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오피니언  >  사내칼럼

[만파식적] 사제의 자격

  • 오현환 논설위원
  • 2019-06-20 18:18:57
  • 사내칼럼
[만파식적] 사제의 자격

“여성에게 사제 서품을 하려는 자와 받으려는 여성은 사도좌(교황청 중앙기관)에 유보된 자동 처벌의 파문 제재를 받는다.” 2008년 5월29일 교황청이 ‘여성 서품을 시도하는 범죄에 관한 일반 교령’을 발표했다. 여성 사제 서품을 시도하는 모든 행위를 범죄로 규정해 ‘자동’ 파문하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가톨릭에는 크게 5개의 직위가 있다. 최고위 성직자인 교황(pope), 교황에 대한 선거·피선거권을 가진 추기경(cardinal), 교구를 관할하는 주교(bishop), 주교를 도와 미사를 주관하는 사제(priest·신부), 그리고 사제를 도와 성당 운영을 하는 부제(deacon)다. 모두 서품으로 직위를 얻지만 사제 이상만 성직자라고 부른다. 사제라는 직위는 하느님에게 동물과 식물로 제사를 드리는 유대교 제사장에서 유래했다. 어쨌든 이런 사제제도는 현재 가톨릭과 그리스정교회·성공회·루터교회 정도에만 남아 있다.

가톨릭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종교 가운데 변화가 가장 느리다. 사제의 자격에서 여성과 기혼 남성을 여전히 배제하고 있다. 정교회는 여성이 사제가 될 수 없지만 기혼 남성은 가능하고 성공회는 여성까지 사제가 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가톨릭에 여성 사제를 허용하라는 운동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테리사 케인 수녀는 197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여성 사제 서품이 가능한지 물어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성 사제 서품에 반대의사를 보일 때도 언론 인터뷰에서 “여성 사제 서품은 정의의 문제”라며 공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제 직위에라도 여성을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자 위원회를 만들어 3년간 검토했지만 결론을 못 냈다. 여성 부제 허용이 여성 사제 허용으로 흘러갈까 우려됐던 것이다.

문제는 서구 가톨릭 국가에서 사제 수가 급감하면서 사제 부족으로 문 닫는 성당과 수도원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교황청이 드디어 남아메리카 아마존의 외딴 지역에서 일부 기혼 남성을 사제로 임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난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제 부족 지역에 신앙이 검증된 기혼 남성인 ‘비리 프로바티(viri probati)’에 한해 임명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가톨릭 세계가 사제 결혼과 여성 부제, 여성 사제 허용이라는 허들을 언제쯤 넘을지 자못 궁금하다. /오현환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