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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교수 "미래차 혁신 예상보다 빨라...이대로면 5년내 생산직 절반 구조조정"

[한기석 논설위원의 청론직설]
공유·자율주행 등 결합...당분간 전기·수소차 역할분담 예상
엔진·변속기 등 1만3,000여 부품사 도태 뻔한데 대비 없어
민간 참여 범정부 컨트롤타워 만들어 공동대응 나서야

  • 한기석 논설위원
  • 2019-05-26 17:46:29
  • 기획·연재


김필수 대림대 교수 '미래차 혁신 예상보다 빨라...이대로면 5년내 생산직 절반 구조조정'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 자동차가 벌써 현실이 되고 있다”며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자동차 산업 인력의 절반이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형주기자

“앞으로 5년 안에 미래차가 완전히 득세할 것입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인력의 절반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합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마니아다. 자동차 엔진 등 개발과 생산부터 시장의 현안과 산업의 미래 등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궁금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싶어 한다. 요즘 그의 관심이 머무는 분야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라는 거대담론이다. 그는 모든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자동차 산업이 지금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여기에 대처하려면 정부 관련 부처의 모든 기능을 한데 모아 민간까지 참여하는 가칭 미래모빌리티위원회를 만들고 이 위원회가 주요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실권을 줘야 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미래차란 무엇인가.

△미래차는 단순히 차가 아니다. 연결(Connectivity)·자율주행(Autonomous)·공유(Sharing)·전동화(Electrification)를 CASE라고 하는데 이 모든 것이 합쳐진 개념이 미래차다. 지금까지의 차를 자동차(vehicle)라고 했다면 이제 시작하는 미래차는 이동성(mobility)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개념이 확장됐다. 움직이는 가전제품 또는 바퀴 달린 휴대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 많은 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전기차나 현대자동차 등 일부 기업이 연구 중인 수소차가 유력한 미래차가 될 것이다.

-우리는 미래차 준비를 어느 정도 하고 있나.

△미래차라는 것이 말 그대로 꽤 시간이 흐른 뒤에 나올 차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지난 10년보다 앞으로의 1년이 더 빠르게 변한다. 바로 지금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그만큼 미래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데 우리는 여러 면에서 많이 뒤처졌다. 자율주행만 해도 고속도로에서 손을 놓고 운전하는 레벨3 수준이 올해 안에 가능해지는데 여기에 필요한 핵심 센서기술 면에서 우리는 5년이나 뒤진다. 전기차는 전반적으로 3~4년 늦다. 배터리는 그나마 우리가 앞서가고 있지만 미래차의 핵심인 융합의 관점에서 보면 별 의미가 없다. 모든 분야가 보조를 맞춰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강점을 가진 회사들끼리 뭉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현대차가 조금 염려된다. 정의선 부회장 시대가 되면서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쇳물로 자동차 강판을 만드는 일까지 손수 하고 있지 않나. 적과의 동침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 자동차 대표기업인 현대차를 평가한다면.

△현대차는 그동안 글로벌 업체를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어 작전이 몸에 익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불확실한 세상에 앞장서는 퍼스트 무버 정신이다. 퍼스트 무버는 물론 잘못 가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현대차가 그나마 퍼스트 무버 정신으로 움직이는 분야는 수소차다.

-전기차와 수소차 가운데 어떤 차가 미래차인가.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 미래차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전기차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로 가고 있고 수소차는 이제 시작단계로 현대차·혼다·도요타 등 3곳만 나서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전기차는 중단거리용, 수소차는 대형차·트럭·건설기계 등으로 자기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내연기관이 가솔린차와 디젤차로 나뉘어 공존한 것처럼 전기차와 수소차도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 함께 갈 것이다.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좀 더 나중에 시장이 형성된다는 뜻인가.

△수소차는 완전 무공해차인 것은 맞지만 수소의 생산·저장·이동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생산 면에서만 봐도 석유화학이나 제철 등의 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부생수소를 연료로 쓰고 있다. 한마디로 석유화합물의 찌꺼기로 만드는 것으로 가격도 가솔린과 디젤의 중간 정도로 비싸고 무엇보다 무공해차가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진짜 수소차가 되려면 물을 전기분해해서 만드는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렇게 해서 차를 만들려면 앞으로 30년 정도 걸린다. 현재로서는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야 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수소충전소도 한 곳 짓는데 30억원이나 든다. 오는 2022년까지 300곳을 짓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니까 국민 혈세 1조원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이것을 전기차에 투자하면 결과가 훨씬 빨리 나오지 않겠나.

-우리가 남들보다 반걸음 앞서야 하는데 한걸음 이상 빨리 가고 있다는 뜻인가.

△우리는 여유 있는 나라가 아니다. 같은 돈을 써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전기차는 시대의 흐름이 됐고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런 흐름과 달리 정부부터 나서서 수소차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지난해 프랑스에 가서 수소차 충전 시범을 보이고 스스로 수소차 홍보대사를 하겠다는 발언을 하는 등 퍼포먼스를 하면서 수소차로 기운 측면이 크다. 수소차는 매개수단에 불과할 뿐 중요한 개념은 수소경제다. 수소경제가 꽃피기까지 앞으로 수십년은 걸릴 것이다. 섣불리 앞장서서 자기 몸을 태우는 촛불이 될 필요는 없지 않나. 정부가 이렇게 밀어붙이는 데 대해 현대차도 곤혹스러워한다.

