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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통일·외교·안보
[뒷북정치]못잊을 2년 전 ‘평양의 그 맛’…정세현이 찾은 최고의 냉면 맛집은?

1년간 업무추진비로 172번 식사, 33번이 ‘이북냉면’

'최애' 냉면집은 ①평양면옥 ②우래옥 ③필동면옥

정세현, 평양 만찬 회상하며 “진짜 맛있거든요”

만주 출신 丁, 北 42년 연구해 냉면은 ‘소울푸드’

北 “냉면 목구멍 넘어가느냐” 막말엔 “사과해라”

옥류관 주방장 “냉면 처먹고” 발언엔 “미국 때문”

이태규 "냉면 좋지만..남북관계 냉철하게 봐주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위기의 한반도 어디로 갈 것인가?-북핵 문제 발생 원인과 해법’을 주제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판문점의 협상가’ 정세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업무추진비를 이용해 다섯 번 중 한번은 이북식 냉면을 꼭 먹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42년 북한 연구 외길을 걸어온 정 부의장과 이북 대표 음식인 ‘평양냉면’과의 관계가 새삼 주목된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실로부터 18일 입수한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지난 1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따르면 정 부의장은 업무추진비를 써서 172번 식사했고 그 중 ‘냉면집’을 33회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의장이 가장 자주 찾은 곳은 서울 중구의 ‘평양면옥’으로 총 11회 방문했다. 장충동에 위치한 평양면옥은 1985년 개업한 35년 전통의 냉면집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중구에 있는 ‘우래옥’도 정 부의장의 단골집으로 9번 찾아갔다. 우래옥은 1969년 11월에 문을 열어 특허청으로부터 ‘가장 오래된 국내 상표’로 인정받은 대표적인 노포다. 정 부의장은 1985년 개점한 필동면옥(7회)에도 자주 발길을 들였다. 그가 자주 찾은 가게 세 곳의 역사를 더 하면 121년에 이른다. 이 외에도 정 부의장은 을밀대(서울 마포구, 2회), 평양냉면(서울 중구, 1회), 함흥면옥(서울 중구, 1회), 오장동흥남집(서울 중구, 1회)에서도 식사했다. 다섯 번 식사 중 한 번은 꼭 냉면집을 찾은 셈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평양면옥./평양면옥 홈페이지 캡쳐


만주 출생인 정 부의장의 냉면 사랑은 익히 알려져있다. 그는 지난 2018년 200명 규모의 평양 남북정상회담 방북 대표단에 포함돼 평양을 방문했고 당시 화제였던 ‘옥류관 냉면 만찬’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김어준이 진행하는 시사프로그램 ‘블랙하우스’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돌아봤다.



김어준 “만찬장에 참석하신 남북한의 극소수 요인 중 한 명이거든요, 한 잔 하시다가 울컥하지 않으셨습니까?”

정세현 “결론이 난 뒤니깐.. 야... 이건 정말, 냉면이 온다고 해 가지고”

김 “울컥 같은 건 없으셨고 냉면 기다린다고?”

정 “평양 옥류관 냉면이 진짜 맛있거든요. 10년 만에 먹는 거에요 이건”





정 부의장이 먹은 옥류관 냉면은 슴슴한 맛으로 유명한 평양냉면의 대표 주자로 알려져 있다. 정 부의장이 자주 간 평양면옥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평양식 냉면이 대표 메뉴고 우래옥 역시 평양 냉면을 주력으로 한다. 을밀대는 ‘북한 평양직할시 중구역에 있는 삼국시대 고구려의 누정’에서 그 이름을 따 왔다. 필동면옥 역시 ‘평냉’ 맛집이다. 정 부의장이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노포들을 찾으며 2년 전 ‘평양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만찬 메뉴로 오른 옥류관 냉면을 맛보고 있다.아래는 옥류관 냉면/서울경제 DB


정 부의장이 “10년만에 먹는 것”이라고 할 만큼 그의 방북(訪北)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08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의장으로서 6.15 공동선언 기념 행사를 위해 북한 금강산을 찾았다. 그는 1977년 박정희 정권 당시 국토통일원에서 북한 문제 전문가로 첫발을 내디딘 후 42년 일생을 북한 이슈에 매달린 남북 문제 전문가다. 김대중 정권 때는 통일부 차관을 지냈고 이후 장관으로 영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첫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이었던 그는 2003년 6자회담 실무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고 2004년에는 방북 실무대표의 임무를 맡아 38선을 오갔다. 회고록 ‘판문점의 협상가’에서 민간인 자격으로 수차례 평양을 방문했다고 회고할 정도로 누구보다 북한을 자주 드나든 인물인 셈이다.

정 부의장에겐 냉면과 관련해 최근 얼굴 붉혔던 일도 있다. 지난 2018년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핀잔을 줬다는 증언이 나오자 정 부의장은 “북쪽에서 심각하게 사과를 하든지 조치를 취해야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기업인들에게 목구멍으로 냉면이 들어가느냐는 얘기를 하면 일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일을 망치려고 작정하고 덤비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정 부의장은 북한이 “냉면 처먹고” 등 폭언을 퍼붓는 상황에서도 “미국 때문”으로 그 책임을 돌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2018년 남북 정상 만찬을 준비했던 오수봉 옥류관 주방장은 지난 6월 “평양에 와서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다”며 막말을 퍼부었다. 당시 김은혜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대변인은 “신기루를 붙잡으려 북한에 끌려다니다 국민들의 자존심은 저만치 떠밀려간 상태”라며 “정부는 더 이상 상대가 산산조각낸 신뢰를 억지로 끼어 붙이려는 비굴함이나 우리 국민을 상대로 한 겁박으로 응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하태경 의원은 “북한의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었다”며 “삐라(전단)는 핑계일 뿐 목적은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깔아뭉개기”라고 진단했다.

반면 정 부의장은 오 주방장의 발언을 두고 “우리 정부가 북한한테 이런 모욕을, 수모를 당하게 만든 것이 사실은 미국(때문)이었다”며 “미국에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막말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경제재재에 대한 북한의 항의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통령을 모독하는 상황에서 ‘미국 탓’을 하는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태규 의원은 “평화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국민 합의는 커녕 국민 분란만 일으키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며 “냉면은 즐기되, 남북관계와 국제정세에 대한 냉철한 인식은 항상 견지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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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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