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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
한남동 자택→ 집무실→화성사업장 둘러본 뒤 '영원히 이별'[이건희 회장의 '마지막 출근']

오전 7시30분께 비공개 영결식

이재용 굳은표정으로 자리 지켜

이부진은 슬픔 못 이기고 '오열'

동영상 시청·유족 헌화 끝난뒤

'반도체 심장' 화성사업장 들러

수천명 임직원 배웅 뒤로 하고

수원 가족 선산에서 잠들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28일 고인의 운구 차량이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나서고 있다. 고인이 사재를 털어 일군 화성 반도체 사업장의 직원 수천여명은 이날 3,000여 송이의 국화를 들고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화성=연합뉴스




한국 경제에 세계 1류 DNA를 심고 지난 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과 발인이 28일 엄수됐다. 고인은 마지막으로 용산구 한남동 자택과 리움미술관·화성사업장을 둘러보고 수원 선산에 영면했다.

이날 오전7시30분께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지하 강당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고인의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이 참석했다. 영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린 이재용 부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유가족을 이끌었다. 이부진 사장이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휘청이자 홍 전 관장이 부축하기도 했다.

영결식은 고인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정유경 총괄사장, 고인의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등 가까운 유족만 참석한 가운데 차분한 분위기 속에 비공개로 이뤄졌다.

이수빈 삼성경제연구소 회장은 약력 보고를 하면서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의 삶을 회고하다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을 읽으며 목이 메었다. 고인의 50년 지기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 회장보다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하다)’를 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면서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며 울먹였다. 김 전 회장은 이어 “부친의 어깨너머로 배운 이건희 회장이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뤘듯 이건희 회장의 어깨너머로 배운 이재용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생전 활약상과 지인들의 인터뷰를 담은 동영상 시청, 유족들의 조화 헌화로 영결식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재계 인사들도 애도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장남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도 별도로 마련된 장소에서 영결식을 함께했다.

발인에는 이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좌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정현호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사장, 이인용 사장 등이 함께했다.



오전8시55분께 이 회장의 시신이 안치된 운구차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출발해 병원 밖으로 향했다. 운구차 행렬은 맨 앞 차량이 방향을 안내하고 시신을 운구한 리무진, 유족을 태운 대형 버스, 전·현직 고위 임원이 탄 카운티버스, 승합차 등 총 5대로 이뤄졌다.

운구차는 고인의 발자취가 담긴 한남동으로 향했다. 삼성미술관 리움, 자택과 집무실로 썼던 승지원을 정차하지 않고 속도를 늦춰 차례로 들렀다. 고인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지 6년 5개월 만의 ‘귀가’였다.

운구 차량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을 빠져나가 삼성전자 기흥·화성사업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고인이 사재를 털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1983년 이병철 선대회장과 함께 직접 사업장 부지를 확보하고 착공, 준공식까지 직접 챙겼을 정도로 애착이 큰 곳이다.

운구 차량은 오전11시부터 약 25분간 화성사업장을 돌아봤다. 전현직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협력사 직원 수천 명이 3,000여 송이의 국화를 들고 2㎞ 도로 양쪽에 늘어서 고인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고인이 직접 2010년과 2011년 기공식·준공식에 모두 참석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던 16라인 앞에서는 이 부회장 등 유가족들이 모두 하차했다. 방진복을 입은 남녀 직원이 16라인 웨이퍼를 직접 들고 나와 고인을 기렸다. 고인의 과거 방문 당시 영상을 지켜본 유가족들은 버스 탑승 전 임직원들에게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표시했다.

‘마지막 출근지’인 화성사업장을 뒤로 한 이 회장은 정오께 수원 가족 선산에서 도착한 뒤 1시간여의 장례절차 끝에 영원한 잠에 들었다. 장지는 고인의 부친 이병철 선대회장과 모친 박두을 여사가 묻힌 용인 선영이 아닌 수원으로 결정됐다. 수원 선산은 이병철 선대회장의 부모와 조부가 잠든 곳이다. 수원에는 삼성전자 본사가 있다.
/변수연·이수민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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