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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해외칼럼] 조지아, 아무 문제없나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대졸이상 고학력자 많은 조지아주

바이든 무난한 승리 예상되지만

인구밀도와 학력으로 양분된 구도

美 민주주의 기저 결함 악화시켜

폴 크루그먼




지금 미국인의 마음에는 조지아주가 자리 잡고 있다. 아마도 그곳의 최종 투표 결과는 조 바이든의 승리로 마무리될 것이다. 대다수 관측통은 박빙이기는 하지만 바이든이 무난히 이길 것으로 점친다. 조지아주에 관심이 쏠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내년 1월 민주당의 상원 장악 여부를 결정지을 2건의 결선투표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조지아가 주목받는 것은 단지 이번 선거 결과 때문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올해 선거에서 조지아를 그들의 세력권에 끌어들였으나 텍사스보다 훨씬 더 도널드 트럼프 쪽으로 기운 오하이오를 공략하지 못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앞으로 미국 민주주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조지아는 어떻게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돌아섰을까. 애틀랜틱지의 데릭 톰슨 기자는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히 대신해줬다. 톰슨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정치구도는 ‘인구밀도와 학력’을 기준으로 양분된 상태다. 거대도시권을 품은 고도로 도시화한 주들은 고학력 인구를 거느리고 대학 졸업장을 가진 주민들은 대체로 강한 민주당 성향을 보인다.

인구밀도와 학력이 정파성과 연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지금의 공화당은 부유층을 위한 감세안을 강력히 지지하는 반면 나머지 계층에 속한 모든 사람의 혜택은 축소하는 금권주의 경제정책을 당의 장기적 정치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러면서도 공화당은 인종적 적대감은 물론 전반적인 사회 변화에 반대하는 대중의 폭넓은 무관용 정서를 이용해 부유층에 속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 든다.

그러나 다양한 거대도시권에 밀집한 고학력 유권자들에게는 이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도시 거주자들과 고학력자들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화당식 진보주의에 도리질을 친다. 바로 이것이 부유층에 속하는 지역의 숱한 유권자들이 공화당이 대변하는 감세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으로 돌아선 이유다.

실제로 인구밀도와 대학 졸업자들은 지난 수십년에 걸쳐 강한 연계성을 보여줬다. 현대 경제의 성장은 지식기반 사업이 주도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지식기반 산업은 고학력 노동력이 풍부한 거대도시에 밀집해 있고 거대도시권의 성장은 더 많은 고학력 근로자들을 불러들이는 순환구조를 만들어낸다.

조지아도 같은 과정을 거쳐 변모했다. 조지아 주도인 애틀랜타는 전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대도시로 주 전체 인구의 57%가 이곳에 거주한다. 대학교육을 받은 근로자들이 고임금 일자리가 풍부한 애틀랜타로 대거 몰리면서 근로연령대에 속한 대졸 이상 학력의 성인들이 조지아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위스콘신이나 미시간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조지아가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확고하게 만든 ‘블루월’에 합류한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필자의 입장에서 지난 십수년간 민주당이 꼭 배우기를 바랐던 교훈은 인구변화와 사회적 진보주의의 성장에 의지하는 것만으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보수색 짙은 ‘레드스테이드’의 공화당원들은 정책수정이 아닌 게리맨더링과 투표 억압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 들었고 이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 민주당도 이에 맞서 싸울 필요가 있다. 이것이 민주당 세력권으로 이동한 조지아가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고학력자들의 비중이 높고 지식산업이 성장세를 보이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패한 바이든이 조지아에서 승리한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스테이시 에이브럼스라는 두 단어로 귀결된다.

2년 전 에이브럼스는 아슬아슬한 표차로 조지아 주지사선거에서 패했다. 공화당 후보이자 조지아의 선거를 관리하는 주 총무처 장관이었던 브라이언 캠프가 기를 쓰고 흑인유권자들의 투표를 막은 것이 주된 패인이었다. 에이브럼스 입장에서 보면 “승리를 도둑맞았다”며 얼마든지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을 택했다. 에이브럼스는 투표 자격을 가진 조지아 시민들이 유권자 등록을 하고 투표장에 나가도록 돕는 캠페인에 앞장섰고 이로 인해 바이든은 설사 펜실베이니아를 손에 넣지 못했다 해도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민주당이 여전히 상원 탈환의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된 것 역시 그의 노력 덕분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파적 이득보다 노력을 통해 유권자 억압을 극복해낼 수 있다는 반가운 증거를 보게 된다.

이는 분명히 희소식이다. 나쁜 소식은 조지아를 푸르게 만드는 데 기여한 바로 그 요인들이 미국 민주주의의 기저 결함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거대도시권을 갖지 못한 전국의 상대적인 소형주들은 인구가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형주들과 마찬가지로 2개의 연방 상원의석이 배정된다. 이처럼 인구에 비례하지 않는 상원 의석 배정은 대의제도를 왜곡시킬 뿐 아니라 대통령선거인단에까지 영향을 준다.

점점 커지는 소도시와 메트로폴리탄 지역 유권자들의 간극은 지난 2016년 선거의 직접투표 득표 수에서 상대후보에게 크게 뒤진 트럼프가 백악관을 손에 넣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바이든은 직접투표에서 거의 압승에 가까운 큰 표 차이로 트럼프를 눌러야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일단 개표가 모두 완료되면 바이든은 5%포인트 차이로 트럼프에게 앞설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왜곡된 시스템으로 정치적 이익을 보는 정당이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에 반대하게 된다는 증거는 계속 쌓여갈 것이다.

조지아발 뉴스는 그 자체로 고무적이지만 미국 민주주의가 대단히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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