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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방송·연예
"K팝 콘서트 연출 역량, 세계 어디 내놔도 꿇리지 않아··· 기회가 모자랐을 뿐"

[인터뷰]BTS 월드투어 연출 김상욱 플랜A 대표

공연 규모 커지면서 열기구·와이어 등 관객 집중 노하우도 성장

"BTS 2017년 '윙즈' 투어, 가장 만족도 높았던 공연으로 기억"

코로나 계기로 콘서트 연출 경험과 노하우 담은 책도 출간

지난 2019년까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공연 연출을 맡았던 김상욱 플랜A 대표. /이호재기자




“음악 산업에서 공연 매출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지 오래됐고, K팝에서 공연은 이미 2·3차 콘텐츠의 기본 재료가 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K팝의 성장과 함께 국내 공연 연출도 눈부시게 성장했어요. 연출, 디자인, 엔지니어 등 모든 분야에서 절대적으로든 상대적으로든 세계 어디 내놔도 꿇리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세계의 더 큰 무대를 경험 못한 이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2018년 ‘Love Yourself’에서 이듬해 ‘LOVE YOURSELF: SPEAK YOURSELF’로 이어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는 국내 공연 역사상 많은 기록을 남겼다.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 미국 패서디나의 로즈볼 등 미국·유럽·아시아의 대형 스타디움을 돌며 열린 공연마다 매진사례를 빚으며 200만 명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s), 영국 음악잡지 NME 등은 이 공연을 그해의 콘서트 투어로 뽑기도 했다.

김상욱 플랜A 대표의 신간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 속 일러스트.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2019년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투어 당시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제공=달 출판사


이 공연의 총연출을 책임졌던 김상욱 플랜A 대표는 K팝 공연의 진화를 이끌어 온 산증인이다. 최근 책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를 출간하며 서울경제와 만난 그는 K팝을 비롯한 한국의 공연 연출 역량을 어느 정도로 보느냐는 질문에 “돔구장이나 스타디움 규모의 투어는 국내에 극히 드물고,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공연하는 가수는 조용필, 싸이 등 손에 꼽힐 정도 아니었냐”며 “이런 문제 때문에 성장하지 못했을 뿐 공연의 퀄리티 자체는 어디 내놔도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도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으면서도 훨씬 좋은 공연 시설을 갖춘 나라들이 많다”며 국내 인프라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BTS의 2013년 데뷔 쇼케이스부터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투어까지 6년 간 BTS 공연을 책임졌다. 200석 안팎의 소극장에서 시작된 공연의 규모는 각종 체육관과 돔구장을 거쳐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의 3일 공연을 전석 매진시킬 정도로 커졌다. 무대가 커지면서 관객들이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연출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2시간짜리 공연 단위로 서사를 짜서 몰입도를 높였고, 아예 3부작으로 공연을 기획하여 후속 콘서트 관람까지 유도하는 ‘락인 효과’를 노리기도 했다.

김상욱 플랜A 대표의 신간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2013년 데뷔 쇼케이스 당시를 그린 일러스트. 당시 ‘잘 준비된 친구들’이란 인상을 받은 BTS는 자타공인 월드스타로 성장했다. /사진제공=달 출판사


