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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서초동 야단법석]이곳저곳 '수사심의위' 신청...檢에 정당성 줬던 제도, 되레 역효과?

'검언유착' 사건 두고 소집신청 세번이나

여론 안 휘둘리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민감사건 되레 휩쓸려...수사 정당성 저하"

"없는것보다 낫다" 의견에도 제도개선해야

지난 8일 서초동 대검 모습. /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두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이 세 번 이뤄지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면서 수사심의위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다시 나온다. 기소권을 독점하는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취지와 달리 검찰 수사를 여론전에 휩쓸리게 하는 역효과를 부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가 수사 중인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에 대해 고발인 신분으로 수사심의위 소집을 지난 10일 신청했다. 민언련 측은 “이번 사건의 피의자 중 한 명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이 낸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낸 것과 관련해 고발인으로서 적극 의사표명을 하기 위해 별도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전 기자는 지난 8일 검찰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고, 지난달 25일 이 사건 참고인 신분인 이철 전 밸류인배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신청했다. 이로써 검언유착 사건의 고발인, 피고발인, 참고인이 모두 수사심의위를 신청했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후 수사심의위 제도가 남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부회장 측이 만든 선례로 곳곳에서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것이 세 번씩이나 소집 신청이 있었던 이번 검언유착 사건이다. 이번 계기로 수사심의위 제도를 되돌아보고 개선점을 찾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향후 정치적 민감 사안이 있을 때마다 이 제도가 남용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 수사심의위 제도 도입은 지금까지 국민 관심이 높거나 기관 간 갈등 소지로 수사나 기소 등의 판단을 검찰이 혼자 내리기 부담이 클 때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정무적 부담을 덜기 위해 제3자의 시각을 참고하겠다는 취지인데, 이는 다른 말로 검찰 수사의 법 적용 타당성을 전문적으로 검증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수사심의위 심의위원들이 주로 일반 시민들로 주로 구성되는 것도 이런 점에서다.

검찰이 직접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하는 것은 제3자에게 정치적 판단을 맡김으로써 외부 영향에 흔들리지 않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수사의 주체인 검찰이 ‘흔들리고 싶지 않으니 제3자가 판단해주면 그렇게 가겠다’라는 메시지다. 이는 검찰 수사에 정당성을 더해줄 수 있다.

반면 사건 당사자가 수사심의위를 신청하는 것은 반대 효과를 낼 수 있다. 사건 당사자의 신청 전제는 ‘검찰 수사를 못 믿겠다’는 것으로, 검찰이 소집을 신청하는 것과 반대로 검찰 수사 정당성을 깎아내리는 주장이다. 수사를 못 믿겠으니 이를 여론에 맡기겠다는 메시지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 수사도 이로써 수사기관과 피의자 간 법리다툼이 아닌 여론전으로 변신했다. 당시 수사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기소하겠다는 방침으로 분위기가 전해졌다. 이에 이 부회장 측은 수사심의위 소집으로 검찰이 아닌 제3자의 시각에서 이 사건을 바라봐달라며 여론에 기대를 걸었다. 지난달 26일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의견을 냈다. 검언유착 사건도 사건 당사자들이 직접 소집 신청했으니 어떤 결론이 나든 여론전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과 검언유착 두 사건 모두 검찰의 수사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됐는데, 검찰이 처음 제도를 도입한 취지와 정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법률에 의해 수사하도록 도와주는 취지의 수사심의위 제도가 되레 더 큰 정치적 영향을 받게 만드는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변호사는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는 시스템에서 이런 식으로라도 피의자 등 사건 당사자가 수사 단계에서부터 자기방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 혼란이 있어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의견도 냈다.

이번 검언유착 사건을 두고 세 번의 수사심의위 신청이 있었던 것은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각 사건 관계인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것은, 신청인이 아닌 다른 사건 관계인은 출석을 반드시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운영규칙에 따라 신청인은 반드시 수사심의위에 출석해 구두변론을 하지만, 그 외 사건 관계인은 심의위원들의 요청이 없으면 출석할 수 없다. 민언련과 이 전 기자 측 둘 다 이런 제도적 허점 때문에 소집 신청을 하게 됐다.

수사심의위원들의 구성도 검증절차가 더 엄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삼성 수사에 대한 심의위원들 중 일부는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 “불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이력이 있어 편향 논란이 있었다. 전문성 시비도 불거졌다. 심의위원들이 삼성 사건과 관련된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짧은 시간에 충분히 심의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심의 시간도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수사심의위의 위원 구성과 심의 내용의 중대성에 비해 심의시간이 너무 적다는 문제제기가 있다”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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