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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
"젊은이여, 가보지 않은 길 가라"...N포세대에 묵직한 울림

■기업가정신 몸소 실천한 김우중

"기업이윤은 창조와 도전에 대한 대가일 뿐" 경영철학 전파

"선진국 못만들어 후대에 미안" 총수의 책임감 내비치기도

대우맨 "한시도 쉬지 않았던 戰士...역사가 평가할것" 애도

10일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지난 9일 오후 11시5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수원=이호재기자.




“젊은이여,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지구촌이라 불릴 정도로 좁아졌지만 세상에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 있고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일도 많다. 그 길을 가고 그 일을 해내는 용기 있는 개척자들에 의해 역사는 조금씩 전진해왔다.”

지난 9일 별세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1989년 펴낸 저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에서 젊은 세대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샐러리맨의 신화’이자 우리 기업의 세계화를 이끈 개척자로 평가받는 김 전 회장이 그간 남긴 말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자·자동차·철강·조선·화학 등 기존 주력 산업의 침체 속에 활로를 찾지 못하는 국내 경영계에 선도적으로 ‘세계경영’을 실천한 그의 경영철학은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김 전 회장은 1982년 “외국에 나가면 길바닥에 돈이 쫙 깔려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며 “그 돈을 언제 어떻게 거둬들이냐 하는 것이 문제지, 돈이 안 보여서 못 버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2016년에는 “한국을 기준으로 하면 사업 가능성이 없지만 세계를 무대로 생각하면 되는 것이 얼마든지 있고 이런 가능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것이 진정한 세계적 안목이고 글로벌 마인드”라고 강조했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말도 김 전 회장이 추구한 세계경영의 이념을 잘 설명해준다.

그가 평소에 강조한 기업가정신도 현재 경영환경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합적인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위축된 기업가정신을 되살리는 일이 시급한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이 남긴 말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은 회사 설립 10년 만인 1977년 동아방송 신년대담에 출연해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가가 되기보다 성취형 전문경영자가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1987년에도 “흔히 기업 하는 사람의 목표는 이윤추구라고 하지만 기업의 목표는 이윤이 전부일 수 없다”며 “오히려 이윤은 기업가의 창조, 도전에 대한 대가일 뿐”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은 “경영자는 사업에 미쳐야 모든 것이 보이고 미래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된다”며 “특히 한창 커 나가는 기업에서는 경쟁력의 99%가 경영자에게 달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1984년 100명의 대학생과 토론을 벌이면서는 “나라가 강하지 않으면 기업도 생존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나라건 경제 성장 없이는 발전할 수 없으며 어떤 경제이건 한 세대의 희생적 노력 없이는 성장을 이어갈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김 전 회장은 기업 총수로서의 책임감도 무겁게 느꼈다. 그는 1984년 ‘국제기업인상’ 수락 연설에서 “기업은 한 나라, 특히 개발도상국에 있어서는 경제발전을 주도해야 할 사명을 갖고 있다”며 “이는 한국 기업인들에게는 반드시 이뤄야 할 막중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대우그룹이 성장가도를 달리던 당시에도 “이제 좀 즐겨도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다 같이 잘살게 되기 전까지 우리 세대는 희생할 수밖에 없다. 게을러지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상위 10%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연세대 상경대학 창립 100주년 기념 초청 특강’에서는 학생들에게 “개발도상국 한국의 마지막 세대가 돼 ‘선진 한국’을 물려주고 싶었다”며 “우리는 아직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미안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무엇보다 사람을 강조한 경영인이었다. 그는 2015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한인경제인대회 개회식 특별강연에서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의 비결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에게는 사람 그 자체가 경쟁력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이 말년에 베트남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머물며 청년 인재 양성 사업에 몰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전 회장은 지도자들을 위한 당부도 내놓았다. 1992년 전남대 경영자과정 초청과정에서 그는 ‘비전·용기·희생정신’을 지도자의 덕목으로 꼽으면서 “훌륭한 지도자는 훌륭한 국가를 만들고 위대한 국민이 위대한 지도자를 창조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의 세계경영을 곁에서 지켜본 ‘대우맨’들도 고인의 도전정신을 추모했다. 대우그룹에서 홍보팀으로 일했던 최윤권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홍보위원은 김 전 회장에 대해 “쉬지 않았던 분”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최 위원은 또 “대부분의 직원은 김 전 회장을 한국 수출 최전선에 섰던 ‘전사’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본인과 대우그룹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담담한 반응을 보여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은 “김 전 회장은 담담하게 ‘재평가는 역사에 맡기자’고 했다”면서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 아니겠느냐, 역사가 평가해주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평소에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재용·한동희·변수연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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