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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집 가진 사람을 나라곳간 채울 '세금 인출기'로 아나
국토연구원이 27일 정부 입장을 담아 제시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은 2030년까지 공시가를 시가의 90%까지 올리는 방안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토지 65.5%, 단독주택 53.6%, 아파트 등 공동주택 69.0%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이 가운데 30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은 이미 79.5%에 달한 반면 6억~9억원은 67.1%에 그친다. 로드맵대로 실행된다면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재산세는 매년 늘어나고, 특히 중저가아파트를 가진 서민들의 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조세정책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냈다. 특히 서울 강남 주택 소유자와 다주택자들의 재산세는 징벌적 수준으로 치솟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 동안 서울 전체의 평균 재산세 증가율은 53%나 급증했는데, 강남 3구는 70%를 훌쩍 넘었다. 집값이 오른 탓도 있지만 과세표준이 되는 공시가격의 비율을 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비롯한 강북의 상당수 지역에도 세금폭탄이 투하될 확률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조세정책이 납세자들의 수용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가진 사람들은 지금도 연간 200만원 안팎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은퇴자들은 연금을 몽땅 털어도 모자랄 판이다. 공시가격이 세금은 물론 건강보험료 등 여러 행정자료로 활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들이 받을 충격은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의 실질적인 세 부담을 정밀하게 점검해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 공시가 현실화가 어쩔 수 없다면 1주택자에 대해서는 재산세율을 낮춰 세금 때문에 가위눌리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당정 일각에서 거론되듯이 중저가 부동산의 세 부담만 낮추는 것은 국민들을 갈라치기 하는 것에 불과하다. 정책 잘못으로 집값이 올라가게 해놓고 이를 통해 나라 곳간을 채우는 것은 아마추어 행정을 넘어 국민을 더욱 힘들게 하는 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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