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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동향
쿠팡이 美 증시를 택한 이유가 정말 ‘차등의결권’ 때문일까[백주원의 리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쿠팡 서초1배송캠프에서 직원이 배송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쿠팡은 한국을 패싱했다” “규제 때문에 한국이 싫어서 미국에 가는 것이다” 요즘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을 두고 말이 참 많습니다. 바로 국내에는 없는 ‘차등의결권(복수의결권)’ 때문인데요.

지난 12일(현지시간)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제출한 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가진 ‘클래스A’와 1주당 29표의 의결권을 갖는 ‘클래스B’ 두 가지 주식을 신고했습니다. 이 중 클래스B는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만 소유할 수 있죠. 이를 통해 김 의장은 지분율 2%만으로도 58%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지분율이 낮아지더라도 경영권 방어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상법 제369조에 따라 ‘의결권은 1주당 1개로 한다’로 규정했기 때문에 지분율이 떨어지는 대로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지는 구조입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쿠팡이 미국 증시를 택한 이유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는 겁니다.

하지만 정작 벤처캐피털(VC)업계에서는 “쿠팡이 미국행을 택한 이유는 차등의결권 때문이 아니다”라고 해석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지난 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은 차등의결권과 무관하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습니다. 이들은 왜 그럴까요?

쿠팡 상장 주체는 미국 모회사 ‘쿠팡LLC’


김범석 쿠팡 창업자(이사회 의장)/사진 제공=쿠팡


답은 간단합니다. 상장 주체가 한국 법인인 쿠팡(주)의 모회사인 미국의 ‘쿠팡LLC’(현 쿠팡INC)이기 때문입니다. ‘차등의결권이 허용되지 않아 쿠팡이 뉴욕 증시를 택했다’는 말은 바꿔보면 ‘국내에도 차등의결권 제도가 있었으면 미국 법인인 쿠팡 LLC가 한국 증시에 상장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상장하는 회사가 미국 모회사이자 유한책임회사인 ‘쿠팡LLC’라는 것은 이미 예전부터 예견된 일였습니다. 지난해 쿠팡은 자사 직원들의 성과급으로 REU(양도제한조건부지분·Restricted Equity Units)라는 권리를 부여했습니다. 이는 유한책임회사가 발행하는 일종의 지분으로, 회사가 주식회사로 전환 시 주식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REU를 지급했다는 것으로 쿠팡LLC가 상장 주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었죠. 이후 쿠팡LLC는 최근 뉴욕 증시 상장을 위해 주식회사 ‘쿠팡INC’로 전환했습니다. 기존에 부여됐던 REU는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Restricted Stock Units)로 변경됐고, 지난 15일 강한승 쿠팡 경영관리총괄 공동대표가 직원들에게 보낸 ‘주식 무상 부여’ 관련 메일에서 바로 이 ‘RSU’에 대해 설명한 겁니다.(관련기사▶쿠팡, 계약직 쿠친에도 1인당 200만원 주식 쏜다)

쿠팡의 목적은 ‘높은 기업가치와 투자’




오히려 쿠팡에게는 ‘투자’의 목적이 더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팡의 기업가치를 500억 달러(약 55조 원)로 기대했고 일각에서는 최대 60조 원까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만약 쿠팡이 국내 증시에 상장했다면 이 정도 기업가치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쿠팡과 비슷한, 혹은 더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다른 유통 기업과 비교해볼 때 말이죠.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21조3,949억 원, 16조762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증권 업계에 따르면 이들의 기업가치는 각각 4조8,000만 원, 3조4,000만 원대로 평가됩니다. 반면 쿠팡은 지난해 이들보다 적은 매출 13조2,500억 원대를 기록했는데 기업가치는 약 55조 원대로 평가받습니다. 온라인 플랫폼 경쟁력을 배제한 단순 비교이긴 하지만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기업가치는 쿠팡의 십 분의 일도 안 됩니다.

심지어 쿠팡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자 현재 60조 원 정도인 네이버의 기업가치를 최대 80조 원대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쿠팡의 기업가치를 보고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저평가됐다고 본 거죠. 어쩌면 아직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쿠팡으로서는 당기순이익 실현을 요구하는 국내 증시 상장 자체가 불가능했을 수도 있습니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이 미국이 아닌 국내에 상장하려 했다면 절대로 55조 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지도, 10억 달러 이상의 목표 투자금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퀀텀 점프 위해선 자금 조달 시급




쿠팡은 현재 막대한 금액의 자금 조달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누적 적자는 4조5,000억 원으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투자한 총 27억 달러(약 3조 원)를 100% 소진한 지 오래죠. 그런데 쿠팡에게는 △추가 물류센터 마련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쿠팡이츠 점유율 확대 등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국내 증시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이 유일한 답이었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통해 물류 혁신을 이뤘단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쿠팡의 성공 이후 네이버쇼핑은 CJ대한통운과, 11번가는 우체국과 연합군을 형성해 쿠팡 못지않은 물류 경쟁력 확보에 나섰습니다. 경쟁자들의 추격에 쿠팡도 안주할 수만은 없었을 겁니다. 쿠팡은 국내 30개 이상 도시에 약 170개 물류센터를 두고 있지만, 지난해 대구, 대전, 광주 등 지자체와 협의해 추가 물류센터 건설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습니다. 전국을 ‘로켓생활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물류 투자와 배송 효율성을 위한 기술 역량 강화는 필수라 판단한 거죠.

지난해 말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론칭했지만 아직 이용자들의 유입이 적은 것도 문제입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지난달 월 이용자 수(MAU)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준 52만 명입니다. 넷플릭스(680만 명), 웨이브(302만 명), 티빙(179만 명), 왓챠(91만 명)와 비교하면 많이 적죠. 이렇다 보니 약 500만 명에 이르는 로켓와우 회원 모두를 끌어들일 확실한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쿠팡은 지난해 ‘쿠팡 오리지널’이라는 상표권도 등록했죠. 하지만 넷플릭스가 약 24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 ‘승리호’의 판권으로 310억 원을 지불한 사례만 보더라도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배달 업계에서도 아직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습니다. 쿠팡이츠가 빠른 배달을 무기로 수도권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하나 전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지금 배달 라이더 모집 등에 추가 투자가 필요합니다. 또 지난해 12월 쿠팡이츠 MAU가 연초 대비 15배 성장한 284만 명을 기록했지만, 배달의 민족의 MAU는 1,715만 명에 이릅니다. ‘배민 천하’가 쉽게 무너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거죠.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을 방문해 설날 배송 업무로 바쁜 집배원들과 함께 택배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권욱기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차등의결권 같은 규제 때문에 쿠팡이 미국행을 택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쿠팡을 비롯해 수많은 혁신 기업이 미국행을 택하는 이유는 차등의결권과 같은 경영권 방어 제도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국내 혁신벤처기업 쿠팡이 한국 증시에 상장하면 경영권 탈취 위협이 있어 한국 증시를 버리고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고 강조했죠.

그러나 차등의결권을 논하기 전에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고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산업 환경 전반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주원의 리셀(Resell)’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유통 업계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쏙쏙 재정리해 보여드리는 코너입니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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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산업부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
혼자 가는 것보다 함께 걸을 때 더 멀리 갈 수 있듯이
세상과 발맞춰 이야기 나누며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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