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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오철수칼럼] 주막의 개가 사나우면 술이 쉬는 법이다

백상경제연구원장·서울경제 논설고문

정권 충성파만 득실대는 文정부

4년내내 국론분열 등 후유증 극심

이번 개각도 결국 그 나물에 그 밥

고집 부리면 레임덕만 빨라질 뿐

오철수 백상경제연구원장




전국시대 중국 송나라의 어느 마을에 술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술을 만드는 재주가 뛰어났다. 높은 곳에 주막을 알리는 깃발을 걸어 멀리서도 주막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도 술은 좀처럼 팔리지 않았다. 애써 만든 술이 쉬기 일쑤였다. 그 이유가 궁금했던 주막 주인은 평소 알고 지내던 동네 어른을 찾아갔다. 이 어른은 느닷없이 “주막의 개가 사나운가”라고 물었다. ‘개가 사나운 것과 술이 안 팔리는 것이 무슨 관계지’ 하고 생각하던 주막집 주인에게 그 어른이 제시한 답은 이렇다. “사나운 개가 있으면 사람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이오.”

이는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는 아니다.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가 나라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다. 여기에서 주막집 주인은 군주를, 개는 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앉아서 권력을 휘두르는 중신을 말한다. 조정에 이런 중신들이 많으면 어진 인재들이 모이지 않아 나라가 어지러워진다. ‘개가 사나우면 술이 쉰다’는 뜻의 ‘구맹주산(狗猛酒酸)’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나왔다.

한비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바로 지금 우리나라 정부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정부 내 각료의 면면을 보면 나라의 안위보다는 정치권력 지키기에만 몰두한 인물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법무부가 대표적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조국·추미애 등 문제의 인물들을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했지만 개혁의 성과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법질서를 해치는 일들만 수두룩하다. 특히 추미애 전 장관의 경우 정치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수사지휘권 발동이라는 무리수를 동원해 수사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것이 국민들에게는 ‘내 편의 잘못을 가릴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는 행태로 보였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두 쪽으로 갈라져 혼란은 극에 달했다. 법적 안정성을 도모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한 셈이니 이게 직무유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검찰 개혁을 구실로 탄생시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사건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황제 조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정성과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정부가 이러고도 검찰 개혁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검찰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건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사정기관의 중립성·독립성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그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 덮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경제 사령탑은 또 어떤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한 경제 브레인들은 지난 4년 동안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검증도 되지 않은 정책을 강행하면서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정규직화 등 무리한 정책은 결국 일자리 말살이라는 참담한 결과만 낳았다. 그걸로도 부족했는지 온갖 기업 규제 법안을 또다시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가 최고 권력자 눈치만 보며 충성을 경쟁하는 인물들로 가득 차면 나라는 혼란스러워진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이 사나운 개가 설치는 주막집과 뭐가 다른가.

지금 우리는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에 있어서도 대전환기에 서 있다. 미중 패권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미중의 줄 세우기 압력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면서 기업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기서 잘못 대응하면 나라도, 기업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

그런 면에서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실시한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아쉬움이 남는다. 일부 중립적인 인사 발탁이 있기는 했지만 큰 틀에서는 이전의 인사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감염증 확산으로 국민들의 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서도 “백신 구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혀 문제가 됐던 인사를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임명한 것은 ‘누가 뭐라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잘못된 정책에 따른 국민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이제 국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청와대가 고집을 부리면 부릴 수록 레임덕만 빨라질 뿐이다.

/오철수 cs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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