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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덩그러니 있던 종각역에 태양빛이 내렸다

[태양의 정원 직접 가보니]

노점상 덩그러니 있던 종각역에 태양빛이 내렸다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과 이어진 지하보도에 조성된 ‘태양의 정원’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각역 태양의 정원에는 15일 크고 작은 나무를 구경하거나 화단에 앉아서 쉬는 시민들이 도란도란 모여있었다. 도시철도 지하 통로로 지표면의 햇빛을 옮겨 조성된 지하 정원에서 시민들은 사진을 찍고 책도 읽었다. 이전까지 공터나 다를 바 없어 ‘도라지 파는 할머니’가 덩그러니 앉아있던 공간이 지하 쉼터로 바뀐 것이다.

태양의 정원은 종로타워 지하 2층 종로서적 정문 앞에 있다.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과 이어지는 곳이다. 종로타워 앞에 설치된 집광기에서 모인 햇빛이 천장에서 쏟아졌고 이는 금속 재질의 기둥에 부딪혀 여기저기 흩어졌다. 지하에 쏟아지는 태양빛은 각종 나무들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날이 흐린 데도 눈이 부셨던 것은 빛이 적으면 LED 조명을 함께 내리쬐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점상 덩그러니 있던 종각역에 태양빛이 내렸다
서울 종로타워 앞에 설치된 집광부 /사진제공=서울시

태양의 정원이 있던 공간은 종로서적에 가거나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으면 올 일이 없는 곳이었다. 종각역에서 나와 종로서적으로 향하는 길에 시대별 서적이 전시돼 있었을 뿐 어떤 조형물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몇몇 시민들은 이곳을 ‘만남의 광장’으로 부르며 사람을 기다리고는 했지만 조형물이 없는 탓에 찬 바람이 불고 계단은 석재로 돼 있어 앉으면 춥다는 이들도 많았다. 시금치나 도라지를 파는 할머니, 침낭과 박스를 펴고 누워 자는 노숙자가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지난 13일 “이 자리가 쉬는 사람은 거의 없고 별 할 일 없는 사람들만 있는 곳이어서 문제가 있다고 직원과 상의한 적이 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태양의 정원은 총 4개의 화단으로 구성된다. 유자·금귤·개비자·레몬·동백 나무 등 서울에서 보기 힘든 수종이 식재돼 있어 아이와 함께 부모도 식물 공부를 하고 있었다. 화단의 턱이 높지 않아 앉아서 책을 읽기에도 좋았다. 종각역에서 종로서적으로 향하는 계단은 나무로 리모델링됐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장소가 아니라 쉴 수 있는 공간이 된 셈이다. 정원의 한 켠에는 청년창업공간이 생겼다. 지난 개장식 때는 이 공간에서 청년들이 자신이 만든 액세서리 제품들을 파는 플리마켓이 열렸다.

노점상 덩그러니 있던 종각역에 태양빛이 내렸다
종각역 태양의 정원 /사진제공=서울시

태양의 정원은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6년 북미 순방 때 미국 뉴욕 로라인랩을 방문한 적이 있다. 로라인 랩은 지하 공간을 지표면에 드러내지 않고 태양광만 집약해 70여종 약 3,000개체의 식물을 기르는 곳이다. 이 태양광을 옮기는 기술을 소유한 곳이 한국 기업이었다. 집광기는 태양의 궤도를 추적해 빛을 옮기고 파이프에 설치된 렌즈가 이를 굴절시켜 이동시킨다. 박 시장은 개장식에서 “서울시는 새로운 기술의 테스트베드 장소로서 혁신적인 실험들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도시 문명의 위대한 장면이 펼쳐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지하 도시재생’은 계속 이어진다. 서울시는 시청에서 을지로 입구와 을지로3·4가를 거쳐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앞까지 이어지는 3.0㎞ 구간을 하나로 연결해 지하 광장으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을지로3가와 4가 사이에 있는 세운상가까지 포괄해 도시재생과의 시너지효과도 노린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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