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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74> 공산당 집권 정당화 위해 장기목표 추진…항상 성공한 것은 아냐

■2035년까지 ‘GDP 두 배’ 목표 제시

지난 12일 중국 중부 후난성의 헝양 우편국에서 광군제 이후 배달할 소포를 정리하고 있다. 중국 경기회복에 자신이 붙은 시진핑 국가주석은 오는 2035년까지 GDP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장기목표를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오는 2035년까지 15년 안에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중국 GDP가 100조위안(약 1경7,000조원)을 넘어설 것을 감안하면 2035년에는 200조위안 이상을 달성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중국 1인당 GDP가 1만267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중국은 여전히 성장 중이고 향후 성장의 여지도 많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공언하면서 ‘배수진’을 쳤다. 시 주석은 지난달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9기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에서 제14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14·5계획, 2021~2025년)과 2035년 장기 목표를 설명하면서 “2035년까지 총량 또는 1인당 GDP가 두 배로 커지는 성장이 가능하다”면서 “중국의 경제발전 능력과 상황을 고려할 때 경제는 잠재력이 있으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발전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GDP 두 배’ 목표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이 있는가 하면 불가능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가능하든 안 하든 이러한 무리한 목표가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강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향후 15년 동안 GDP를 두 배로 증가시키려면 전 기간에 연평균 4.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6.1%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에 보면 새 목표가 허황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10여년 후에도 4%대의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은 아무리 중국이라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최고 수뇌의 말이기 때문에 중국 당국은 어떻게든 이를 지키려고 할 것이다. 무리한 추진에 따른 경제상황 왜곡은 피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2일 G20 화상 정상회의에서 “오는 206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 실현”을 재확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은 철도와 도로, 공공시설, 공장 등 인프라 투자에 힘입은 바 크다. 물론 이러한 투자주도 경제는 과거 한국 등 개발도상국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특히 중국이 심한데, 이러한 투자주도 경제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익이 담보되지 않은 무리한 대형 투자는 곧바로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진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2008년 GDP 대비 172%에 불과했던 중국의 총부채율은 지난해 말 300%로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습격한 올해 1·4분기 말에는 이것이 317%로 올라갔다. 지난 2007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전세계 국가부채가 급증했는데 전체 증가분의 40%는 중국이 차지했다고 한다.

경기회복을 위해 중국은 올해도 대규모 인프라투자를 늘렸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중국은 지난 3·4분기에 주요 국가 중에 희귀한 작년동기 대비 4.9%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는데 이는 8.6%나 늘어난 고정자산투자에 힘입은 바 컸다.

중국의 현재 GDP 대비 총부채율 300%도 버거운데 “오는 2035년까지 GDP 두 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채를 더 양산해야 하고 결국 총부채율이 400%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FT의 전망이다. 이는 경제성장률이 점점 하향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수입은 적어지는데 갚아야 하는 빚과 이자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내수 소비를 늘려 생산을 유발해야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현대 중국에 특징적인 계층별·지역별 소득의 불평등 때문이다. 정부 관료와 대형 국유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부의 재분배가 필요하지만 장애가 만만치 않다. 중국의 빈부격차는 주요국 가운데 최악이다.

빈부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은 사회·정치적 세력 전이를 요구한다. 즉 국유기업을 개혁해 이를 민영기업이나 개인에게 부를 분배해야 하는 데 국유기업의 체제를 기반으로 삼고 있는 중국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에서 공산당이 쉽게 허용할 수 없는 일이다.

빤히 눈에 보이는 약점 중의 하나가 중국의 예정된 인구 감소다. 앞서 중국인구발전연구센터가 발표한 ‘중국인구전망 2018’은 “중국의 총인구 규모는 2029년 14억3,9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이는 중국 관방의 긍정적인 예측이고 중국 외 연구기관에서는 피크 시기가 더 앞당겨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한 지난해 말 현재 중국 인구는 14억5만명이다.

이는 중국의 낮은 출산율 때문이다. 지난해 출생 인구는 1,465만명으로, 출생률은 인구 천명당 10.48명으로 사상 최저다. 이에 따라 지난해 중국 인구는 겨우 467만명 늘었을 뿐이다.

