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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리브라가 촉발한 디지털화폐 전쟁

홍재은 NH농협생명 대표

  • 2019-11-07 17:17:11
  • 사외칼럼
[로터리]리브라가 촉발한 디지털화폐 전쟁
홍재은 NH농협생명 대표

디지털 화폐 전쟁의 서막이 열린 듯하다. 6월 페이스북은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화폐인 ‘리브라(Libra)’ 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 통화당국을 흔들었다. 디지털 화폐는 동전이나 지폐 등과 달리 실물이 없어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 기술을 사용한다고 해서 ‘암호화폐’라고도 한다.

리브라가 촉발한 디지털 화폐 전쟁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진영이 나뉜다. 먼저, 민간과 중앙은행 간 대립이다. 기존에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민간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는 있었다. 그러나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결제수단이 아닌, 투기성 자산으로 취급됐다. 반면 리브라는 그 가치를 금융자산 또는 실물자산 등과 연동함으로써 가치변동이 안정적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즉, 법정화폐를 대체해 사람들 간 거래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욱이 국가 간 경계도 없다. 페이스북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23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3분의1에 달한다. 광범위하면서 충성도 높은 사용자를 이미 확보했다. 이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에 송금과 결제기능까지 결합되면, 그 파급력은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 계획에 미국 정부가 반대하고, 각국 통화당국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점이다. 중앙은행의 통화량 통제력이 현저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백년간 화폐는 국가만이 발행할 수 있는 독점 시스템 속 산물이었다. 중앙은행은 적정 통화량 조절을 통해 화폐가치와 물가를 안정시켜왔다.

중앙은행의 또 다른 중요 책무인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디지털 화폐 시장 개화는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특정 지역에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그 국가의 법정화폐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리브라로 국제 자본이 쏠릴 수 있고, 자본이동과 관련한 중앙은행의 정책에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음은 디지털 화폐 시대의 패권을 주도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다. 기존의 ‘화폐 전쟁’은 글로벌 기축통화를 놓고 달러 헤게모니에 도전한 유로화 · 위안화의 싸움이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정부는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일련의 정책들을 적극 추진하는데, 이는 달러 중심의 글로벌 시장질서를 재편하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중앙은행의 디지털 법정통화(Central Bank Digital Currency·CBDC) 이슈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페이스북 발표 이후 두 달 만인, 8월 중국 통화당국은 인민은행(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중국이 CBDC 발행 계획 발표를 서두른 것이 리브라가 ‘위안화 국제화’ 정책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리브라의 가치와 연동된 법정화폐에는 위안화가 빠져 있다. 리브라가 디지털 화폐 시장을 선점할 경우 글로벌 금융·통화 시장에서 위안화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우리나라가 기축통화 발행 국가는 아니지만 디지털 화폐에 대한 글로벌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험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충격은 예고 없이 일순간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화폐가 그 범주에 속한다. 다가올 미래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과 전략 선택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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