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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정책 재탕' 해놓고 "자세히 보라"는 조국

1·2차 정책발표에 '물타기' '맹탕' 논란
스토킹처벌법·독립몰수제…기존정책 답습
'학자 조국'과 달리 폭력집회 처벌 강조
준비단 "후보자 단계에서 새 정책 어려워"

  • 오지현 기자
  • 2019-08-26 19:16:18
  • 사회일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일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조 후보자가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정책구상도 ‘재탕’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조 후보자는 20일 범죄예방 정책에 이어 26일 검·경 수사권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첫 번째 정책발표는 사모펀드 투자와 부동산, 자녀 등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나와 “뜬금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두 번째 정책발표 역시 딸 조모(28)씨가 고등학생 시절 2주 간 인턴실습한 단국대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이를 통해 고려대에 수시전형으로 입학했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시점에 나왔다. 청문회 일정이 확정되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정책발표에 나서면서 이슈를 덮기 위한 ‘물타기’ 수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서초동 야단법석]'정책 재탕' 해놓고 '자세히 보라'는 조국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빌딩 내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각종 논란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문제는 발표한 정책들 역시 ‘맹탕’에 그쳤다는 점이다. 조 후보자가 내놓은 정책안은 대부분 기존 법무부 추진 정책들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처음 발표한 주요 정책들은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1:1 전담보호관찰 △정신질환 범죄자 적극 치료 △이성 폭력·배우자 폭력 근절 △폭력 집회·시위 준법 대처 △다중피해 안전사고 책임자 처벌·수사지원체계 구축 등 주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시책에 초점을 맞췄다. 이중 1:1 전담보호관찰은 올해 4월부터 시행됐고, 정신질환자 치료감호 강화 역시 치료감호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는 등 이미 대응체계가 구축됐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에서 지난해 수 차례 보도자료를 내며 홍보했던 내용이다. 조 후보자는 데이트폭력 근절의 일환으로 스토킹처벌법을 제정하겠다는 표현을 썼는데, 스토킹처벌법은 이미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학자로서의 입장과 배치되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 후보자는 1차 정책구상 보도자료에서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이라는 통용 용어 대신 ‘이성 폭력’ ‘배우자 폭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젠더 관련 논란을 피해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폭력 집회나 시위에 대한 법적 대처를 강조한 부분이 표현의 자유를 지지했던 학자적 입장과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 후보자는 2012년 논문에서 ‘삼성 X파일’ 보도 관련 대법원 판결이 “통신의 비밀 보호와 언론의 자유의 균형을 잡기 보다는 전자에 강하게 치우친 위법성조각요건을 설정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듬해에는 공인의 경우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당하더라도 이를 형사적으로 처벌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개혁의 적임자를 자청했지만 검·경 수사권조정과 관련해 내놓은 정책에도 별다른 시사점은 없었다. 조 후보자는 “검찰과 함께 열린 마음으로 국회에서 수사권조정과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이 완결되도록 지원하겠다”며 검·경 수사권조정 관련 법안의 법제화 완료와 공수처 설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직권 재심 청구, 친권상실 청구 등 공익을 위한 검사의 활동을 발굴해 검사의 공익적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함께 발표한 △독립몰수제 도입 및 범죄수익 환수 강화 △재산비례벌금제 도입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 등도 이미 추진되고 있거나 논의됐던 정책들이다. 범죄수익 환수 강화와 관련해 검찰은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을 출범시키고 범죄수익환수부를 설치했고, ‘독립몰수제’ 도입도 이미 지난해 대검찰청 차원에서 논의에 들어갔다.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은 법무부 법무과의 역점 추진과제다. 재산비례벌금제는 1986년 전두환 정부 시절부터 도입 관련 검토가 있었다.

[서초동 야단법석]'정책 재탕' 해놓고 '자세히 보라'는 조국

학계 일각에서는 실망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각종 가족 관련 논란보다) 오히려 후보자가 제시한 정책들이야말로 문제적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후보자가 민정수석 시절에 왜 본인의 학문적인 입장과는 다른 행보를 걸었는지, 그 이유를 묻고 싶다”며 “가짜뉴스, 표현의 자유, 사형제, 양심적 병역거부, 난민, 이주자, 성소수자, 차별금지법, 인권기본법, 국가보안법 등과 관련하여 현 정부의 인권 관련 정책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촛불정부를 자처하면서, 가짜뉴스 엄단 방침을 밝히고, 차별금지법은 시도조차 안 하고, 대통령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한다고 비서실장이 명예훼손 고발을 한다는 것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 시절 본인을 비방한 블로그 글을 올린 70대 시민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입기자들마저 조 후보자 정책구상에 의문을 품었다. 1차 정책발표 당시 “폭행처벌법 외에 다른 내용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혹시 선언적 의미 말고 다른 정책구상이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조 후보자는 “그렇지 않다”며 “법무행정의 연속 선상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으나 자세히 보시면 새로운 것이 많이 있을 것이다. 꼼꼼히 봐달라”고 반박했다. 2차 정책발표 때도 “지난번 정책 발표에 이어 (기존 정책을) ‘재활용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조 후보자는 “법무행정의 연장 선상에서 겹친 게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잘 보시면 예컨대 재산비례벌금제는 새로운 것일 것이니 확인해달라”고 답했다.

준비단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후보자 입장이라 새로운 정책을 만들거나 상세하게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존 정책 중 (후보자가)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을 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주제들을 중요하게 다루겠다는 차원에서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검찰개혁 부분도 앞으로 (장관으로 취임하면) 그렇게 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정책발표를 2차에 걸쳐 마무리하고, 국회 청문회 준비에 집중할 계획이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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