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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입담·잡담·농담·험담…마이크, 코미디를 담다

■전성시대 여는 '스탠드업 코미디'
유병재 이어 박나래 '농염주의보' 쇼
性 소재·정치 풍자…아슬아슬한 표현
개그콘서트 등 추락에 새 코미디 부상
유튜브·넷플릭스서도 '스탠드업' 봇물
지적인 촌철살인 개그…2030에 인기

  • 김현진 기자
  • 2019-11-07 15:05:37
  • 방송·연예
[팝컬처]입담·잡담·농담·험담…마이크, 코미디를 담다

[팝컬처]입담·잡담·농담·험담…마이크, 코미디를 담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세상의 남자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나랑 잔 남자, 앞으로 잘 남자.” “‘여자가 어쩌고 남자가 어쩌고’ 세상이 만든 프레임에 갇혀서 뭐합니까.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인데 시원하게 하고 싶은 거 합시다.”

개그우먼 박나래의 거침없는 화법에 객석은 환호와 당혹스러움으로 가득 찬다. 지난달 1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쇼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TV에서 보기 힘들었던 수위 높은 대사들로 가득하다. 박나래는 ‘농염주의보’로 성(性)을 소재로 한 단독 스탠드업 코미디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마이크 하나 들고 무대에 홀로 선 박나래는 어디까지가 진짜고 가짜인지 알 수 없는 ‘화끈거리는’ 이야기들을 2시간 가량(넷플릭스에서는 1시간으로 편집) 풀어놓는다. 자신의 첫 성 경험에 관한 에피소드부터 친구들의 경험담, 여성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루머가 담긴 ‘지라시’까지 다양하다.

박나래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도한 계기에 대해 “편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코미디를 하는 게 가장 좋았다”며 “정치는 전혀 모르고 디스나 풍자는 못하기 때문에 잘하는 것 중 방송에서 하지 못했던 성과 관련된 코미디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방송인 유병재에 이어 박나래까지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하면서 한국에서도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은 홍대 등지에서 이미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방송에서도 스탠드업 코미디를 소재로 한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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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진행된 짐 개피건의 스탠드업 코미디쇼 포스터.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한국서 기지개 켜는 스탠드업 코미디=정치부터 종교·성·인종 등을 비꼬고 풍자하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영미권에서는 크게 번창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껏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군부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표현의 자유가 오랫동안 허락되지 않았던데다, 아슬아슬한 입담이 매력인 스탠드업 코미디가 성장하기에는 방송 규제도 엄격했다.

코미디의 흐름이 공개 코미디 중심으로 흘러갔던 이유도 있다. 유랑극단 시절에 코미디언이 혼자 나와 대담하는 형식의 코미디가 있긴 했지만, TV 시대에는 콩트 위주의 공개 코미디가 줄곧 대세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개그콘서트’처럼 지상파 방송사가 주도한 공개코미디가 주류였지만, 더 이상 이러한 형식의 코미디가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위기감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게 되면서 스탠드업 코미디가 주목받게 됐다”며 “어떤 면에서는 과거의 복원”이라고 설명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꾸려 직접 관객들을 만난 개그맨들이 있었다. 각각 KBS와 SBS 공채 개그맨 출신인 정재형과 이용주는 동료 개그맨들과 함께 지난 2017년 뜻을 모아 ‘코미디 얼라이브’를 설립, 스탠드업 코미디의 부활에 일조했다. 이들은 홍대, 강남 등에서 정기적으로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열고 관객들을 만났다. 정재형 코미디 얼라이브 대표는 “‘웃찾사’ 등 개그프로그램이 폐지된 이후로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장르를 해보면 어떨까 싶어 시작하게 됐다”며 “처음 시작했을 때 대한민국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나 할 만큼 많은 취재 문의와 연예인들의 출연 요청 등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코미디나 옛날 원맨쇼 코미디에 대한 향수로 국내에서도 관심은 많았지만, 그동안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도하는 개그맨이 없어서 못 본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에는 짐 제프리스와 짐 개피건 등 해외 유명 코미디언들이 잇따라 스탠드업 코미디 내한 공연을 하기도 했다. 공연 관계자는 “영어로만 진행된 공연이라 반응이 열광적이었다고 보기는 힘들었지만, 한국시장의 문을 처음으로 두드리고 새로운 방식의 코미디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가도 스탠드업 코미디에 주목하고 있다. KBS2는 박나래가 메인 MC인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스탠드업’을 오는 16일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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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재의 스탠드업 코미디 ‘블랙코미디’ 포스터.

◇유튜브·넷플릭스 통해 2030세대 눈길 사로잡아=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통해 TV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스탠드업 코미디를 쉽게 만날 수 있게 된 점도 코미디 소비 행태의 변화로 이어졌다. 특히 스탠드업 코미디는 금기와 성역없는 풍자로 2030 세대의 주목을 받았다.

유튜브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검색하면 조회수 90만에 육박하는 동영상 게시물이 쏟아진다.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데이브 샤펠, 트레버 노아, 케빈 하트 등 영미권 인기 코미디언의 스탠드업 코미디 작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들의 요구와 맞물린 모습”이라며 “요즘 관객들은 몸보다는 말로 웃기는 것을 더 좋아하며, 여럿이서 하는 콩트만 보다가 혼자 나와 말만 하니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평했다.

스탠드업 코미디의 매력에 대해 정 대표는 “말로만 하는 코미디다 보니 유치하지 않고, 지적인 ‘촌철살인’ 개그에 관객들이 새로움을 느낀다”며 “콩트 속 캐릭터가 아닌 코미디언 한 명을 온전히 본다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스탠드업 코미디는 다른 코미디 장르에 비해 코미디를 이끌어 가는 인물과 내용이 더욱 중요하다는 특징도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내밀한 이야기를 혼자 즐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엔터테이너를 집중해서 보기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진 만큼 스탠드업 코미디의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기존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를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모바일 환경에서 접하는 이들이 많아진 점을 고려해 그에 적합한 형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한국 코미디에서 하나의 장르로 이제 막 첫발을 뗐을 뿐이다. 하지만 미래는 긍정적이다. 정 대표는 “코미디언이나 관객들 모두 스탠드업 코미디를 완전히 받아들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며 “당장 박수를 받을 수는 없겠지만, 3~5년 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화·예술 장르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묵묵히 관객들과 호흡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진·한민구 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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