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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날아간 특종 인터뷰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젤렌스키 CNN과 TV인터뷰서
'바이든 조사' 발표계획이었지만
'트럼프 압력' 보도에 결국 연기

  • 2019-11-18 17:23:19
  • 사외칼럼
[해외칼럼] 날아간 특종 인터뷰

라틴어 구절인 ‘퀴드프로쿼(quid pro quo)’는 보통 물건이나 용역의 ‘조건부 맞교환’으로 번역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가진 전화 통화의 경우 ‘쿼(quo)’는 2016년 대선과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천명한 것일 터다. 뉴욕타임스(NYT)는 필자가 진행하는 CNN 프로그램에 젤렌스키가 직접 출연해 바이든에 대한 조사계획을 공식 발표하기로 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필자에게는 이 문제에 관한 상세한 배경 설명을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4월 젤렌스키가 대통령에 선출된 후, 필자와 CNN GPS 스태프는 젤렌스키를 프로그램에 직접 등장시키는 방안을 적극 추진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기성 정치권의 완전한 국외자로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압승을 거둔 흥미로운 인물이다.

필자는 과거 수차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경험이 있고, 전임 대통령과 세 차례나 인터뷰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정에 밝았고 튼튼한 연줄도 있었다. 필자와 CNN 팀은 새로 출범한 우크라이나 행정부와 관계를 두는 작업에 착수했는데, 전체 과정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됐다. 국가수반들은 연례 유엔총회 개막에 앞서 주요 매체들과 사전 인터뷰를 하는 것이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겨냥한 조준점이었다.

유엔총회 개막을 1주일가량 앞두고 키예프에서는 또 다른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엘리트들과 서방 정치인들, 외교관들, 지식인들과 언론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례행사였다. 그 모임에 참석한 필자는 우크라이나 관리들과 접촉하며 젤렌스키의 TV 인터뷰를 확정하려고 노력했다. 또 정식 인터뷰에 앞서 초면의 어색함을 떨쳐내기 위해 둘 사이의 예비 회동을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측은 그 제안을 쾌히 받아들였다.

9월13일 필자는 키예프에서 젤렌스키와 만났다. 그는 똑똑하고 활기차며 정치판의 신참답지 않은 날카로운 정치 감각의 소유자라는 인상을 줬다. 대화 시간은 길지 않았으나 그 짧은 시간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및 미국과의 관계, 경제개혁과 부패 등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큼직한 이슈들을 거의 빠짐없이 섭렵했다. 우리는 또 CNN GPS에서 그가 영어로 인터뷰할 것인지 아니면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할 것인지도 논의했다. 그는 영어가 유창하다.

필자는 그와의 만남이 원만하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젤렌스키의 주의가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그의 앞에 놓인 도전이 워낙 버겁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는 당시 자신이 백악관으로부터 어떤 압박을 받고 있는지 내색조차 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야말로 젤렌스키의 정치적 수완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지금 우리는 트럼프의 백악관이 바이든에 대한 공개적 조사를 요구하며 수개월에 걸쳐 젤렌스키를 상대로 압박공세를 펼쳤다는 사실을 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백악관의 압력에 저항해가며 다양한 방식으로 바이든 조사에 대한 공식 발표를 미루는 작전을 펼쳤다. 그의 보좌진은 어차피 젤렌스키와 필자와의 TV 인터뷰가 잡혀 있으니 CNN GPS 프로그램을 통해 젤렌스키가 직접 바이든에 대한 조사 계획을 발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필자와 CNN 팀에게는 함구했다. 키예프에서의 대좌 이후 필자의 스태프는 젤렌스키의 보좌관들과 인터뷰의 시기와 장소에 대한 조율에 착수했다.

그러나 우리의 예비 회동 이전에 이미 어마어마한 지형 변화를 일으킬 뉴스 속보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9월5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젤렌스키에게 조 바이든을 조사하라며 압력을 가했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필자가 키예프를 방문하기 나흘 전인 9월9일 하원 민주당은 워싱턴포스트가 제기한 의혹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같은 날, 정보기관 감찰관은 하원과 상원 정보위원회에 내부고발자의 고발내용을 통보했다. 다음날인 9월10일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아담 시프 의원은 조셉 맥과이어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에게 내부고발 문건을 넘길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바로 그날 트럼프는 국가안보보장회의(NSC) 보좌관인 존 볼턴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10월11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금 동결조치는 아무런 조건 없이 해제됐다.

젤렌스키의 딜레마를 상상해보라. 필자가 키예프에서 그를 만났을 당시, 젤렌스키는 지원금 동결조치가 풀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일반대중은 그 배경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키예프에서 필자와 이야기를 나눈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지원금 동결해제 소식을 반기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젤렌스키와 그의 보좌진은 필자와의 인터뷰를 그대로 진행해야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사태파악을 시도하고 있었을 것이다. 며칠 뒤인 9월18일과 19일, 워싱턴포스트는 우크라이나 스토리를 연이어 대서특필했다.

젤렌스키와 필자와의 인터뷰는 연기됐다. 물론 우리는 아직도 젤렌스키와의 인터뷰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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