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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기 두드리는 미·중·일·러 '한반도 안보' 지렛대 제 이익 챙기기

■ 한반도 둘러싼 열강들의 속셈
美, 트럼프 등장 후 관여 최소화
中, 한반도 영향력 확대 노골화
日, 격차 축소 초조함에 무역 전쟁
러, 한미일 균열 틈타 남하 시동

계산기 두드리는 미·중·일·러 '한반도 안보' 지렛대 제 이익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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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역사 갈등을 빌미로 60년 선린우호를 접고 한국을 상대로 경제 전쟁을 시작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핵심 동맹이라면서도 일촉즉발의 양국 갈등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 안전판이었던 한미일 동맹에 이상기류가 흐른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동해상 연합공중훈련을 단행했다. 6·25전쟁 이후 첫 중러 공동 비행훈련에서 러시아는 한국의 영공을 침범했다. 하지만 적반하장 오리발이다.

이 와중에 미국과 대화 조짐을 보이던 북한이 다시 발톱을 드러냈다. 신형 탄도미사일을 동쪽으로 쏘아 올렸다. 한국의 유화적 대북 정책에도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남측을 향한 경고용이란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쉴 새 없이 요동치고 있다. 마치 구한말을 연상시키는 상황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4강 열전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20세기 초만 해도 국제사회에서는 진영논리가 작용했다. 이에 각각의 동맹 관계가 서로 돕는 든든한 방패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 시절에 비해 지금은 모두 공존공영보다 각자의 이익을 위한 셈법에 더 집중하고 있다.

당장 한국의 제1동맹인 미국부터 한국·일본에 대해 계산기를 두드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이 기존 동북아 질서 변화의 서막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동맹 무임승차론’을 강조했다. 취임 후에는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나 일본 정상과 대면하는 기회는 물론 미국 제일주의를 외칠 때도 종종 동맹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다. 결국 한국은 올해 방위비 분담금으로 전년 대비 8.2% 올린 1조389억원을 내기로 했다. 게다가 유효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는 데도 합의했다. 내년에 또 얼마나 늘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동맹에 대한 관여는 최소화하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한일 레이더 갈등은 물론 현재 한일 경제 갈등에도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의 손익과 직결되지 않는다면 되도록 개입하지 않겠다는 식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동맹국 미국에 대한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일 갈등 중재를 위해 미국으로 달려갔던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미국의 이익도 침해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던 것도 이런 이유다. 여전히 서로 필요하고 중요한 동맹이기는 하지만 과거와 달리 손익 계산이 선제되는 동맹 관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역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한반도를 바라보고 있다. 경제력은 물론 군사력까지 확 키운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린다. 그 배경에는 미국과의 패권 다툼이 존재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중국 최고 권력자로는 14년 만에 북한을 방문했던 것 역시 미국을 의식한 행보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중 한반도 안보 문제를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북중 친선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또 중국은 한동안 한국을 옥죄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를 올해 국방백서에 언급, 한국을 불안하게 했다. 필요에 따라 한반도에 화해의 손짓을 보낼 수도, 칼날을 세울 수도 있는 중국은 더 이상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프레임을 통해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심지어 그간 미국과 중국에 비해 외교적 이슈가 덜했던 일본과 러시아마저 한국을 향해 날을 세우며 한국을 사면초가로 몰고 있다. 일본과의 갈등은 위안부 합의 파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역사 문제를 넘어 이제 경제·안보 분야로까지 확장됐다. 한국과 경제 격차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다 미일 동맹도 예전 같지 않자 초조함에 한국을 대상으로 무리한 경제 전쟁을 시작했다. 이는 가뜩이나 과거에 비해 느슨해진 한미일 삼각 협력을 약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 영공을 침범하며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등장한 러시아의 움직임 역시 이익 확대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전통적인 남하 정책이 현실화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일본과 러시아의 갈등도 커지는 등 동해가 시끄러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다음달 쿠릴열도를 방문할 것이라는 계획이 최근 알려지자 일본 정부는 즉각 “영토문제에 관한 일본의 입장과 상충되는 일”이라며 방문 자제를 요구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쿠릴열도 4개 섬은 현재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이지만 일본은 고유 영토라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남하 정책에 도움이 되는 한일 갈등 유발을 위해 의도적으로 독도 영공을 침범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미일 3국 관계의 균열을 노린 의도된 행동”이라며 “특히 한일 사이에 더 많은 마찰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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