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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재테크
'연금 이탈'에 놀란 은행···ETF 거래시스템 만든다

퇴직연금 내 매매로 '고객 지키기'

"법적 걸림돌 크지 않을 것" 관측 속

신한·KB·우리 등 이르면 연내 첫선





퇴직연금(DC·IRP) 가입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기 위해 은행에서 증권사로 넘어오는 ‘연금 무브’가 거세지자 대형 은행들도 퇴직연금 계좌 내 ETF 실시간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쥐꼬리 이율’의 원리금 보장 상품 대신 국내외 ETF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연금 개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KB국민은행·우리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은 퇴직연금 계좌에서 실시간 ETF 주문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퇴직연금 감독규정상 70%까지는 위험 자산을 편입할 수 있으며 이 자산에는 일반 펀드 외에 ETF도 포함된다. 증권사의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일반 펀드뿐 아니라 ETF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지만 현재 은행권에서 ETF를 투자 가능 상품으로 포함시킨 곳은 없다. 실시간으로 주문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산 시스템 측면에서 신한은행이 가장 앞서 준비를 했으며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전산 구축을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서비스 개시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ETF 투자를 원하는 고객들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준비는 많이 한 상태”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보수적인 은행 고객들이 ETF 투자를 크게 늘릴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고객들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르면 올해 중에 ETF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증권사와 같은 주식 중개 시스템을 새로 만드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예산이나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는 않는다”라며 “기존 신탁에서 이뤄지던 ETF 거래 시스템을 개선해 실시간 호가를 고객들이 보고 주문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시중은행들은 경영진의 추진 의지가 확고한 만큼 늦어도 연말에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법적인 이슈에 대해 은행들은 신중하게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은행들이 보유한 라이선스는 펀드 판매는 가능하지만 주식 중개는 불가능하다. 한 시중은행이 금융위원회에 실시간 호가 방식의 ETF 거래 서비스 제공에 대해 비조치의견서를 요청했으나 아직 금융위에서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법적인 걸림돌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지금도 은행의 신탁 상품은 고객의 운용 지시에 따라 ETF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외부 자문을 받아 법률 검토를 했으며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등 5대 증권사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과 은행에서 이전해온 연금저축 및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는 총 4만 1,888건, 1조 2,428억 원으로 집계됐다. 또 주요 증권사의 퇴직연금 및 연금저축펀드 계좌 내 ETF 잔액은 지난 2019년 말 2,978억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 1조 2,549억 원, 올 2월 말 1조 7,992억 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혜진 기자 hasim@sedaily.com, 김광수 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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