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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치고 스모 관전, 선술집 만찬까지... 온종일 브로맨스 과시

[트럼프·아베 日서 골프회동]
트럼프, 레이와시대 첫 日국빈방문
협상타결 유예 시사에 진의 놓고 해석 분분
스모 오랜 전통까지 깨 '과한 접대' 지적도

골프 치고 스모 관전, 선술집 만찬까지... 온종일 브로맨스 과시
도널드 트럼프(왼쪽 두번째) 미국 대통령 부부가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 부부와 함께 26일 도쿄 료고쿠에 위치한 스모경기장 고쿠기칸에서 스모를 관람하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26일 오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레이와(令和) 시대가 열린 후 첫 국빈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바현 모바라시의 한 골프장에서 통산 다섯 번째 ‘골프 외교’를 마친 뒤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아베 총리는 사진과 함께 “새로운 레이와 시대에도 미일동맹을 더 흔들림 없게 만들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도 아베 총리의 이 트윗을 공유하며 친밀함을 과시했다.

2시간30분여의 ‘브로맨스(남자들의 우정)’는 오후 스모(일본 씨름) 경기 관전으로 이어졌다. 아베 총리는 스모경기장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를 위해 전통이 깃든 경기의 관습까지 금하며 엄중 경호에 나섰다. 스모에서는 최고계급인 요코즈나(천하장사) 선수가 하위계급 선수에게 패했을 때 관객들이 자신이 깔고 앉았던 방석을 던지는 관습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스모 씨름판(도효) 바로 앞에 위치한 1층 ‘마스세키’에서 관전하는 까닭에 관객들이 씨름판을 향해 던지는 방석에 맞는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아베 총리는 고심 끝에 객석에서 씨름장으로 방석을 던지는 전통을 금하기로 했다.

경호 문제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하는 주변 좌석을 비우게 한데다 오랜 전통까지 없애자 ‘과한 접대’라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제기됐지만 아베 총리는 굴하지 않고 ‘오모테나시(일본 문화 특유의 극진한 손님 접대)’에 집중했다. 트럼프 대통령 방일 이틀째인 이날은 조찬·오찬·만찬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등 초밀착 행보를 이어가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아베의 극진한 호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화답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과의 무역협상에서 대단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농산물·소고기 부문에서 활발한 논의가 있다”면서 “오는 7월 (일본 참의원) 선거 뒤 훨씬 더한 협상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과의 무역협상에서 큰 진전이 있다면서도 7월 일본 참의원선거 때까지 협상 타결을 유예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이로써 미·일 무역협상 타결 시기가 당초 일본이 원했던 7월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현재 미국과 일본은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과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일본 정부는 참의원선거보다 앞선 시기에 무역협상이 타결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농축산 업계의 반발과 정치적 타격을 고려해 논의를 미루자는 입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의원선거라는 정치 이벤트를 앞둔 아베 총리에게 타결 시점 양보라는 선물 꾸러미를 건넨 셈이다.

방일 첫 일정에서 소프트뱅크·도요타 등 일본 주요기업 30곳과 만찬을 하며 공정무역과 대미투자를 압박해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의욕을 강하게 드러낸 것과 비교했을 때 대외적 발언 수위가 ‘톤 다운’된 모습이다.

골프 치고 스모 관전, 선술집 만찬까지... 온종일 브로맨스 과시

대선을 앞두고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위해 무역협상 조기 타결을 밀어붙일 것 같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유화 제스처를 보인 데는 현재 그가 처한 국내외적 상황이 한몫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미중 간 무역마찰은 한층 심각해지고 대이란 문제로 중동 리스크도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과의 끊임없는 정쟁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한 짐이다. 그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여러모로 좋지 못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와는 적어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당장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우호’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언론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4월 회담에서 이번 방일 때 무역 합의 가능성을 언급해 일본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든 적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불규칙한 발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7일의 정상회담에서 아베와의 감정적 우호관계에 의존해 환율 조항 등의 난제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올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교도통신도 “참의원선거가 끝나면 (오히려) 일본의 양보를 얻어내기 쉬울 것이라는 의도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난항을 거듭하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화력을 집중하고 유럽연합(EU)이나 일본으로 전선을 확대하지 않으면서 이들과의 협상을 추후로 미루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일부 미국 언론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CNN방송은 북핵 문제, 무역, 방위비 분담 등 일본과 논의해야 할 주요 과제들을 하나씩 짚은 뒤 “일본과 보다 적극적이고 진전된 논의를 이뤄내야 할 때”라며 “탄탄한 준비 없이 임했다면 일본의 극진한 호의만 넙죽 받고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 연료만 낭비하며 방일 일정을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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