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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만파식적] 트로피 와이프




1989년 8월 미국 경제지 ‘포춘’의 편집인 줄리 코널리는 커버스토리 기사에서 “힘 있는 남자들이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돈을 벌수록 자신감이 커지며 ‘여왕’을 맞이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썼다.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한 중·장년 남성들이 몇 차례의 결혼 끝에 마치 부상(副賞)으로 트로피를 받듯이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얻는다는 뜻에서 ‘트로피 와이프’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실제로 ‘살아 있는 경영학 교과서’로 불렸던 잭 웰치 제너럴 일렉트릭(GE) 전 회장은 자신을 인터뷰한 미모의 편집장 수지 웨트로퍼에게 반해 2004년 결혼식을 올렸다. 70세를 내다봤던 웰치의 세 번째 결혼이었고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24세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역시 ‘트로피 와이프’의 대명사로 꼽힌다. 슬로베니아에서 태어난 멜라니아는 뉴욕으로 건너와 모델 활동을 하던 중 트럼프를 만났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24세, 트럼프에게는 세 번째 결혼이었다.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앞두고 미국의 한 목사가 “모든 여성이 트로피 와이프인 멜라니아처럼 될 수는 없지만 노력은 해야 한다”면서 남편이 한눈팔지 않도록 몸매를 가꾸라는 취지로 설교해 뭇매를 맞았다. 여성을 비하하고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는 열린민주당 김진애 서울시장 후보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가장 큰 과오는 성희롱에 대해 흠결이 있다고 해도 아무 설명 없이 황망하게 떠나버렸다는 사실”이라며 “박 전 시장의 족적은 눈부시다”고 말해 비난이 쏟아졌다. 앞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박원순 롤모델’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은 전임 시장들의 성범죄로 인해 치러지는 선거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여권에서는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당규를 바꾸면서까지 출마시키는 것도 모자라 2차 가해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집권당의 몰염치는 여성 유권자를 획득의 대상인 ‘트로피’쯤으로 여긴 결과다. 하지만 어떤 경기든 영원한 승자는 없고, 트로피의 주인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민정 논설위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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