먼저 변화해야 여성 기업 정책도 변화한다는 인식을 갖고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재 임직원과 논의하고 규정을 고려해 혁신TF를 업종별 분과위원회로 구성해 설치하려고 한다”며 “주요 분과는 시대변화와 기술발전을 고려해 설정했으며 남북경협분과와 무역분과·서비스분과·청년분과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분과위원회는 특정한 업종에 대한 정책이나 건의 및 애로사항을 연구·토의하거나 정보를 수집·교류하고 대외협력을 추진해 정책수립을 건의하는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그는 “업무 외에도 대내적으로 임직원 간담회 및 대의원연수 등을 통해 소통하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성 경제인들이 ‘어렵고 힘든 일이 있으면 큰언니에게 말하면 된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협회를 든든한 지원군으로 여기게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어머니라면 협회는 집안의 맏딸이자 큰언니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 정책의 취지와 주요 내용을 여성 경제인에게 알려주고 여성 경제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애로사항과 필요한 정책 등을 파악해 정부에 건의하는 중간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하는 협회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여성 경제인 곁에서 어려운 사정에 귀 기울여주고 힘낼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역할을 협회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성 경제인들이 협회를 언제든 부담 없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존재, 가깝게 생각하는 존재, 든든한 존재로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웃어 보였다.
대담=정민정 성장기업부장 jminj@sedaily.com

/정리=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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