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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100만원짜리 주사를 놓치고, 아이는 RSV에 걸렸다 [서지혜 기자의 건강한 육아]




쌍둥이 아이들이 약 80일쯤 됐을 무렵의 일입니다. 한 아이가 종일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낮잠을 세 시간 가까이 자는 아이를 보면서 ‘내 딸은 효녀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잠시 눈을 떴다 다시 잠이 들고 깰 때마다 예사롭지 않은 소리의 기침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서둘러 아이를 가까운 소아과로 데리고 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기침 소리도 심상치 않고 하루 종일 자는 건 위험하다”며 “소견서를 써 줄 테니 내일 아침까지 지켜보고 대학 병원으로 가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내일 아침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이는 구토를 했고 급기야 다른 한 명의 아이도 똑같은 소리의 기침을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두 아이는 같은 병에 걸렸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창피하지만 전 무슨 일이 생길까 무서웠고, 전화를 붙들고 남편에게 빨리, 더 빨리 오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후로 아이들은 약 열흘 정도 대학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아직 4㎏도 되지 않는 너무 작은 아이들이어서 링거 주사를 발등에 꽂은 채 말이죠. 아이들의 병명은 ‘RSV’였습니다.

RSV, 누구냐 넌?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는 매 해 10월부터 다음해 3월 사이 전국의 모든 산후조리원을 공포에 떨게 하는 무시무시한 ‘신생아 감염병’입니다. 지난 해 2월에는 울산, 평택, 대구, 인천 등의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가 RSV에 감염돼 폐쇄되는 일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기도 했죠. 하지만 산후조리원 시기에만 감염되는 병은 아닙니다. 저의 경우에도 아이들이 산후조리원은 아무런 사고 없이 퇴소했지만 생후 3개월이 되어가던 시점에 뜬금없이 감염됐으니까요.

RSV는 주로 1세 이하의 영아들에게서 폐렴과 모세기관지염을 주로 일으키는 대표적인 겨울철 바이러스입니다. 증상은 기침, 가래, 발열이며 쌕쌕거리는 소리를 동반합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환자는 보통 1세 이하의 영아기 때문에 호흡 곤란을 동반할 수 있어 대부분은 입원 치료를 하게 됩니다. 사실 RSV 환자는 대부분 자연치유됩니다. 문제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나 폐 기관 발달이 덜 된 미숙아입니다. 이른둥이는 태어날 때부터 면역력이 약하고 합병증의 위험도 높습니다. 때문에 감염됐을 때 폐렴, 기관지염, 무호흡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RSV 고위험군입니다. 우리 쌍둥이 역시 재태기간이 36주 이하인 데다 한 아이는 2㎏도 채 되지 않게 태어난 만큼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의료진의 주요 관찰 대상이 되었습니다.



RSV 예방주사 ‘시나지스’... 500만원짜리 ‘그림의 떡’
RSV를 막을 수는 없을까요? RSV도 예방접종이 있습니다. 바로 ‘애브비’라는 제약사에서 만든 ‘시나지스’인데요, 저는 아이들이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이런 주사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왜 이른둥이에게 이 예방접종을 하라고 아무도 권하지 않았을까요?’라며 의사 선생님께 하소연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100만원이라서 잘 권하지 않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100만원이요? 아니 무슨 아기가 맞는 주사비가 이렇게 비싼 걸까요?

시나지스가 비싼 이유는 아직 RSV 백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나지스는 실험실에서 미리 만든 항체를 체내에 개발시키는 방식으로 RSV를 예방하기 때문에 가격이 높습니다. 문제는 이 주사를 1회만 맞는 게 아니고요, 항체가 체내에 주입하면 한 달까지(최대 6주)만 효과가 지속되기 때문에 RSV 계절에 최대 5회를 맞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시나지스는 1㎏당 15㎎씩 투여하도록 돼 있는데요, 신생아 때는 아이들이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몸무게가 불어나 있잖아요. 그래서 아이가 처음 주사를 맞을 신생아 무렵에 처음 주사를 맞은 후 몸무게가 늘어나면 5회차에는 용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사 비용도 비싸집니다. 아이가 아무리 작아도 1회에 60~1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고 5회를 합산하면 많게는 500만원의 돈을 지불해야 하는 셈입니다.




까다로운 급여 조건…이른둥이 부모들 ‘한숨’
물론 요양 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무척 까다롭습니다. 시나지스는 주로 위험이 높은 소아에게 투여되는데,

1. 아이가 RSV 유행 계절(10월~3월) 시작 시점에 ▶생후 6개월 이하면서 32주미만 미숙아 이거나(2가지 조건 충족) ▶36주 미만 미숙아이면서 RSV 계절에 태어났고, 1명 이상의 손위형제·자매가 있는 경우(3가지 조건 충족) 입니다. 생일 기준과, 미숙아기준, 그리고 ‘다태아’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 셈입니다.

2. RSV 계절로부터 이전 6개월 이내에 기관지폐이형성증 치료가 필요했던 24개월 미만의 소아도 급여 대상입니다.

3. 혈류역학적으로 유의한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으면서 ‘울혈성 심부전 조절을 위해 약물 치료를 받을 경우’ ‘중증도 및 중증의 폐동맥 고혈압이 있는 경우’ ‘청색성 심잘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급여 대상이 됩니다. 이런 기준을 다 충족하고 나면 입원 시점이 출생 후 28일 미만인 신생아의 경우 환자 부담금이 ‘비로소’ 0%가 됩니다. 나머지 아이들의 경우 10%를 부담해야 합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이런 이유로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굳이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저는 조금 화가 났습니다. 쌍둥이는 ‘이른둥이’인 경우가 많고 손위 형제, 자매가 없는 경우도 많은데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면 ‘감염병 사각지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손위형제, 자매가 없더라도 이른둥이라는 이유로 위험한 건 모두 마찬가지니까요. 대한신생아학회 역시 이른둥이는 4명 중 1명이 다태아로 태어나는 등 쌍둥이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쌍둥이나 외동인 이른둥이도 건보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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