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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구미형...밀양형... "사업장이 지방교부금인가"

[기업하기 힘든 나라]
"수천억 투자 당장 결정하라니"
사업성 의문 등 온갖 논란 불구
정부 눈치 보느라 말도 못꺼내"

광주형...구미형...밀양형... '사업장이 지방교부금인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내수진작에 기업들이 대거 동원되며 기업 경쟁력 꺾이고 있다. 지역 산업 정책이 표심에 사로잡힌 정치 논리에 따른 과잉 투자 및 고용으로 두고두고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과 지방정부의 보여주기식 일자리 창출에 대해 민간기업의 사업장이 마치 지방교부금이 된 것 같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여기다 일부 지자체장들은 기업의 경쟁력이나 미래 보다는 노조 편을 들며 기업 활동에 개입한다.

1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상생형 일자리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에 이어 이달 ‘구미형 일자리’와 ‘밀양형 일자리’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구미형 일자리는 국내 5대 기업 중 지금껏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LG그룹이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051910)은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며 6,000억여원 규모의 투자로 관련 일자리 1,000여개가 신규 창출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이 같은 상생형 일자리에 기업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LG화학 측은 구미형 일자리와 관련해 “아직 검토 중인 상황”이라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공장 신설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096770) 사장 또한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의 구미형 일자리 제안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민간기업이 거기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히는 등 기업인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며 말을 아끼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지난달 “제2·제3의 광주형 일자리를 활성화해야 하며 6월 내 한두 곳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이달 말에는 관련 내용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천억원의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 내에 투자계획 등을 공개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릴 수 있는 셈이다.

상생형 일자리 모델의 좋은 취지와 달리 업계에서는 ‘기업 팔을 비틀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정책’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정치 논리에 거래처와 원료 수급처 등 공장 건설 시 최우선돼야 할 조건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지방에 공장을 지을 경우 입지적 불리함 등으로 보이지 않는 비용지출이 상당할 것”이라며 “해외에 지으려던 공장을 국내 지방도시에 세울 경우 발생할 기업 경쟁력 저하 요인 등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적 외풍에 전통적으로 취약했던 금융권 또한 정치권의 지방 경제 살리기 움직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업은행 본점의 대구 이전 추진이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자유한국당 의원 10명은 최근 기업은행 본점의 대구 이전을 골자로 한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곽대훈 의원 측은 “금융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기업은행 이전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치적쌓기용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외에도 각 지역구 의원들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본점을 전라북도나 부산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수십년간 관치에 휘둘려 ‘우간다보다 못하다’고 평가받아온 금융 경쟁력이 또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국내 산업계와 정면 충돌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중국 스테인리스강 제조업체인 칭산철강그룹은 부산에 연간 50만톤이 생산 가능한 냉연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지만 한국철강협회와 포항시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측은 “칭산철강의 한국 내 생산거점 마련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 업계는 고사하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관련 공장 건설로 5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는 반면 약 5,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동종 업계의 가동중단으로 ‘한국 경제에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반면 부산시에서는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며 칭산철강의 공장 건설을 반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철민·김기혁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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