그는 “2만 명 규모 고척돔, 5만 명 규모 야외 스타디움에선 전체 관객의 20~30%만 맨눈으로 아티스트를 볼 수 있다”며 “먼 곳의 관객도 볼 수 있도록 아티스트를 태운 열기구를 띄우거나 와이어로 연결해 관객 위를 날아다니게 하기도 하고, 기존 공연보다 훨씬 큰 중계 스크린에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영상을 내보내기도 했다”고 그간의 시도를 소개했다. 올림픽 주경기장 공연 때는 버블머신(비누방울 제조기) 100대를 동원해 멀리까지 비눗방울을 날리는 물량 공세도 시도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간 연출한 공연들 중 김 대표 스스로 만족도가 높았던 공연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졌다. 김 대표는 “2017년 BTS의 ‘윙즈’ 투어가 꾸준히 제 마음속에서 상위권에 있다”며 “공연 전체적인 서사를 정교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고척돔에서 열린 3일 간의 앵콜공연 티켓이 일찌감치 매진된 덕에 풍성한 제작비로 하고 싶은 그림을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고척돔 공연이 국내 관객이나 아티스트 모두에게 익숙하지 않던 시절이라 연출자 입장에서 무엇을 그려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처음 쇼케이스에서 만났을 때 ‘잘 준비된 친구들’ 정도로 생각했던 BTS 멤버들은 엄청난 성장을 거듭해 이 투어의 앵콜 공연에서는 2만여 명의 관객들을 능숙하게 휘어잡았다. 김 대표는 “구석 관객까지 끌어당기는 멤버들의 흡인력을 보고 ‘아우라를 담기에 고척돔도 좁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김상욱 플랜A 대표의 신간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 속 일러스트. 2018년 ‘러브 유어셀프’ 투어 당시의 모습이다. /사진제공=달 출판사


K팝 중심으로 공연이 발전하다보니 일각에서는 국내 대중음악 공연이 음악보다 퍼포먼스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아이돌로 대표되는 K팝은 음악과 퍼포먼스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반영해 콘서트도 발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밴드 음악 등 다른 장르의 음악도 글로벌로 뻗어나간다면 이에 맞는 연출을 고민하게 될 거라는 얘기다.

세계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던 K팝 가수들의 공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지금은 멈춰선 상태다. 플랜A도 일부 인력을 떠나보냈다. 그는 “공연 프로덕션팀 중 감원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의 암흑기다. 그저 버티고 있는 것”이라며 “온라인 공연이 있지만 오프라인 공연의 절반이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가수는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중음악 공연은 뮤지컬, 클래식 등 다른 장르와 달리 관객 수가 99명으로 제한되고 있어 타격이 더욱 크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그냥 (공연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연장 위로 방탄소년단 팬들의 응원봉 ‘아미 밤’을 형상화한 ABR(움직임 제어가 가능한 초대형 풍선 조형물)이 천정에서 내려오는 모습. /사진제공=달 출판사


코로나 시대를 맞아 사라진 오프라인 공연을 대신해 그 역시 온라인 공연을 연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그룹 에이티즈 등의 공연 연출을 맡았다. 하지만 오프라인 공연과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오프라인 공연이 줄 수 없는 것을 온라인 공연이 줄 수는 있겠지만, 현장감·아우라·직접적 감동 등 오프라인 공연의 본질을 온라인에서 고스란히 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연출하면서 했다"며 "왜 모나리자 그림을 보러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까지 가겠나”라고 반문했다. 지금은 온라인 영상이라도 보며 욕구를 달래야 하는 상황이지만 “코로나 문제가 해결되면 오프라인 공연은 반드시 원상복구될 거라고 믿는다. 그때를 기다리며 팀을 정비하며 기다리고 있다”고 그는 힘줘 말했다.

코로나 시국으로 1년 반마다 여권을 갱신할 정도로 바쁘게 해외를 오가던 그의 일상도 바뀌었다. K팝 오프라인 공연들이 멈추면서 국내에서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쓸 시간이 생겼다는 그는 최근 평소 쓰고 싶었던 공연 연출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공연 연출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아낸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라는 책이다. 공연 연출자의 입장에서 글로 공연을 되새김질하는 것도 의미가 있고, 콘서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투어에 대해 연출가 시각에서 기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콘서트 연출에 대해 전문적 기술이나 이론에 대한 책만 있어서 마치 초등학생이 ‘수학의 정석’을 보는 느낌’이었다”며 “BTS의 공연에 관심 있는 사람부터 준전문가 수준까지 볼 수 있도록 폭넓게 썼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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