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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사회
'레바논 폭발참사'도 말바꾼 트럼프…하루만에 "원인 몰라"

외부 공격 주장하더니 입장 선회

에스퍼 국방장관은 '사고'에 방점

대통령 섣부른 발언 비판 여론 속

정부 소통부재·정보력도 도마 위





폐허로 변한 베이루트항 초대형 폭발사고 전날인 지난 5일(위)과 사고 직후인 6일(아래)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의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 이번 사고로 주변 10㎞ 거리에 있는 건물까지 무너지며 135명이 사망하고 5,000여명이 다치는 피해가 발생했다. /EPA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초대형 폭발참사에 대해 “끔찍한 공격”이라며 “폭발에 근거해볼 때 그런 것 같다. 나는 일부 우리의 훌륭한 장성들과 만났고 그들은 그랬던 것(공격)으로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공장 폭발 같은 형태의 사고가 아니었다”며 “그것은 어떠한 종류의 폭탄이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폭탄테러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끔찍한 공격”이었다고 한 데서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물러섰다.

5일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이루트 폭발사건의 원인을 두고 “아무도 아직 모른다. 지금 누구라도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내 말은 어떤 사람은 공격이었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은 “레바논 당국자가 사고라는 초기 평가를 공개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고가 아니었을지 모른다는 점을 계속 시사한다”고 전했다.

반면 군을 총괄하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보도된 대로 사고였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간접적인 표현이지만 이번 사고가 외부 공격이 아닌 사고일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에스퍼 장관은 또 “미국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여전히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며 “우리는 레바논 정부에 연락을 취했으며 지금도 연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의 판단은 에스퍼 장관 쪽에 가깝다. 앞서 CNN은 “군 관계자들이 이번 폭발이 공격으로 인한 것이었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고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국방부 고위관계자와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이번 레바논 폭발이 특정국가나 대리세력의 공격이라는 징후는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비판이 쏟아진다. 이번 사건이 외부 공격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설익은 정보나 확인되지 않은 사항을 외부에 공개해 혼란만 키운 꼴이 된다. 에스퍼 장관이 하루 뒤 대부분의 사람이 사고로 믿고 있다고 한 것도 이를 수습하려는 발언일 수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군과 백악관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방증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시위 사태 때 연방 정규군을 동원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해임을 검토했을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냉랭하다.

이뿐이 아니다. 미국의 정보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최초 상황 발생 이후 추가로 수집된 정보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최강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군이나 미국의 핵심이익이 걸린 곳에서 이 같은 정보오판이 발생할 경우 재앙에 가까운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이번 사안은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여전히 폭발 원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면서도 “정부는 이번 사태가 공격에 의한 폭발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비극적 사고일 뿐 테러 행동이 아니기를 희망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발언은 초기 브리핑에 근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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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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