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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스타문화
'돌이 아니다'라고 외치던 돌 같은 사내

갤러리현대, 박현기 회고전 '아임낫어스톤'

돌에 자신을 투영해 문명·자연 공존 모색

갤러리현대 개인전에 선보인 박현기의 1983년 퍼포먼스 영상 '아임낫어스톤'의 한 장면. 벌거벗은 채 '나는 돌이 아니다'라는 영어 문구를 몸에 적은 인물이 작가 자신이다. /조상인기자




발소리, 문소리, 새소리, 경적소리, 바람소리…도시의 일상이 소리로 담겼다. 시간을 거슬러 1983년 겨울의 대구다. ‘한국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박현기(1942~2000)는 대구 시내에 있던 자신의 작업실에서 개인전이 열린 인근 수화랑까지 걸어가며 주변 소리를 녹음했다. 소리는 밖에서 주워온 수십 개의 돌과 함께 ‘전시’됐다. 그 한가운데 마이크를 설치했으니, 갤러리의 나무 바닥을 밟는 관람객의 발자국 소리까지 증폭돼 전시장을 채웠다.

자연과 문명의 공존을 탐색한 박현기 특유의 설치 작품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 전시장을 찾아 왔다.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회고전 때 재제작된 작품이 이번 전시 ‘아임낫어스톤(I’m Not a Stone)‘에 다시 선보였다. 38년 전의 도시 소음은 그대로이나, 관람객의 존재감은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 소리 대신 차가운 전시장을 거니는 저벅저벅 또각또각 발소리로 바뀌었다.

박현기의 설치작품 '무제'. 1983년의 작품을 재제작한 것으로 당시 녹음한 도시소음과 강에서 채집한 돌, 마이크에 포착된 관람객의 발소리 등이 작품 전체를 구성한다. /사진제공=갤러리현대


백남준(1932~2006)이 ‘미디어아트의 창시자’로 불린다면 박현기의 수식어는 ‘토종 미디어아티스트’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해방 직전 고향 대구로 돌아온 박현기는 홍익대 서양화과에 입학해 전공을 건축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1970년대 대구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통해 경제적 안정을 찾은 그는 억눌렀던 예술 활동에 대한 의지를 분출했다. 이강소·최병소 등과 함께 ‘대구현대미술제’를 창립했고 1974~79년까지 진행한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사의 흐름에서 강렬한 족적을 남겼다.

이번 회고전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작가로 재평가되는 박현기의 위상을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돌무더기와 소리, 마이크가 작품인 장면은 오늘날의 관람객에게도 ‘신선함’으로 다가오니 앞서간 천재 작가임은 분명하다. 국립현대미술관 해외 순회전으로 마련된 내년 6월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전시에도 그의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박현기의 1978년작 돌탑인 '무제' /사진제공=갤러리현대


돌무더기 옆에는 돌탑 3점이 놓였다. 꼭 옛 마을 어귀에 쌓인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처럼 보인다. 작가는 분홍과 노란 빛이 감도는 합성수지 인공 돌을 만들어 실제 돌과 번갈아 쌓아 올렸다. 돌을 “태고의 시간과 공간을 포용하는 자연”이라고 한 박현기는 한국전쟁 당시를 떠올리며 “고갯길을 메운 피난 행렬 앞쪽에서부터 돌을 주우라는 신호가 뒤로 전달됐고, 이윽고 크고 작은 돌무더기를 향해 던지며 지나고 있었다. 돌무더기는 신들의 무덤 같기도 하고, 우리의 넋이 숨어있을 듯 싶은 감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마도 어른들은 그 돌 속에 어떤 소망을 빌었던 것 같다”고 작가 노트에 저었다. 그는 1978년 서울화랑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돌탑 작품을 처음 발표한 후 평생 돌을 주재료로 활용했다. 모니터와 돌을 교차로 쌓은 ‘TV 돌탑’은 그의 대표작이다. 이번 전시에는 1988년 일본 전시 때 선보인 높이 3m 크기의 ‘TV돌탑’이 작가 사후 처음 선보였다. 진짜 돌과 영상 속 돌이 거대한 고대 돌탑 같은 형상으로 인간을 내려다 본다.

박현기의 1988년작 '무제'. 실제 돌과 돌의 형상을 보여주는 모니터로 구성된 작품이다. /사진제공=갤러리현대


전시 제목 ‘아임낫어스톤’은 1983년의 퍼포먼스 영상 작품에서 따 왔다. 당시 작가는 벌거벗은 채 가슴에 ‘아임낫어스톤’이라 적고는 전시장에 놓인 돌무더기 사이를 돌아다녔다. 돌은 아니지만 돌 같은 사내가 돌을 들었다 놨다, 사이에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자화상 같은’ 영상이다. 전시는 30일까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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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친절한 금자씨는 예쁜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대미술은 날 세운 풍자와 노골적인 패러디가 난무합니다. 위작 논란도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착한미술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으로 쏘다니며 팔자 좋은 기자. 미술, 문화재 전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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