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경제 · 금융  >  금융가

사모펀드 피해 속출…금융당국 칼 뺀다

시중銀 상품 일제 점검
전 업권으로 확대 계획

  • 서은영 기자
  • 2019-08-11 17:58:05
  • 금융가
금융당국이 전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VIP 고객과 법인 고객에게 주로 판매하는 사모 투자 상품의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해 긴급 점검에 나선다. 은행 프라이빗뱅커(PB)센터를 통해 알음알음으로 판매돼온 사모 상품에서 원금 손실 등 투자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앞서 독일 부동산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에 이어 독일 국채 금리,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CMS) 등 해외 금리에 연동되는 DLS에서 대규모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모두 투자자가 49인으로 제한되고 최소 투자금이 1억원 이상인 사모 상품들로 은행이 VIP 고객을 대상으로 가입을 권유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독일 국채 금리 등 해외 선진국 금리에 연동되는 DLS를 판매해 투자자들을 큰 손실 위험에 빠뜨린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을 포함한 전 은행권을 대상으로 사모 상품 판매실태 점검에 나선다.

당국이 사모 상품 시장에 칼을 빼든 것은 최근 들어 은행·증권 PB센터에서 판매한 사모 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증권 복합점포 확대로 최근 2년 사이 PB채널을 통한 개인 대상 사모 상품 판매가 크게 늘어난 데다 은행들이 비교적 상품구조가 복잡한 파생상품이나 구조화 상품 등 주로 증권 채널에서 판매하던 고위험 상품들을 사모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사모 상품 역시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이 통합 PB센터인 PWM 등을 통해 약 3,000억원 규모로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DLS는 당장 원금 지급이 어려워 만기를 연장하기로 했다. 이 상품은 독일 구도심 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싱가포르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로 앞으로 2년간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한다. 판매사에선 자산 매각 등을 통해서라도 원금 보전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현재로선 투자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우리은행이 올 3월부터 판매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동 DLS는 최대 90%대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다음 달 19일부터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는데 현재로서는 독일 금리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전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사모 형태로 판매한 펀드나 파생결합상품 등의 상품구조와 판매절차의 적합성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며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상품을 중심으로 개별 피해 사례를 우선 점검한 뒤 전 금융권 사모 상품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 2인에서 49인까지 투자가 가능하고 최소 투자금액이 1억원 이상인 사모펀드 상품은 금융소비자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보수적인 상품을 취급하는 은행이 상대적으로 투자경험이나 지식이 많은 VIP 고객을 대상으로 가입을 유도하다 보니 불완전판매에 대한 위험성에 둔감했다는 것이다.

저금리에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진 은행들은 주가연계증권(ELS)이나 DLS·구조화펀드 등 초고위험군에 속하는 파생상품을 마치 정기예금 상품의 대안처럼 판매해왔다. 게다가 대형 금융그룹 은행들은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강조하면서 계열 증권사에 VIP 고객을 소개하거나 증권사에서 주로 판매하는 상품을 가입시키는 식으로 은행 상품에 비해 손실위험이 큰 상품 가입을 권유해왔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거래해온 담당 PB와의 신뢰관계에 따라 손실 위험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없이 투자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이번에 수천억원대 손실이 예상되는 해외 금리 연동 DLS 투자자들은 “100% 원금 손실 가능성은커녕 정기예금만큼 안전하지만 연 4~5%의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이라는 설명만 듣고 투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든 투자자에게 투자 기회가 열려 있는 공모 상품과 달리 사모 상품은 판매승인 절차가 단순하고 관련 규제도 느슨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모 상품은 금감원에 등록하고 허가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사모 상품은 별도의 절차 없이 신고만 하면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며 “상품설명서나 약관 역시 공모 상품에 비해 부실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집중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개인을 대상으로 한 사모 상품 영업관행 자체에 메스를 들이댈 수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 연동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려고 한다”며 “원금 손실 설명 여부, 4~6개월마다 상환하는 상품구조 설명 여부, 조기상환 구조 여부 등은 설명이 돼야 하고 가입자의 금융이해도에 따라 판매자의 구체적인 설명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 부분이 미흡했다면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 관련 집단소송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사태가 더 확산될 조짐이다.

한편 은행·증권 복합점포의 확대로 최근 2년 사이 PB채널을 통한 개인 대상 사모 상품 판매는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한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2017년 6월 9조1,031억원에서 올 6월 11조1,537억원으로 22% 이상 증가했다. 증권사에서 개인에게 판매한 사모펀드 규모까지 합치면 전체 개인 사모펀드 시장 규모는 26조8,120억원으로 최근 2년 사이 55.9% 성장했다. 개인 대상 DLS 판매 비중도 높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이 보유한 파생결합상품 발행잔액은 올 6월 말 기준 48조2,345억원으로 전체 파생결합상품 발행 규모의 40~50% 수준을 개인이 담고 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