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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채우기도 벅찬데…'불법 복수국적자' 일일이 어떻게 확인하나"

[탐사S]'FATCA 시한폭탄' 불법 복수국적자
☞리스크 커지는 국내 금융사

  • 김상용 기자
  • 2019-06-11 17:07:31
  • 시황
'실적 채우기도 벅찬데…'불법 복수국적자' 일일이 어떻게 확인하나'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위치한 존에프케네디도서관에서 열린 미국 시민권 수여식에서 시민권 취득 예정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적 채우기도 벅찬데…'불법 복수국적자' 일일이 어떻게 확인하나'
국내 금융기관이 신규 계좌 개설시 반드시 수취해야 하는 본인확인서.‘한미 금융정보 자동교환협정(FATCA)’에서 정한 서식이다.

‘한미 금융정보 자동교환협정(FATCA)’에 따르면 한국 금융기관은 신규 계좌 개설 시 FATCA에서 요구하는 ‘본인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미국 시민으로 확인되면 FATCA 규정에 따라 해당 계좌정보를 우리 국세청을 거쳐 미 정부에 전달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금융회사들은 이에 대해 불만이 크다.

신규계좌때 본인확인서 안받으면

美 ‘정보 보고 위반’ 제재 가능성

현장선 “인력 부족, 규정 못지켜

서류상 가려내기도 어려워” 불만



◇신규 계좌, 해외국적 확인 잘 안 해=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본점 준법감시 관련 부서에서는 해외 시민권 유무와 해외 납세자 여부를 파악해 신규 계좌 고객의 ‘본인확인서’를 반드시 받으라는 공문을 보내지만 일선 현장에서 이 규정을 모두 지키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선 은행 영업지점에서는 단순한 계좌 개설 업무에 시간을 많이 들이기 어려운 만큼 모든 사람에게 해외 납세자 여부를 묻는 것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신규 계좌 개설 당시 본인확인서를 받지 않는다면 ‘한미 금융정보 이행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FATCA에는 모든 신규 계좌 고객에게 본인확인서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일선 은행 영업점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른바 서류상 불법 복수 국적자들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외국 시민권을 획득한 후 법무부에 국적상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주민등록증 번호가 여전히 유효하고 운전면허증과 주민등록증, 심지어 국내 여권까지 얼마든지 재발급이 가능하다. 따라서 서류상 불법 복수 국적자들은 국내 금융기관이 FATCA 규정을 어기게 되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고객 확인은 사실상 불가능

저축銀 등에도 적용, 진통 커질듯



◇기존 계좌, 보고 대상 여부 확인도 어려워=기존 계좌 고객에 대한 확인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한미 금융정보협정에는 기존 계좌 고객이 국세청 보고 대상 계좌인지 확인하기 위해 전산 기록을 검토하도록 규정돼 있다. 특히 “은행 전산망에 미국 전화번호나 주소지 등이 포함된 추정 정보를 확인할 경우 보고 대상 계좌로 취급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한미 금융정보협정에 따르면 미국 전화번호나 미국 내 거주지 주소 보유 여부, 미국에 반복적으로 송금하는 자동이체 기록 등을 확인해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광화문의 한 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펀드 판매와 신용카드 신규 계좌 등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상황인데 한가하게 고객 정보를 확인할 겨를은 없다”고 토로했다. 또 해외 영주권·시민권자가 현지 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에게 학비를 보내기 위해 송금 금융기관을 지정한 뒤 반복적으로 송금할 경우도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객정보에 해외에서도 연락이 가능한 070 번호가 입력돼 있거나 해외유학생 송금을 위한 외국환 거래은행이 지정돼 있다면 금융정보협정이 면죄부를 주는 만큼 구태여 해외 납세자인지 물어보면서까지 고객과의 관계를 껄끄럽게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더 큰 문제는 FATCA가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예금기관, 증권사 등 수탁기관, 펀드·보험사 등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금융계좌 역시 예금계좌와 신탁계좌, 펀드계좌, 해지 환급금을 합쳐 금융회사당 5만달러를 넘으면 대상이 되는 만큼 사실상 모든 보험계약과 연금계약 등이 해당된다. 예적금 만기 등으로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는 은행 고객도 해외 납세자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마당에 지점 방문 없이 모든 업무처리가 가능한 보험·증권사 고객에게 이를 확인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더욱이 보험·증권사들은 고객의 전산기록을 검토할 수 있어도 해외송금은 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처럼 전산상 거래내역을 확인해 해외 납세자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앤드루 박(법무법인 동률) 미국회계사는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금융정보 데이터를 축적한 후 한국 금융기관을 상대로 보고위반에 따른 과징금을 추징할 수도 있는데 한국 금융기관은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한국 금융기관을 FATCA 미이행 금융사로 분류하면 미국 원천소득(이자·배당)의 30%를 원천징수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어 사실상 미국 영업이 불가능해진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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