1980년대 이후 강행된 한 자녀 정책의 후유증으로 중국의 15~64세 노동연령 인구는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한참 밑돈 지난 2012년부터 이미 감소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중국이 산아제한 규제를 대폭 풀었다고는 하지만 출산율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노동가능 인구가 줄어들 경우 개개인에게 닥치는 압력은 더 커진다. 노동자 1인당 기준으로는 GDP 두 배를 위해서는 연평균 4.7% 성장이 아니라 5.2% 성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중국 광둥성의 시장(강)을 가로지르는 철교가 건설 중이다.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은 이런 인프라 투자에 힘입은 바 크다. /신화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도 중국 정부가 일부러 GDP 두 배 목표를 제시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공산당 장기집권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는 어떤 ‘목표’를 제시하고 이의 실현을 다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GDP 두 배’ 목표 제시는 이전에도 사례가 있었다. 앞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안에 GDP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었다. 당초에는 10% 내외의 고성장을 이어가며 이를 성공시킬 가능성이 커졌지만 올해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다.

후진타오식 ‘GDP 두 배’ 성공을 위해서는 10년 기한의 마지막 해인 올해 5.7% 이상의 성장이 필요했다. 물론 올 초까지만 해도 이는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높게 잡아도 올해 2% 성장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것도 여전히 코로나19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감지덕지라고 볼 수 있다.

후진타오 이전에도 목표는 계속 제시됐다. 덩샤오핑이 만든 ‘샤오캉 사회(小康社會)’라는 개념이 대표적이다. 덩은 이른바 ‘개혁개방’을 시작한 1979년 의식주에 문제가 없는 ‘샤오캉 사회’를 2000년까지 이루겠다는 목표로 제시했다. 이때는 중국 전체를 광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문화대혁명이 끝난지 겨우 3년 정도 지난 시기였다.

이어 2002년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인 2021년까지 모두가 먹고 사는데 어려움이 없는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또 제시했다. ‘잘사는 나라’를 중국 공산당이 만들 테니 잘못이 다소 있더라도 덮어두고 계속 지지해달라는 호소와 같았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GDP 두 배’와 함께 다른 장기목표도 제시한 바 있다. 오염왕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이 향후 40년 안에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 9월 22일 유엔총회 화상 연설을 통해 “2030년 전까지 탄소 배출량이 정점을 찍고 2060년 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도록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GDP 두 배’와 함께 이것도 해외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40년 안에 탄소 중립을 하겠다고 하고서는 이를 위해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2035년까지 ‘GDP 두 배’ 장기목표를 내걸면서도 정작 14·5 계획 동안의 연평균 성장의 단기목표는 내놓지 못한 것과 비슷하다.

중국 베이징 소재 드라월드 환경연구센터 등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전력 당국이 석탄화력 발전을 2030년까지 1,300 GW(기가와트) 이상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2060년까지의 탄소 중립 약속과 모순된다”며 “오히려 2030년까지 석탄화력 발전 능력을 680 GW로 줄여야 한다”며 지적했다.

중국 국유 전력회사들의 연합체인 중국전력기업연합회(CEC)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오는 2030년까지 석탄화력 발전 능력을 현재의 1,000 GW 수준에서 1,300 GW로 대폭 늘리겠다고 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비판이 확산되는 데 대해 시 주석은 지난 22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화상 연설에서 “중국은 말한 것은 반드시 행한다. 확고히 실천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마오쩌둥이 지난 1949년 10월1일 톈안먼 문루에 올라 ‘중화인민공화국 중앙인민정부 성립’을 선언하고 있다. 마오는 이후 지속적으로 장기목표를 내걸며 국민들을 동원했다. /서울경제DB


중국 공산당에서 ‘큰소리부터 치기’의 최고 선배는 물론 마오쩌둥이다. 그의 ‘중국이 10년 안에 영국을 따라 잡고 15년 안에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목표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당연히 당시 마오의 목표 제시가 면밀한 계산에 나온 것은 아니었음을 역사는 증언하다.

마오쩌둥은 1957년 11월 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 공산당 대회에 참석했다. 당시 미소 냉전상황에서 한창 경제개발에 열중하던 소련의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은 11월 6일 최고소비에트회의에서 “15년 후에 소련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전해 들은 마오도 11월 16일 한 회의에서 “흐루쇼프가 우리에게 말하기를 15년 후에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도 말할 수 있다. 15년 후에 영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절대권력자인 마오의 말을 어떻게 부인할 수 있었겠나. 중국 정부가 그해 12월 2일 개최된 중국 총공회(노동조합총연합회) 전국대표대회에서 마오의 모스크바 구상을 공개함으로써 그것이 곧바로 중국의 정책목표가 됐다. 1958년부터 시작된 대약진운동 기간의 구호인 ‘10년 안에 영국, 15년 안에 미국 따라잡기’ 목표는 이렇게 만들어졌고 결국 이는 중국에게 재앙을 초래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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