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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오현환 논설위원

이승만부터 YS·DJ·노무현 정부까지

권력형 비리 수사 끊임없이 이어져

文정부선 檢인사권 무기로 봉쇄 시도

총장 임명때 "엄정수사" 약속 지켜야

이승만 정부 출범 직후인 1949년 봄. 지금의 감사원 격인 감찰위원회가 임영신 초대 상공부 장관을 사기 및 수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직 장관인데다 대통령이 아끼는 장관이어서 파장이 컸다. 임 장관은 미국 유학 시절 이승만 전 대통령과 매우 가깝게 지냈다. 최대교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수사를 맡았으나 정권의 수사 방해는 노골적이었다. 집권층은 최 검사장에게 사람을 보내 ‘깊숙이 파고들면 보복 인사를 하겠다’ ‘적당히 하면 법무부 장관을 시켜주겠다’ 등의 메시지를 전하며 협박과 회유를 했다. 그럼에도 최 검사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직접 수사를 진두지휘해 비리를 입증할 증거를 모았고 2개월 만에 임 장관을 전격 기소했다. 임 장관과 이인 법무부 장관은 곧바로 사퇴했다. 살아 있는 권력의 압력에 맞서 제대로 검찰권을 행사한 1호 사건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해 임 전 장관을 석방했고, 최 검사장은 사표를 던졌다. ‘고무신 검사’ ‘도시락 검사’로 불리며 청렴했던 최 검사장 얘기는 검찰 역사에서 살아 있는 전설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와 삼남 홍걸씨는 부친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중에 구속됐다. 현철씨는 김영삼 정부 시절 막후 실력자로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수감됐다. 홍업씨는 권력형 이권 개입, 홍걸씨는 뇌물수수 혐의로 각각 옥살이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 송정호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 아들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송 장관은 김 대통령의 두 아들이 구속된 뒤 “대통령의 아들 둘을 (감옥에) 넣고 그냥 있을 수 없다”며 사표를 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도 노 대통령 재임 중 수사받고 실형을 살았다. 이런 와중에도 역대 대통령들은 ‘제 허물’이라며 사과한 적이 있었지만 검찰에 대해 보복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현재 권력’에 대한 수사 자체를 거부하는 모양새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검찰 인사권을 무기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 간부들을 모조리 한직(閑職)으로 좌천시켰다. 이후 이들 사건은 물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루된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소 사실 유출, 라임펀드·옵티머스펀드 사건 등 굵직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에 전혀 진척이 없다. 되레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지휘해온 윤석렬 검찰총장을 몰아내려는 공세가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총장의 2년 임기가 보장돼 경질이 어려워지자 스스로 물러나도록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검찰 수사권의 상당 부분을 경찰에 넘기는가 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도입해 검찰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 게다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각 고등검사장에게 분산시키고 법무부 장관이 고등검사장을 직접 지휘하도록 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검찰 개혁 논의는 박근혜 정부 말기 최순실 사건 수사 당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검찰에 대한 반성 등에서 시작됐다. 따라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이 선결돼야 한다. 검찰권 남용 방지를 위해 검찰 개혁을 한다면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힘쓰는 게 순리다. 그러나 이런 취지는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정권이 검찰권을 장악하고 무력화할 수 있느냐 하는 방향으로 거꾸로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행정 권력은 물론 사법 권력을 장악한 데 이어 압도적 국회 의석을 확보해 입법 권력마저 거머쥐었다. 게다가 지방·언론·시민사회 권력까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역대 정권에서 지속돼온 집권 세력에 대한 수사를 저지한다고 해서 레임덕(권력 누수)을 끝까지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임명 때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법 적용을 해달라’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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