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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회·정당·정책
[여쏙야쏙] 정책국감 하라면서 성과는 SNS?···민주당 '우수의원' 기준에 보좌진 멘붕

■송종호의 여쏙야쏙

국감때면 새벽별 동무삼아 출퇴근

4년마다 실직 걱정하는 고달픈 삶에도

'특종' 만들어 '모시는' 의원 알리기 힘써

하루 아침에 평가기준 바뀌자 불만 쏟아져

서울경제신문 DB




21대 첫 국정감사가 중반에 접어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대목’이 됐으니 국회 보좌진 마다 눈코뜰새없이 바쁠 것 같은데 뜻밖에 의욕을 상실한 모습이 많습니다. 특히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더 심한 의욕 상실증에 빠져 국회 ‘대나무숲’에 지도부를 원망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정책국감 하라면서 평가는 정책적 성과가 아닌 SNS누가 많이 했나. 카드뉴스와 영상 누가 더 많이 만들었나로 하시겠다고요. 보좌진들 추석 연휴 반납하고 매일 야근하며 질의서, 보도자료 쓰고 있는 거 안보이십니까. 이게 정책국감입니까. SNS국감입니까” 이처럼 불만이 큰 이유를 확인해보니 국정감사 우수의원 선정 기준을 급 변경하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국감 전에 민주당은 정책자료집과 보도자료, 언론 보도 등을 기준으로 국감 우수의원을 선정한다고 했습니다. 그간 국감과 크게 다르지 않는 평가 기준이었는데요. 예를 들어 언론보도 시 일간지 등에 게재된 기사는 복사를 해서 제출하고, 인터넷 기사의 경우 평가에 반영이 안되는 등 각 언론사 간 차등을 둬 보도횟수를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방송보도의 경우 의원 실물이 나온 인터뷰 화면과 자막으로 나온 의원 이름을 캡처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2020년 국정감사 우수의원 선정 자료 제출 변경’ 관련 원내 공지 공문


그러다 국감 하루 전인 지난 7일 민주당 원내 행정기획실에서 ‘2020년 국정감사 우수의원 선정 자료 제출 관련 변경 공지’를 내보냈습니다. 변경안에 따르면 민주당 보좌진들은 11월 초까지 △질의서 △보도자료 △ 정책자료집 △온라인 정책활동 △카드 뉴스로 분류된 국정감사 활동 내역 증빙 자료를 별도로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앞서 공지된 언론 보도 항목은 아예 제외됐습니다. 민주당은 “국정 전반에 대한 분석 및 정책대안 제시 등 국정감사 성과와 다양한 매체 활용을 통한 홍보활동을 고려한 것”이라고 변경 사유를 밝혔습니다. 아울러 기사개수와 언론사 간 차등 등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에서 변경을 한 것인데 보좌진 입장에서는 변경 사유와 시점, 평가 기준에 납득이 안간다며 불만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국감이 한참 진행중인 상황에서 보좌진들의 원성은 가득합니다. 대나무숲에는 “여당 국감 평가, 경기 중에 룰을 바꾸는 건 대체 무슨 짓입니까. 거기에 개악된 룰은 조악하기까지..당장 의원실 자료 부실해지고 양치기할 게 눈에 선하네요. 국감도 힘든데 참 감사합니다. 덕분에 있던 의욕이 달아나네요”라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 수도권 재선의원 비서관은 “정량평가를 정성평가로 바꾸는 시도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평가의 기준을 국정감사 시작 당일에 공지하는 이유에 대해서 납득이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보좌관은 “같은 사안을 쪼개서 보도자료를 많이 생산하면 되지 않겠냐”며 “감사에 매달려야 할 시간에 카드뉴스나 SNS에 집중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국회 대나무숲 캡처




보좌관 일상을 모르는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권부(權府)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응석’처럼 보이지만 보좌관들의 삶을 돌이켜 보자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배우 이정재가 드라마에서 보인 보좌관은 정말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보좌관일 뿐 현실은 성질 사나운 의원을 만나면 갖은 수모를 견뎌내야 하고 국감 때에는 새벽 별을 친구 삼아 출퇴근해야 하며 4년마다 실직과 이직을 걱정해야 하는 게 국회 보좌진입니다. 자신은 철저하게 숨기면서 의원에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돌려야 하는 것이 보좌관들의 운명입니다.

특히 국감은 ‘스타의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물론 그 희생은 보좌관의 몫입니다. 민주당 한 보좌관은 “특종을 만들어내느라 수면시간이 3~4시간에 불과하다. 간이침대에서 자기도 하는데 새벽4시에 퇴근하는 것이 일상으로 이번엔 아이 생일도 챙기지 못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래도 다음날 조간신문에 ‘모시는’ 의원 이름이 떡하니 나오면 신이 나는 게 또 보좌관입니다. 온종일 컴퓨터에 앉아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목과 허리의 디스크 이상을 호소하는 보좌관들도 많습니다. ‘국감특종’ 스트레스도 대단한데 다른 한 보좌관은 “상임위 의원들은 질의 내용이 대부분 비슷한데 질의나 발언 순서가 밀리면 카메라의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된다”며 “어떤 의원들은 이를 가지고 불호령을 내리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대나무숲 캡처


무엇보다 국감 우수의원상이 원내대표가 직접 수여한다는 점에서 감내했는데 그 마저도 SNS 홍보와 카드뉴스에 무게중심이 쏠리다 보니 의욕이 떨어졌다는 지적입니다. 민주당 한 보좌관이 대나무 숲에 올린 글로 마무리를 해봅니다. “받으면서도 왜 주는 모를 수 많은 우수 국감상보다 원내 대표상 하나 받는 게 자부심이었다. 적어도 공신력있는 매체에 실린 보도성과로 평가하니 누가 받던 객관적으로 수긍이 됐다.(중략) 누구를 위한 평가인지. 누구에 의한 평가인지. 누가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 할 바에야 원내대표상을 없애면 좋겠다. 국감준비도 바빠죽겠는데 곁다리 신경 쓰느라 진짜 죽을 맛이다”

인내(忍)를 가슴에 새기며 오늘도 꿈(夢)을 포기하지 않는 숙명을 가진 국회 보좌관은 대략 2,700명가량이 됩니다. 고단하지만 ‘정’(正)을 만들겠다는 ‘꿈’(夢) 을 가진 보좌관들이 의욕을 가질 수 있게 국감 중반 상황에서 각당 소속 의원과 지도부가 한 번 뒤돌아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여쏙야쏙’은 여당과 야당 ‘속’ 사정을 ‘쏙쏙’ 알기 쉽게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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