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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배터리 연구원 절반이 한국인…짐싸는 韓산업 두뇌

[기업하기 힘든 나라]
<5·끝> 빠져 나가는 인재들
반도체선 한 해 1,300명 유출
인독도 한인력 유치전 가세
원전분야는 스스로 인재 내몰아
중 고급인재 2,000명 유치목표
미 지적재산권 지키기에 사활
"인센티브 등 정부 지원책 절실"

中 배터리 연구원 절반이 한국인…짐싸는 韓산업 두뇌
LG화학 연구원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수요 급증으로 중국·유럽 등지에서 한국 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이직 제안이 많다. /사진제공=LG화학

“중국 업체들이 현재 급여 대비 4배 정도의 연봉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력 10년 이상의 부장급 연봉은 5억원가량 될 것입니다.”

최근 만난 전기차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중국 등 해외로의 인력 유출이 심각하다며 국내 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했다. 실제 반도체 산업을 비롯해 ‘포스트 반도체’라고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까지 한국 인력의 해외 유출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제조업 부흥을 꿈꾸는 독일과 스웨덴 같은 선진국을 비롯해 신흥국인 인도 등에서도 헤드헌팅 업체나 비즈니스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링크드인’을 통한 인재 빼가기가 잦다.

재계에서는 인재 유출로 기술을 사실상 빼앗기는 것은 물론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대로면 가뜩이나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임원은 “인재 육성 외에 인재를 붙잡아둘 만한 각종 인센티브 및 정부 지원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中 상위권 전기차 배터리 업체

연구개발 인력 절반이 한국인

반도체선 한해 1,300명 유출

印·獨도 韓인력 유치전 가세

원전분야는 스스로 인재 내몰아

“인센티브 등 정부 지원책 절실”

◇인재 관리 못 하는 한국…근로매력도·동기부여도 하위권=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공개하는 두뇌유출지표에서 한국은 지난해 4.00점으로 조사대상 63개국 중 43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3.98점으로 44위를 기록한 데 이어 2016년(3.94점, 46위), 2017년(3.57점, 54위)에도 50위 언저리에 그쳤다. 하위권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머리’가 유출되니 당연히 인재 경쟁력도 처진다. IMD의 인재경쟁력 부문에서 한국은 62.32점으로 조사대상 63개국 중 33위였다. 특히 인재 유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근로매력도’ 부문이 41위, ‘근로자 동기부여’는 61위에 불과했다.

부실한 인재 관리 시스템에 산업 패러다임의 급변까지 겹치면서 반도체·자동차·화학·정보통신기술(ICT)·조선 등 주력 산업에서 두뇌 유출은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만 해도 지난해 LG화학(051910)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인력이 스웨덴 볼보로 이직했고 인도 타타그룹의 자회사인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나 독일의 반도체 제조 업체인 인피니온 등도 전기차 배터리 인력 입질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중국 내 상위권에 있는 전기차 배터리 업체 관련 연구인력의 절반이 한국 기업 출신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수년 전에는 5명가량으로 구성된 한 화학 업체의 소규모 연구팀 전체가 1년 사이 차례로 사직한 후 해외로 이직한 사례도 있다. 최근 인재 유출 등을 이유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096770) 또한 해외로의 인재 유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 수년간 76명의 자사 인력을 빼갔다고 주장하지만 이들 중 25명가량이 중국 등 해외로 이직해 SK이노베이션에 남아 있는 관련 인력은 51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국 YMTC만 해도 러브콜을 보내는 연구원이 마이크론과 같은 미국 업체부터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일본의 도시바 등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2017년에만 국내 반도체 인력 1,300여명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일본의 일부 완성차 업체 또한 최근 자율주행차 개발 등 전장 부문의 수요가 커지면서 한국 반도체 관련 인재 영입에 적극적이다.

국내 업계 또한 인재 유출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인공지능(AI) 분야 인재 1,000명을 채용하겠다고 선언했고 학회나 포럼 관련 후원을 늘리고 있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산학 협력 확대 또한 인재 확보를 위한 조치다. 이외에도 업체들은 인센티브용 보너스를 각 연구개발(R&D) 단계별로 차등 지급하거나 기술 유출 등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등의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원자력 분야는 생태계가 망가질 정도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재들이 무더기로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기술·한전KPS 등에서 최근 2년간 260여명이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두산중공업도 80여명의 원자력 관련 인력이 퇴사했다. 이들 중 몇몇은 프랑스·미국·아랍에미리트(UAE) 등 경쟁 국가에 취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도 인재 관리 힘 보태야=인재 관리 시스템을 국가 차원에서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원전 분야의 경우 편향된 정책으로 스스로 키운 인재를 밖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마저 있다. 다른 국가는 인재 대우에 여념이 없다. 중국의 경우 2008년 중국 중앙정부 주재로 해외 유학파 고급 인재 2,000명 유치를 목표로 한 ‘천인계획’을 발표했고 실제 지난해까지 2,500명을 잡았다. 최근의 미중 무역분쟁은 마구잡이에 가까울 정도로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는 중국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일본은 학술진흥회, 독일은 훔볼트재단 등이 인재 유치에 나서는 등 선진국들은 민관 합동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적재산권 지키기를 국익의 핵심으로 본다. 실제 미국 에너지부는 최근 국립연구원 소속 연구원 10만여명에게 그들의 연구가 외국 정부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는지 보고하게 하고 만약 이를 어길 경우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인재 및 기술 유출과 관련한 산업계의 동향에 둔감하고 민관의 합동 대응도 허술하다. 산업계 관계자는 “2010년 이후 전체 내국인 이공계 인력 유출은 감소 추세이기는 하지만 박사급 등 현장의 핵심 고급인력 유출은 심각하다”며 “서울 지역 생활을 선호하는 인재들이 많다는 점에서 수도권 관련 규제 완화 등으로 해외로 나갈 인재를 국내에 머무르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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