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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획·연재
[오늘의 경제소사] 1943년 주트 슈트 폭동

옷이 촉발한 美 인종차별

주트 슈트를 입은 1940년대 미국 젊은이들./위키피디아




1943년 6월 3일 밤, 로스엔젤리스 중심가. 항해에서 막 돌아온 젊은 선원 11명과 멕시코계 청년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선원들은 청년들의 복장이 ‘비애국적’이라고 몰아붙였다. 난투극이 펼쳐지자 즉각 출동한 LA 경찰은 ‘집단 폭행당했다’는 선원들의 말만 듣고 멕시코계 청년들을 잡아들였다. LA 경찰은 비번 근무자까지 동원해 추가 검거에 나섰다. 다음날부터 선원들과 병사, 백인 주민들이 수천 명 씩 무리를 이뤄 거리와 술집과 극장에서 라틴계와 흑인들을 때리고 옷을 벗겨 불태웠다. 엿새 동안 계속된 소동으로 사망자는 없었으나 수천 명이 다쳤다.

피해는 소수인 라틴계와 흑인들에게 집중됐다. 경찰과 법도 한쪽 편만 들었다. 폭도들의 폭행에 눈 감고 라틴계와 흑인 500여 명을 체포해 150여 명을 법정으로 보냈다. 신문들은 한술 더 떴다. 거리를 행진하며 소수 민족을 때리는 병사들과 백인들의 행위를 ‘불순물 세탁’이라고 추켜세웠다. 영부인 엘리노어 루스벨트가 ‘소동의 본질은 뿌리 깊은 인종 차별에 있다’는 신문 칼럼을 기고하는 등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으나 다수 백인들의 편견에 묻혔다. LA의 지역 신문은 ‘영부인이 공산주의식 사고를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나치가 소동을 획책했다는 터무니없는 소문도 돌았다.



주류 백인들이 소수에게 가한 테러의 공통점은 옷을 벗겼다는 것이다. 주트 슈트(Zoot Suit) 차림이 표적이 됐다. 특정 복장이 공격받은 이유는 물자 낭비라는 인식 때문. 과도한 어깨 패드, 무릎까지 내려오는 상의(자켓)와 전체적으로 풍성하고 발목으로 갈수록 통이 좁아지는 바지, 챙이 넓은 모자를 쓰는 주트 슈트 차림은 1930년대 재즈 음악가 사이에서 시작돼 1940년대 흑인과 라틴계, 필리핀계에서 유행으로 번졌다. 가뜩이나 이런 복장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백인들은 전쟁이 터지자 ‘군복 만들기도 부족한 판에 주트 슈트는 비애국적’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모든 물자를 통제하며 일부 품목에는 배급제를 적용하던 전시생산위원회가 제시한 의복 규정에도 벗어났지만 주트 슈트는 되레 늘어났다. 군항과 군사시설이 많은 LA에서 주트 슈트 논란은 끊이지 않고 결국 경찰이 방조한 백인의 린치로 이어졌다. 주트 슈트 폭동 87주년. 가해자와 피해자의 잘잘못 여부보다 역사의 반복과 그 불변성이 놀랍다. 흑인 사회에 대한 미국 경찰의 폭압적 태도는 변한 게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아시안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공공연히 차별받는다. 21세기에 외국인 혐오라니.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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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 권홍우 논설위원 hongw@sedaily.com
사회에 진 채무가 많은 뉴스 전달 머슴입니다.
주로 경제 분야를 취재해왔지만 지금은 국방, 안보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역사와 사람을 사랑합니다. 연재 중인 '권홍우의 오늘의 경제소사'에 관심과 질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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