-현대차는 생각이 다른가.

△현대차는 수소차를 미래차의 한 분야로 생각한다. 올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기차도 같이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 코나를 보면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자율주행 분야도 열심히 추진하고 있다. 서두에도 말했듯이 미래차는 그냥 차가 아니라 CASE가 다 같이 가야 하는 개념이며 현대차는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 공유 분야만 조금 뒤처져 있을 뿐이다.

-공유 분야는 왜 뒤처졌나.

△외국은 이미 보편적인 단계에 이르렀는데 우리는 아직도 불법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은 해서는 안 되는 것만 골라내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는 해도 될 것만 제시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 중국마저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가는데 큰일이다. 포지티브 시스템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튜닝이다. 자동차 회사가 키를 소비자에게 넘겨주면 그때부터 형성되는 시장이 애프터마켓이다. 이 시장에서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게 튜닝인데 일본만 해도 25조원, 미국은 30조원에 달한다. 우리는 자동차 산업 규모를 볼 때 4조~5조원은 돼야 하는데 5,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튜닝 자체를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타다 서비스와 개인택시 업계가 갈등하는 근본 이유는 뭔가.

△정부가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당사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니 정부가 중재해야 하는데 뒷짐을 지고 있다. 미국은 공유서비스인 우버가 시작될 때 뉴욕주에서만 7명이 죽었다. 미국 정부는 공유서비스가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런 갈등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 중재하고 택시 업계가 살길을 찾았다. 우리 정부는 타다 서비스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은 알면서도 갈등이 두려워 중재에 나서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정부가 택시 업계가 먹고살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줘야 한다. 상생의 큰 그림 속에서 전환교육이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도 택시 업계와 비슷한 것 아닌가. 미래차라는 변화에 맞춰 자동차 산업도 변해야 하지 않나.

△사실 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차 시대가 연착륙하기를 바랐다. 천천히 바뀌기를 기대했다. 소비자 니즈도 조금씩 커지고 이에 따라 자동차 산업도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으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속도가 애초 예상보다 2~3배 빨라졌다. 2025년이면 내연기관은 120년 역사를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미래차 시대를 준비하지 않으면 지금 자동차 생산직의 절반은 구조조정돼야 한다. 내연기관 부품이 3만개인데 전기차는 1만5,000개가 안 된다. 엔진과 변속기 부품이 1만3,000개인데 이 부분이 통째로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관련 부품 기업은 다 도태된다. 지금 우리 자동차 산업을 보면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할 퇴로가 없다. 인수합병(M&A)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되는 절반의 인력을 다른 분야의 전문가로 키워내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전기차만 봐도 지금 차만 만들어내고 있지 이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인력은 없다. 정비·검사·리사이클링·충전기 등의 분야에서 일할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울릉도에서는 전기차 충전기 절반이 고장 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없어 고칠 수가 없다.

-완성차 회사도 변해야 하지 않나.

△완성차 회사도 경영의 큰 그림을 바꿔야 한다. 지금 젊은 세대는 차를 사지 않는다. 판매가 최소 20~30% 정도 줄어든다. GM이 8,000명을 감원하고 포드가 7,000명을 줄이는 시대다.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으로 바꿔야 한다. 현대차 역시 아버지 시대가 품질경영이었다면 이제 서비스경영으로 변해야 한다. 고비용 구조도 바꿔야 한다. 도요타는 프리미엄 브랜드만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다. 렉서스 브랜드만 고비용 구조를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도 제네시스 브랜드만 국내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모두 해외에서 생산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이런 변화를 무리 없이 받아들일 준비가 회사는 물론 노조도 돼 있어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가.

△국회에서 전기차 관련 포럼을 개최한 적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환경부의 담당 과장을 초청해 모두에게 발표를 부탁했다. 3명의 과장이 발표 당일 한자리에 모이더니 악수하고 명함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전기차와 관련된 분야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서로 얼굴도 모른 채 자기 일만 하는 게 지금 우리 정부의 현실이다. 자동차 산업은 융합의 길을 가고 있는데 이를 지원하고 키워야 할 정부는 살을 섞기는커녕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다. 이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정부 기능을 한곳에 모아 시너지를 높일 구체적인 대안이 있나.

△자동차는 매개수단일 뿐이다. 자동차를 가운데 놓고 보면 공유서비스·미세먼지·친환경·자율주행 등 많은 것이 연결돼 있다. 이렇게 차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하나로 묶어 가칭 미래모빌리티위원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 위원회에는 정부는 물론 민간 전문가도 참여하도록 하고 이곳에서 단순 자문 대신 주요 의사결정을 하도록 실권을 줘야 한다. 지금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있는데 이곳에는 차 전문가가 한 사람도 없다. 그런데도 자율주행 같은 분야는 이곳에서 다루고 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He is...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 전기공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전기차협회 회장,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회장, 에코드라이브운동본부 대표, 한국이륜차운전자협회 회장, 미래전기차기술연구조합 회장, 한국중고차협회 회장, 자동차애프터마켓연구소장 등 자동차와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각 부서의 정책자문도 하고 있다. 10여개의 특허를 갖고 있고 150여편의 논문과 40여권의 책을 내는 등 연구·저술활동도 활발하다. 전공과는 별개로 한국젓가락협회 회장을 지난 15년 동안 지내면서 한중일의 문화적 동질감 회복 등 다양한 문화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대림대 자동차학과가 개설된 1996년부터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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