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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제도 美 의존하는데 ‘안미경중’은 난센스, 안보든 경제든 미국 우선으로“[청론직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바이든 행정부, 반중전선 구축 위해 동맹국들 압박 예상

중국과 선린관계 중요하지만 한미동맹 대체할 수 없어

외교에 이념잣대 안돼...외교안보라인과 전략 리셋해야

文정부, 기존 대북정책 고수하면 바이든과 '동상이몽'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이 1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사이에서 모호하게 사안별로 대응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며 “미국은 안보·경제 분야에서 모두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동맹”이라고 말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촉각이 모이고 있다. 바이든 새 행정부는 외교·안보·경제·통상 등 모든 분야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일방주의보다 다자주의, 고립보다 동맹을 강조하는 만큼 한미관계와 북핵 문제 등 한반도 관련 정책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2013년 5월에서 2017년 7월까지 4년여간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를 11일 만나 ‘바이든 시대’의 미국의 정책 방향과 우리의 대응전략 등을 들어봤다. 윤 전 원장은 “중국조차 경제를 미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기대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은 난센스”라며 “안보든 경제든 미국 우선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 추진 같은 대북정책을 고수한다면 바이든 당선인과 동상이몽(同床異夢)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북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전 세계적 관점에서 외교안보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바이든의 승리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4년 동안 미국의 위상이 많이 추락했다. 돈으로 동맹을 환산하고 절차를 무시한 채 정상 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스타일로 그간 미국이 추구해온 국제관계는 엉망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이 승리하며 미국이 다시 세계의 리더로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본다. 바이든 행정부는 헝클어진 미국의 대외정책과 네트워크를 복원해야 하는 책무를 안고 출범하게 됐다.

-바이든 시대에 한미관계 변화가 예상되는데.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미국은 전통적인 대외정책으로 복귀할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이었던 시절에 강조해온 핵심 키워드는 딱 두 가지다. 바로 동맹과 민주주의다. 따라서 국제문제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 간 연대 강화를 중시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주의를 강조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다르게 접근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반중(反中)연합체 성격의 인도태평양전략과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다자안보협력체) 등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했지만 그렇다고 강요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우리 정부가 안보협력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중국 화웨이 제재에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를 취했음에도 미국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그만큼 동맹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 네트워크와 민주주의의 연대를 중시한다. 한국 등 동맹국들에 걸맞은 역할을 주문할 공산이 크다.

-미국의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인가.

△2013년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 시절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해 “미국에 반하는 베팅을 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 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을 봤을 때 한국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상황으로 갈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처럼 외교안보 전략의 초점을 북한 문제에만 맞추지 말고 글로벌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동맹에 관심을 가질수록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어야 하는데 현 정부는 그걸 부담으로 느끼지 않을까 걱정된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쿼드 같은 반중협의체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중단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급진전되지는 않더라도 재개될 소지가 크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 언론 기고문에서 취임 첫해에 ‘민주주의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민주국가들을 결집해 민주주의 체제를 강화하고 이로부터 퇴보하는 국가들과 맞서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반중국 전선을 만든다는 뜻이다. 미국의 변화에 맞춰 우리 외교정책도 리셋해야 한다. 달라진 환경에 맞게 우리 외교정책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외교정책 리셋, 즉 재정비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외교안보팀에 바이든 행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 지금 하마평에 오른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대부분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인사들이다. 하지만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논의한 경험이 있는 외교부 대미 라인의 대다수가 문재인 정부 들어 사라져버렸다. 바이든 행정부와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외교관을 ‘북미 마피아’ 등 이념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념과 상관없이 전문성을 가진 외교관료집단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바이든 당선인 측 인사들을 잘 아는 외교관들을 빨리 백업해 외교안보팀을 재편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바이든 당선인이 추진하는 민주주의정상회의 등에 우리 정부가 적극 참여하고 유치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하는 게 쉽지 않은데.



△우리가 한국전쟁 이후 70년간 주변의 열강세력을 견제하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던 데는 누가 뭐래도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큰 역할을 했다. 일각에서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상하자 중국이 대세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미국의 국방과 경제가 쇠퇴했는가.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심을 갖고 있지 않다. 미국은 옛 로마와 비슷하게 변방의 지역에 균형을 만들어 서로 견제하게 한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은 중국·러시아·일본 간 균형을 만들어 견제하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안미경중’을 한국이 살아갈 지혜인 양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기대면서 사안별로 대응하라는 뜻인데 그럼 중국은 경제를 어디에 의존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비중이 크다. 미국이 그동안 만들어놓은 글로벌 가치사슬(밸류체인)에서 중국도 이익을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 우리가 안미경중을 말할 수 있는가. 그건 난센스다. 중국조차 경제성장을 위해 미국에 의지한다. 우리가 안보든 경제든 미국 우선으로 가야 하는 이유다.

-그래도 중국은 북핵 문제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중국은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해 일정 부분 우호적 관계를 가져야 하는 주변 국가이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중요한 나라다. 그런 면에서 중국 등 주변국과도 선린관계를 맺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미국을 대체할 수 없다. 안보·경제 모두 미국은 우리의 유일한 동맹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외교를 얘기하는데 이렇게 모호하게 사안별로 대응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중립·회색 지대에서 벗어나 한쪽을 선택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북한 문제에 대한 시각에서도 트럼프·바이든 행정부 사이에 차이가 클 텐데.

△북한 핵 문제는 대단히 복잡한 사안이다. 일종의 군축협상이어서 기술적 부분 등 난제가 많다.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더라도 해결책을 찾기 힘든 사안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하게 생각했다. 정상 간 대화를 중시하는 톱다운 방식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지난 3년간 단 하나의 미사일도, 단 하나의 핵탄두도 줄어들기는커녕 되레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당선인은 수십년 동안 외교 문제를 다뤄온 전문가다. 상원 외교위원장과 부통령을 거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공부한 상태다. 실무회담부터 치밀하게 보텀업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바이든 당선인은 협상가들에게 전권을 맡기겠다는 점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특히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면 종전선언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본다. 먼저 북한 비핵화가 이뤄져야 경제협력을 포함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종전선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종전선언은 노무현 정부 당시 10·4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에서 우리가 처음 제시한 아이디어이지만 북한이 큰 관심을 갖지 않아 흐지부지됐다. 미국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트럼프 대통령 맞춤형 접근이라고 판단된다. 노벨평화상에 관심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전선언은 솔깃한 제안이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종전선언을 매개로 그를 계속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세일즈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청와대가 종전선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대북정책을 고수한다면 바이든 당선인과 동상이몽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

-경제 측면에서 미중 갈등이 우리 기업과 산업에 기회와 위기가 될 수 있는데.

△자동차·전자 등 주력산업에서 중국이 우리나라를 거의 따라잡거나 추월한 상황에서 미중 갈등이 촉발되면서 우리의 숨통이 트인 게 사실이다. 중국 업체의 배터리를 쓰던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산으로 돌리고 있고 화웨이가 흔들리면서 우리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미중 갈등 속에 중국 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우리가 다시 한 번 격차를 만들어낼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았다. 중장기 대책을 서둘러 세우면 하드웨어 측면에서 디지털플랫폼을 만드는 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국에 대한 저자세를 버리고 당당하게 우리 입장을 밝히는 경제외교를 펼쳐야 한다. 그러나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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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라벌고와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 일본 게이오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남북고위급회담 특별자문위원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를 역임했다.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 부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 시절 4년여 동안 국립외교원장을 지냈다. 지금은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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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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