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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은행
[금소법發 금융 대혼란]투자 설명서 분쟁 기준까지 '깜깜이'···"펀드판매 암흑기 올것"

포트폴리오 투자전략 설명 애매

분쟁땐 금액 책임주체도 불분명

은행·카드·보험 등 금융권 패닉

당국은 "직접 상의하자" 함구령

업계선 "잘못 팔았다간…" 소극적

비대면 집중땐 되레 고령층 소외

최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대출 창구를 찾은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카드 등 어느 업계라고 할 것 없이 모두 패닉인 상태입니다.”

오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앞둔 가운데 한 금융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물론 당국이 일부 규정의 경우 6개월 유예 기간을 두고 그 사이 최대한 애로 사항을 취합해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지만 업계에서는 투자 상품 한 번 잘못 팔았다가 된통 당할까 싶어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금융 당국이 시행세칙조차 내놓지 않으면서 당분간 투자 상품 판매 암흑시대에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금소법 D-3에도 여전히 ‘깜깜이’ 시행세칙=은행·카드·보험 등 전 금융사가 판매하는 모든 금융 상품에 6대 판매 규제를 적용하는 금소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지난해 3월이었다. 워낙 큰 법이다 보니 정부는 시행 시기를 1년 후인 올해 3월 25일로 잡았다. 그 사이 감독 규정을 정하고 시행세칙도 공포해 새로운 법이 최대한 연착륙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국이 지난 17일에서야 감독 규정을 발표하고 시행세칙도 나오지 않자 금융 업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구체적으로 펀드를 모아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투자 측면에서 혼란이 크다. 현재 고객이 포트폴리오 단위로 투자를 할 때 금융사는 투자 전략, 위험도, 상품별 투자 비중을 포트폴리오 단위로 설명한다. 하지만 금소법 시행으로 포트폴리오에 들어 있는 모든 개별 펀드의 투자 전략, 수수료, 환매 기간, 위험도 등을 다 설명해야 하는 것인지 애매한 상황이다. 금융권은 만약 개별 펀드 정보를 다 설명해야 한다면 절차가 너무 많아져 완화하거나 생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금소법에서 규정하는 소액 분쟁에 대한 기준도 불명확하다고 지적한다. 금소법 42조에는 2,000만 원 이하 소액 분쟁 사건은 금융 당국의 조정안이 나올 때까지 금융회사의 소송 제기를 금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때 적용되는 분쟁 사건이 고객이 금융회사에 제기하는 민원을 기준으로 하는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된 안건인지 모호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2,000만 원의 금액 역시 소비자가 청구한 금액인지, 금융사가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인지 불분명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 규정은 고객과 보험금 지급을 놓고 분쟁이 많은 보험사에서 특히 주목하는 부분 중 하나”라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단순 민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금융권 대혼란에도 당국은 “불만 얘기 말라” 함구령=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자산 재배분) 시 신규 편입하는 펀드에 대한 설명을 일일이 해야 하는지도 모호한 부분이다. 금융권은 포트폴리오 단위 성과나 향후 전망 등을 안내하는 선이 타당하며 개별 펀드에 대한 정보를 다 제공해야 할 경우 되레 소비자 피로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은행에서 10만 원짜리 펀드나 1억 원짜리 펀드나 모두 같은 설명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도 과잉 규제라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액에 관계없이 모두 같은 수준의 설명 의무를 이행해야 해 은행 입장에서는 업무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투자설명서를 서면으로 줘야 하는 것도 문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라고 해서 모두 종이를 줄여가고 있는데 금소법에 따라 수십 쪽에 달하는 투자설명서를 모두 뽑아서 교부해야 해 ESG 경영에 역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당국은 e메일 등으로 배포해도 된다고 하지만 혹시나 문제가 될 경우 후폭풍이 크기 때문에 초기에는 서면으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많은 영업처에서 태블릿PC를 구비하고 상품 계약 시 태블릿PC상으로 서명을 받았는데 금소법 시행으로 다시 서면 계약으로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혼란이 커지자 당국은 업계에 민원 사항을 외부에 말하지 말고 직접 상의하자며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업권별 간담회를 줄줄이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구체적인 사례가 나와 업무 형태에 대한 가닥이 잡힐 때까지 몸을 움츠릴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 은행 등 금융사에서 금융 상품을 가입하는 데 차질을 빚는 등 투자 상품 판매 ‘암흑기’가 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들은 당분간 책 잡히지 않기 위해 상품 판매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한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도 “창구에서 상품을 판매하기보다는 개인이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비대면 거래로 당분간 고객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고령층의 금융 투자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금소법이 오히려 고령층이 소외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빈난새 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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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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