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

오피니언사외칼럼
[정여울의 언어정담] 두려움 없는 용기보다 두려움을 아는 용기가 아름답다

작가

콤플렉스는 쉽게 치유 어렵지만

대면하는 용기 가지면 극복 가능

두려움 제대로 경험해 본 사람은

진정으로 고쳐야할 것 알 수 있어

정여울 작가




두 번 세 번 반복하여 볼 때마다 매번 새로운 감동을 주는 영화가 있다.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바이블 같은 영화 ‘킹스 스피치’가 그렇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아주 단순한 상처 극복의 스토리로 이해했다. ‘전혀 유명하지 않은 괴짜 언어 치료사가 말더듬이 왕을 구원하는 이야기’로 말이다. ‘영국의 국왕’이라는 부담스러운 자리가 조지6세의 콤플렉스를 더욱 심화시킨 것으로 보였다.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유창한 언변을 자랑하는 형님과 무서운 국왕 아버지 사이에서 항상 자신이 모자란 존재라는 콤플렉스에 시달리지 않았더라면, 그는 구김살 없는 성격으로 누구에게나 사랑 받으며 자랐을 것만 같았다. 친형인 에드워드8세가 사랑 타령을 하며 왕위를 버리지만 않았더라도, 그는 이 부담스러운 자리, 영국의 국왕이라는 자리를 피할 수 있었을 테니까.



영화를 두 번째 보니 비로소 ‘환자인 국왕 뿐 아니라 그를 치유해주는 사람의 콤플렉스’가 보였다.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은 콤플렉스를 치료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존재이지만, 그 사람조차도 콤플렉스 덩어리였다. 그는 콤플렉스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더더욱 헌신적으로 왕을 치료하려 노력했다. 그는 평생 연극 배우가 되고 싶어 노인이 돼서도 오디션을 보곤 했지만, 매번 떨어진다. 언어 치료사로는 성공했지만 정작 자신의 간절한 꿈이었던 배우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그런 그가 남다른 점은 콤플렉스를 대면하는 용기를 지닌 사람이라는 점이다.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너무 잘 알고 있으면서도, 백발이 성성해 이제 신인 배우로 데뷔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걸어간다. 그는 콤플렉스가 결코 쉽게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절절히 이해하기에, 단순히 ‘말을 더듬는 것’만을 고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국왕의 더 깊은 뿌리 깊은 콤플렉스, 그것은 단지 말을 더듬는 것이 아니라 형과 아버지에 대한 끝없는 비교로부터 나온 열등감이었다. 스스로 ‘완벽한 치유자’가 아니라 ‘상처 입은 치유자’였기에 라이오넬은 진정으로 고쳐야 할 것은 단지 말더듬이 증상이 아니라 돌이킬 수 없이 상처 입은 국왕의 여린 마음임을 안 것이다.

세 번째 보니, 영화에서 비중이 너무 작았던 왕비의 사랑이 비로소 눈에 보였다. 모든 치료를 포기한 국왕을 라이오넬 박사에게 데려가는 용기를 낸 것도 왕비였고, 조지6세가 치료를 중단하려 할 때마다 힘을 내 남편을 온몸으로 막아준 것도 왕비 엘리자베스(왕비 엘리자베스와 큰딸 엘리자베스2세 여왕은 이름이 같았다)였다. 왕비의 사랑이 왕을 구한 것이다. 왕비는 솔직히 말한다. 당신의 청혼을 두 번이나 거절한 건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왕실의 삶, 그 속박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당신이 멋지게 말을 더듬어서 안심했는데….” 남편이 말을 더듬기 때문에 왕이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는 왕비의 솔직한 고백이 마음에 다가왔다. 남편감의 콤플렉스가 오히려 그녀를 안심시켰던 것이다.



라이오넬이 말더듬이 콤플렉스를 치유하며 결정적으로 대면한 것은 바로 ‘국왕의 부족한 자존감’이었다. 그는 왕의 옥좌에 냉큼 앉아 왕을 당황케 한다. “감히 어딜 앉아. 그, 그. 그건 에드워드 왕의 옥좌요.” 그러자 라이오넬이 묻는다. “왕 자리 싫다면서요. 그런데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할까요.” 국왕은 비로소 자신이 누군지 깨닫는다. 왕보다 더 왕 다운 자세로 앉아 있는 라이오넬을 보면서, 자신이 ‘왕다움’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아닐까. 마침내 말더듬이 증상이 많이 호전되자 라이오넬은 국왕에게 아낌 없는 응원을 보내준다. “당신은 내가 아는 가장 용감한 분이세요 분명 좋은 왕이 될 겁니다.” 그는 왕의 진정한 자존감을 되찾아 준다. 두려움을 무시하는 용기가 아니라, 두려움이 무엇인지 제대로 경험해 본 조지 6세였기에, 그는 지금도 영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국왕으로 기억되고 있다.

/여론독자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이종환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발행 ·편집인 : 이종환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