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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악화에 라임사태까지 회사채 순발행 1년만에 마이너스

지난달 회사채 발행액 -3,137억
연말 기관 투자자금 빼기 감안해도
10월 4조4,064억 발행 대비 큰 차
DLF사태 등 투자심리 악화가 한몫
단기상품 ABCP에 조달수요 몰려
지난달 발행액 24.6조 연중 최대

실적악화에 라임사태까지 회사채 순발행 1년만에 마이너스

국내 기업들이 대표적인 자금 조달 수단인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기업 신용등급 변동성 확대와 라임자산운용·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단기 금융상품인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자금 조달 수요가 몰리면서 ABCP 발행액은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신규 발행액에서 만기액을 차감한 순발행액 규모는 -3,137억원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수의 기업이 회사채 신규 발행은 물론 기존 채권을 연장하는 데에도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말 기관투자가의 북클로징 효과로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감안해도 지난 10월 4조4,064억원이 발행됐던 것과 비교하면 급감한 수치다.

기간별로는 1년 미만 회사채 순발행액이 276억원을 나타낸 반면 1년~3년 미만, 3년~3년 미만, 5년 이상 회사채 순발행액이 각각 -2,509억원, -77억원, -826억원으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해 1년 이상의 장기채 발행이 급격히 줄었다. 회사채의 경우 통상 1년 이상 장기채를 위주로 발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 구조화금융 관계자는 “사모시장에서 1~2년물을 주로 발행해왔던 A3 등급 회사의 경우 은행 등 기존 판매 창구가 막히다 보니 자금을 모으기 쉽지 않아 3개월물만 겨우 발행되는 수준”이라며 “공모시장에서 장기채를 발행해왔던 A2급 이상의 회사들도 최근에는 ABCP나 1년 이내의 사모채로 유동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1월 9조2,368억원에 불과했던 ABCP 발행액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다 10월 19조9,376억원, 11월 24조6,447억원으로 급증했다. 만기가 짧고 금리가 높은 상품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다 보니 기업들이 단기 자금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ABCP의 경우 매출채권·부동산 등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으로 일반 기업어음보다는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동시에 예금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챙길 수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로 분류돼 자금 조달이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채와 달리 등록 및 공시 의무가 약해 좀 더 손쉽게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회사채나 기업어음(CP) 금리는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일 한국자산평가에 따르면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주 국채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CP 91일물은 2주 전 수준인 1.64%로 마감했다. 회사채의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소폭 확대돼 AA-급 3년물의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같은 기간 0.5bp(1bp=0.01%포인트) 확대된 42bp, A-급 3년물 또한 0.5bp 확대된 127.3bp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단기 금융시장에 집중되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말을 앞두고 채권시장에서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과 더불어 11~12월 국내 기업들이 기업어음에 대한 정기 평가를 앞두고 있어 신규 투자 수요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예년과 달리 내년 초를 내다본 크레디트물의 저가 선취매가 약한 모습”이라며 “기업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 현대차그룹의 등급 하향 등 굵직한 고민거리가 많은 상황이라 투자자들이 섣불리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 시장이 전반적인 약세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지난주 국내 신용평가 3사가 현대자동차 및 3개 계열사(기아자동차·현대캐피탈·현대카드)에 대한 신용등급을 최상위인 ‘AAA’에서 한 등급 낮춘 ‘AA+’로 하향 조정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이성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신용평가 3사에서 부여하고 있는 등급 전망은 긍정적 전망 26개, 부정적 전망 29개로 부정적 전망이 우세해 이 같은 등급 조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성장은 정체되고 마진은 감소한 반면 우호적 발행 환경으로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차입 부담은 확대돼 국내 회사채 발행사들이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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