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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정책
의결권 3% 제한땐...13개 기업 대주주 지분 52조 '무용지물'

■본지·전경련, 지주사 체제 주요 대기업 분석

정부 추진 상법 개정안 통과땐

의결권 행사 못하는 지분 가치

LG 19조·SK 11조·롯데 8조 달해

지주사 전환 잘 따를수록 손해↑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도입되고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면 감사위원선출시 의결권이 제한되는 지주사 체제 대기업의 지분가치가 무려 5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의 지주사 전환 유도 정책을 성실하게 이행한 기업일수록 쓸모없어지는 지분의 가치가 컸다. 전문가들은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상법상 대주주의 정당한 권리를 억압할뿐더러 정부 정책을 잘 따랐던 기업들이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본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3% 초과지분 전체가치 51조8,374억

28일 서울경제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를 도입하고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주사 체제 주요 대기업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지분의 가치가 얼마인지 계산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34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지주사 체제인 비(非)금융사 13곳을 대상으로 했다. 분석 결과 이들 기업이 거느리고 있는 총 47개 자회사(상장사)에 대해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3% 초과 지분의 전체 가치는 51조8,374억원이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약 52조원 어치의 지분이 정작 감사위원 선출 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지분율과 주당 가격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했다.

2003년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LG그룹은 상법 개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지분의 가치가 19조원에 달했다. 지주사인 ㈜LG는 LG전자(34%)와 LG화학(33%), LG유플러스(36%) 등 총 12개의 상장 자회사를 두고 있다. 상법 개정 시 ㈜LG가 이들 계열사의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은 3%(특수관계인 포함)에 불과해 30%가 넘는 지분은 쓸모가 없게 된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정부 방침을 성실히 따라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높고 계열사가 많을수록, 주가가 높은 기업일수록 무용지물이 되는 지분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식을 재계 서열 3위 SK에 적용해도 그 규모가 조(兆) 단위에 이른다. 최태원 회장이 지분 18%를 보유한 지주사 SK㈜가 SK이노베이션(33%), SK텔레콤(27%), SKC(41%) 등 6개 상장 자회사에 대해 3%를 초과해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11조320억원에 이른다. 기업 지배구조 강화 측면에서 막대한 자금을 들여 지분율을 높여왔는데 상법이 개정되면 정작 이렇게 확보한 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3%밖에 행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롯데는 롯데케미칼 등 6개 자회사 지분을 지주사인 롯데지주뿐 아니라 롯데물산, 신동빈 회장 등이 골고루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3%를 넘어서는 지분에 대한 전체 가치를 환산하면 8조722억원이었다.

이밖에 △GS 2조2,075억원 △현대중공업 3조1,218억원 △CJ 3조4,480억원 △한진 1조1,706억원 △효성 7,949억원 △하림 1조7,348억원 △코오롱 6,540억원 △HDC 4,721억원이었다.

기업가치 오르긴커녕 투기대상 될수도

상법 전문가들은 수조원대의 지분 가치를 휴짓조각으로 만드는 것 외에, 특히 투기·공격 세력이 회사의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에 적대적인 이사(감사위원)가 이사회에 진입해 각종 회계·사업 자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도입되면 이사 선임에 있어 대주주의 의결권을 사실상 완전히 제한하게 된다”면서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가 찬반 대결만 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종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기업법학회장)도 “감사위원 분리선출에 3%룰을 적용한다고 해서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투기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 실적보다는 소수 주주의 입김에 의해 주가가 더 크게 변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기 목적의 주식 매매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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