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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청와대
정의용 카드 '한반도 프로세스' 강행 의미...韓美 불협화음 날수도

[3개 부처 개각] 외교장관 교체 배경은

바이든 '트럼프 지우기' 공언에도

트럼프 북미회담 산파역한 인물

외교수장으로 발탁 적절성 논란

韓美 정책 추진 과정 충돌 가능성

일각 "좁은 인재풀 한계 드러낸 것"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이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장관 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현 정부의 마지막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를 상대로도 기존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강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신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성과를 언급하면서 바이든 정부가 이를 계승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사실상 ‘트럼프 지우기’에 나선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트럼프 정부와 남북미 대화를 조율했던 정 후보자를 외교 수장으로 발탁한 것이 과연 적절한 인사냐를 두고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번 인사는 바이든 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외교정책적 변화를 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사 표시로 보인다”며 우려했다.

이날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된 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현 정부가 추진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산파’ 역을 한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으로서 그의 재임 기간에 남북정상회담만 세 차례 이뤄졌으며 싱가포르·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대북 특사로도 두 차례 파견됐다.

청와대는 지난 2018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G20 관련 순방 도중 찍은 ‘B컷’을 오전 공개했다. 사진은 11월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 G20 정상회의장 내 휴게실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대화중인 문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평생을 외교·안보 분야에 헌신한 최고의 전문가”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실행을 위한 북미 협상, 한반도 비핵화 등 주요 정책에도 가장 깊숙이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실제 대표적 ‘미국통’이자 노련한 외교관으로 평가받는다. 외교 당국 내부에서도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문 대통령이 외교부 내 북미 라인을 부활시킨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문 대통령이 이날 신임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임명한 김형진 서울시 국제관계대사도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워싱턴 공사참사관과 북미국장을 지낸 외교부 북미 라인이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트럼프 정부에서 결국은 실패한 북미 회담에 깊이 관여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관련해서도 미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정 후보자(당시 국가안보실장)가 김 위원장에게 북미 회담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이를 즉흥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에서 정 후보자의 카운터파트가 될 토니 블링컨 국무 장관 지명자는 그간 북미 정상의 만남과 관련해 “준비 없는 텅 빈(empty) 정상회담을 했다”고 야박하게 평가하기도 했다.

정의용 안보실장과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이 지난 2019년 6월 28일 오후 G20 정상 회의가 열리는 인텍스 오사카 내 양자회담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외교부 장관 인사가 한미 외교가에서 이처럼 다양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굳이 정 후보자를 다시 찾은 것은 현 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미국을 설득할 인물로 정 후보자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좁은 인재 풀이 이번 인사에서도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앞서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의 출범으로 북미 대화, 그리고 남북 대화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며 “그 대화는 트럼프 정부에서 이뤘던 성과를 계승해 발전시켜나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북미가 ‘완전한 비핵화’ 등에 합의한 싱가포르 선언을 지목하면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구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의 ‘싱가포르 선언’을 유효하게 인정할지는 회의적이지만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 선언부터 다시 북미 대화가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일관된 인식과 외교 라인 인사가 대북 정책 과정에서 한미 간 이견 등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 전 원장은 “남북 관계만 잘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 한미 연합 훈련 등도 북한과 협상할 수 있다고 하는 등 과거의 틀 속에서 문 대통령이 계속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근본적으로 대북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미국과의 공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정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외교 기술적인 측면에서 미국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다뤄본 사람이 효율적이지 않겠냐는 판단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윤홍우·허세민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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