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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문화
조선시대를 움직인 '한줄의 문장'

[책꽂이] 문장의 시대, 시대의 문장

백승종 지음, 김영사 펴냄





조선 왕조를 흔히 ‘문장의 왕국’이라고 지칭한다. 한문의 종주국인 중국 송·명·청 왕조에서도 우리나라 선비들의 글을 애호할 정도였다. 나라를 바로 세우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지식인들이 문장으로 통찰을 전달하려 했으니 좋은 글에 대해 고민한 건 물론이다. 신간 ‘문장의 시대, 시대의 문장’은 조선의 식자들이 남긴 문장에 담긴 마음과 지혜를 소개하는 동시에 글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좋은 문장’이 무엇인지 생각할 여지를 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책이다. 국내 역사학계에 미시사 연구방법론을 본격 도입한 역사학자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가 조선왕조 500년을 가로지르는 최고의 문장을 골라 시대의 풍경과 문장가의 사연을 전한다.

정도전·허균 등 당대 문장가의

정치 비판부터 소소한 일상 등

시대 담은 촌철살인 글귀 소개

현재에 지니는 의미까지 짚어



삼봉 정도전이 펼치려 한 조선의 통치철학, 제도를 담은 ‘조선경국전’. /사진제공=김영사


전반부는 조선왕조의 시대적 변화와 사명 속에 당대 문장가들이 어떻게 글로 세상을 움직였는지를 소개한다. 성리학에 근거한 조선의 통치철학, 제도와 조직을 ‘조선경국전’ 등을 통해 제시한 삼봉 정도전은 문집 ‘삼봉집’ 등을 남긴 문장가이기도 했다. 그가 “부귀는 본디 뜬구름과 같은 것. 군자에게 오직 소중한 건 의리뿐. 그 이름 만고천추에 남으리”라고 읊은 시는 옳은 일을 위해 목숨도 걸겠다는 젊은 날의 패기를 간결하게 드러낸다. 저자가 ‘조선 제일의 언행일치 문장가’라고 높이 평가한 박팽년은 세종이 추구한 실용적 문장론을 완성한 학자다. 그는 총명했던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에게 홀려 방탕한 생활에 빠져 나라까지 잃은 스캔들을 빗대어 “털끝만한 차이가 천 리로 벌어진다”고 일갈하며 도덕지상주의자의 면모를 드러낸다. 솔직담백한 문체를 강조한 성리학의 전성시대에 교산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진귀한 음식과 요리를 소개하는 척 사회를 도발한다. 그는 “식욕과 성욕은 사람의 본성이다. 식욕은 생명에 관계되는 것이다. 남녀의 정욕은 하늘이 주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는 허균이 인간 본성을 자기 나름으로 정리한 문장으로 성리학의 근본을 뒤흔들었다고 평가한다.

조선 후기, 극심한 붕당 정치의 원인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건 성호 이익을 비롯한 실학자들의 문장이다. 그는 ‘붕당을 논한다’에서 “한 사람이 벼슬을 얻으면 그를 그림자처럼 따르는 무리가 생긴다. 당파가 나뉘는 것 역시 빤한 이치”라며 실천적·구체적 문장으로 붕당의 원인을 따진다. 가장 큰 격변이 몰아친 개화기에도 글의 힘이 시대를 밝혔다. 저자가 19세기 조선 최고의 지식인으로 꼽은 혜강 최한기는 문자와 언어의 통일이라는 시대를 앞선 생각을 드러내고 서양과의 통상이 당연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문장론에서는 먼저 글의 취지를 명확히 한 다음 논지를 보충·강화하는 근대적 글쓰기의 방법론도 제시한다.



추사 김정희가 극찬하는 글을 썼던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난초 그림. /사진제공=김영사


책의 후반부는 그 시대의 소소한 세상 풍경을 바라보는 문장들을 소개하고 있다. 추사 김정희가 제자이자 조카인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난초 그림을 보고 “압록강 동쪽, 조선에는 이런 그림이 없었다”고 짧은 글로 극찬하고, 실학자인 담헌 홍대용은 국경 넘어 중국의 문인들과의 교감에서 얻은 우정을 문장에 드러낸다. 신위는 ‘죽미곡’에서는 “백 가지 꽃을 다 심어도 좋으나 대나무만은 심지 않으리라. 가장 나쁜 것은 그림 그리는 붓대라, 그리움만 적을 뿐이니”라며 사랑의 괴로움을 내비쳤다. 남명 조식이 명종 임금에게 “나랏일은 이미 잘못됐고 나라의 근본이 망해 천의가 떠나갔습니다. 인심도 이미 떠났습니다”라 말한 상소문은 날카롭고 매서운 선비의 절개를 보여준다. 저자는 조식의 상소문을 ‘조선 역사상 가장 격렬한 상소문’이라고 평가한다.

백 교수는 시대와 역사의 흐름 속에 변하는 문장의 특징과 의의를 짚어냄으으로써 조선의 문장이 현재에 지니는 의미를 드러내고자 했다고 한다. 그들의 글에서 참된 글과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에 가까워지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우리를 공정하고 평화로운 미래로 안내할 문장의 스승은 어디에나 있다”며 우리에게도 문장이 희망이라고 강조한다. 희망을 찾아내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1만4,800원.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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