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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배터리] 1,670억弗 공급 우위 눈앞인데..'화해' 없이는 시장 대응 어려워

<하> 위협받는 '포스트 반도체'
2023년부터 '수요 과잉' 전망에
中·日은 배터리 협력 활발한데
韓, 소송전 넘어 감정싸움 격화
어느한곳 패소 땐 치명타 불가피

[위기의 한국배터리] 1,670억弗 공급 우위 눈앞인데..'화해' 없이는 시장 대응 어려워

올해 6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중국 1위 배터리 생산업체인 CATL이 손을 잡았다는 소식에 한국 업체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가뜩이나 한국이 ‘한·중·일 배터리 패권 다툼’에서 최근 제일 뒤처지고 있다고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일본과 중국 간 협력은 큰 위협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한국은 LG화학(051910)이 배터리 핵심 인력을 빼가는 방식으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SK이노베이션(096770)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 등에 제소하는 등 법정 싸움이 한창일 때라 충격은 보다 컸다.

4일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법정 다툼은 이제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4월 말 LG화학이 소송을 제기한 후 한 달여 동안 양측 사이에는 “근거 없는 비방을 중단하라”는 등 날카로운 설전이 오갔다. 이후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다 6월에는 SK이노베이션이 역으로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이 양측은 실무진 간의 물밑 협상 등이 오갔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으며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말 “특허침해 혐의로 미국 ITC 등에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LG화학 측은 이와 관련해 “근거 없는 비방을 중단하라”는 입장자료를 냈으며 3일에는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명확하게 가리기를 촉구한다”며 SK이노베이션을 한층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양측의 감정 다툼 격화로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이 제대로 대응을 못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중 어느 한곳이라도 미국 법원에서 패소할 경우 현지에서 배터리 판매 등에 제한이 생길 수 있어서다. 특히 폭스바겐 등 글로벌 업체들과의 대형 계약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미국 법원의 결정에 따른 생산 차질이 자칫 계약 파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수년 내에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될 전망이라 투자나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고스란히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에 그 몫이 돌아간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공급량은 올해 326GWh로 수요 예측치인 190GWh와 비교해 ‘공급 과잉’ 상태이지만 오는 2023년에는 수요량이 916GWh로 공급량 776GWh을 넘어서는 ‘수요 과잉’ 상태가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수요 과잉 상태는 2029년까지 지속돼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공격적인 선제 투자만으로도 막대한 수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배터리 시장 규모는 1,670억달러로 메모리반도체 시장(1,500억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한국 경제의 ‘포스트 반도체’ 역할을 할 핵심 산업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다툼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청와대 또한 화해를 직·간접적으로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양측 간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G화학은 전날 입장자료를 통해 “대화의 주체는 소송 당사자인 양사 최고경영진이 진행하면 될 것”이라며 최태원 SK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 간의 회동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요청에 대해 명백히 선을 그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데다 사안의 파급력도 너무 커져 중국 등 경쟁국에서는 이를 매번 큰 이슈로 다루고 있다”며 “미국 법정이 한국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결정짓기 전에 어떻게든 국내에서의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양철민·박효정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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