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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동십자각]실손보험 지속가능하려면

금융부 서은영 차장





만성 적자 상품인 실손 의료보험이 또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보험금 청구액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는 것이 골자로 할인·할증 요율 체계를 반영한 새 상품은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그런데 당국과 보험 업계가 오랜 기간 머리를 맞대고 준비해온 이 상품의 출시를 앞두고 벌써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또 하나의 변죽만 울릴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매년 신규 가입자가 신상품으로 유입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전체 실손 보험 손해율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업계의 주장대로 상품 구조 손질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보험 업계는 실손 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려면 보건 당국의 비급여 의료비 통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내왔다.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는 비용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며 정부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문제는 비급여 진료 비용의 상당 부분이 국민 3,400만 명이 가입한 ‘제2의 건강보험’인 실손 보험에 전가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보험을 통해 치료비를 보전받는 상당수 환자들의 진료비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악용해 비급여 진료비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 됐다. 의료 기관에 따라 도수 치료 비용은 최대 300배까지 차이가 나고 체외 충격파 치료는 가격 편차가 2,000배에 달한다. 각 진료비의 타당성을 따질 권한이 없는 보험사들은 청구된 진료 내역에 따라 보험금을 내줄 수밖에 없었고 그사이 실손 보험의 연간 적자 규모는 매년 조 단위로 뛰었다.



의료 기관이 비급여 진료에 대한 자율적 가격 결정권을 보장받는 사이 실손 보험은 철저한 가격 통제를 받았다. 2조 7,869억 원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내면서 보험사들은 실손 보험료를 두 자릿수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의 압박 속에 인상률을 일제히 낮췄다. 물가 상승률 안정화 정책에 기반한 인위적인 가격 통제 속에 다수의 가입자가 소수의 보험금을 대주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됐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가입자 10명 중 3명이 전체 지급 보험금의 70~80%를 가져가는데도 모든 가입자가 손해율 고공 행진에 따른 보험료 인상 부담을 동일하게 나눠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입자의 71.5%는 보험금을 아예 청구하지 않은 반면 연간 의료 기관 이용 건수가 1,000건을 넘어서는 가입자도 있었다. 내년에 나올 신상품은 이 같은 기형적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첫걸음이지만 금융 당국의 가격통제 기조가 이어진다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치솟은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가 인상되고 손해율이 안정되면 보험료를 인하하는 가격 자율화가 정착돼야 수십 년째 이어진 실손 보험의 시장 왜곡이 해소될 수 있다.

실손 보험의 지속 가능성 확보는 보험 업계만의 숙제가 아니다. 민간 보험을 통해 공보험의 보장 체계를 보완하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해야 하는 정부에도 중요한 과제다.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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