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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시론] 공무원 재산등록 독일까 약일까

이근면 성균관대 특임교수 전 인사혁신처장

중하위직까지 재산등록 의무화

세금 낭비 부르는 과도한 규제

어떤 경우든 기본권 침해 안돼

이근면 성균관대 특임교수 전 인사혁신처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파장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에 분노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던 여론이 주택 공급 정책을 집행하는 LH 직원들의 일탈에 완전히 돌아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 여당은 부랴부랴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4급 이상 공무원에게만 적용됐던 재산 등록 의무를 갓 임용된 9급까지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다. 153만 명에 이르는 공무원 사회는 ‘잘못은 고위직이 저질러 놓고 아무 권한도, 책임도 없는 말단 공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재산 등록 의무를 중하위직 공무원에게까지 지우는 조치가 실제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러한 시도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무분별하고 넓은 그물망은 공무원에게 불필요한 업무를 과중시키고 자연히 세금 낭비는 전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 9급 이상과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까지 포함하면 최대 1,000만 명이 재산 등록 의무 대상자가 된다. 과도한 행정적 규제이자 기본권 침해다. 지금의 대책은 공무원 사회 전체를 잠재적 투기꾼,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우를 범하고 있다.

공무원도 국민이다. 관리하고 규제하는 것에서 예방으로 대국민 행정적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초기 예방 활동은 큰 문제로 발화하는 것을 막는다. 모든 일의 시작과 근원을 관리하는 것을 기업에서는 품질관리라고 한다. 인풋(투입)을 관리하지 않고 아웃풋(산출)을 관리하는 것은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뿐더러 효과도 미미하다.



물론 공직자들의 계획적 부패에는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이번 건만 하더라도 발생 부서와 관련자에 대한 신속하고 집중적인 검토와 결정, 해당 지역에 대한 사전적 투기 조사와 이와 관련해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면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졌을까. 예방하지 못한 자에 대한 책임은 없고 엉뚱하게 153만 공무원이 상시적·포괄적 감시의 대상이자 죄인이 됐다.

이번 대책은 개인의 부와 자산 축적에 대한 협소한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개인의 사적소유권을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국민 5명 중 1명은 신분이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가장 내밀한 정보인 재산 현황을 등록해야 한다. 공개 정보의 악용과 이를 의식한 공무원들이 자기 재산권 행사를 할 때 불필요한 자기 검열을 하게 되고 적극적인 경제활동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생긴다.

공무원일지라도 법과 제도의 테두리 내에서 얼마든지 자산 증식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 땅을 사든 주식을 사든 암호화폐를 사든 국가가 간섭할 영역이 아니다. 문제는 ‘공직자의 불법적 투기’이지 ‘국민의 합법적 재산권 행사’가 아니다. 그런데 국가의 역할을 필요 이상으로 확대해 공무원이 누려야 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공무원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손쉬운 방법이겠지만 과연 이것이 우리 공동체, 우리 국가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는 조치일지 생각해봐야 한다. 일부 공무원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상정한 조치를 도입하는 배경에는 어떤 인식이 반영된 것일까. 이것이 우리 헌법이 천명한 원칙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면 진지하게 시행 여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국가가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정책적 옵션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합의한 가치의 최저선이 아닐까.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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