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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또 다른 중동전으로 향하는 길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트럼프 일관성 없는 이란전략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기 초래
'보복정책 확산' 美발목 잡을것

  • 2019-07-15 17:17:19
  • 사외칼럼
[해외칼럼] 또 다른 중동전으로 향하는 길

이란을 향한 미국 행정부의 일관성 없는 전략은 지난주 백악관의 보도자료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보도자료는 “핵 협정 체결 이전부터 이란은 의심할 여지없이 협약조건을 위반하고 있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협상이 성사되기도 전에 어떻게 상대국이 협상 조건을 어길 수 있느냐는 의문에 대해 해명하지 못했다.

일관성 결여의 예는 이뿐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이란에 대한 공습을 취소하면서 “계획을 실행할 경우 150명의 이란인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습 대신 트럼프는 이란을 겨냥한 경제 제재 조치를 강화했다.

이란 제재 조치의 영향을 정밀분석한 미국의 경제학자 제프리 색스는 “지금과 같은 규모의 제재는 상당한 인명피해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8,100만명에 달하는 이란의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제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필시 150명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공습으로 인한 희생자가 대부분 군인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에 비해 제재로 숨지는 사람들은 거의 신생아거나 아녀자 혹은 노약자다.

최근 발표된 학계의 한 보고서는 “경제 제재로 의약품 결핍현상이 이란 전역에 만연됐고 이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암·다발성경화증·혈액장애 등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법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이란에 인도적 위기를, 중동지역에는 지정학적 위기를 만든 셈이다.

이란 핵합의에 따라 이란은 핵무기개발 계획을 영구히 포기하고 보유하고 있던 농축 우라늄의 98%를 해외로 이전하며 플루토늄원자로를 폐기하는 한편 10~25년에 걸쳐 핵 사찰단의 감시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다.

강대국 정보기관들뿐만 아니라 국제사찰단도 이란이 이 같은 합의사항을 성실히 준수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협정에서 탈퇴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이런 제한에서 벗어나도록 허용했다. 예를 들어 테헤란은 오는 2030년까지 저농축 우라늄을 300㎏ 이상 개발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지난 2015년 이후 자신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했다.

지난주 이란은 미국이 먼저 협약을 파기했다는 이유를 앞세워 그들의 조치를 정당화하면서 저농축우라늄 보유 제한치를 넘어섰다.

이란을 겨냥해 미국이 취한 조치들 역시 서구 우방국 사이에서 균열을 초래했다. 그동안 유럽은 미국의 이란 정책을 강력히 옹호했고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미국과 성공적인 공조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지금 유럽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공공연히 반발하고 있으며 이란과의 교역을 위해 달러화에 대한 대체결제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란의 약점을 감지한 다른 중동국도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방 외교관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한 이스라엘 관리들은 조만간 이란의 기존 핵시설에 대한 정부의 공습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의 압박 극대화 작전을 지지하면서 다양하고 광범위한 반이란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목에 걸린 올가미가 조금씩 조여오자 이란군과 민병대는 예멘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지역에서 점증적인 군사 조치를 취하는 등 대응에 나섰고 여기에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나 미국이 반응을 보이면서 중동지역의 긴장상황이 확대재생산을 거듭하고 있다.

다시 말해 트럼프는 아무런 해결 방안도 마련해놓지 않은 채 중동지역의 긴장을 대폭 고조시켰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백기투항 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나와 2015년에 체결됐던 것보다 훨씬 까다로운 협정안에 새로 서명하기를 희망한다.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는 국지적 냉전이 심화되고 오판에 의한 무력충돌 혹은 우발적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설사 궁지에 몰린 이란이 일시적으로 양보한다 해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터이다. 상처를 입고 원한에 사로잡힌 국가는 반드시 복수를 하려 들기 마련이다.

안타깝게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문명이 수천년에 걸쳐 중동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사실을 망각한 듯 보인다.

이란의 인구는 이라크의 두 배 이상이고 전략적인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이란은 강력한 민족주의 전통과 오랜 국정운영의 경륜을 지녔으며 외국의 지배에 저항한 역사를 갖고 있다.

중동의 안정으로 연결되는 통로는 이란을 옥죄는 데 놓여 있지 않다. 그것은 경멸과 보복정책의 씨앗을 뿌려 향후 수십년간 미국의 발목을 잡을 지역적 불안정을 초래할 따름이다.

안타깝게도 바로 그것이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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