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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청와대
[국정농담] 北에 백신 주면 김정은이 받고 대화하러 나오려나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文대통령, G7서 백신협력·대북정책 지지 호소

오스트리아에선 "北이 동의하면 백신 지원 추진"

이인영·김부겸·정세균도 일제히 北과 교류 기대

김정은 "대화·대결 모두 준비"...美에 첫 메시지

북미대화 불씨는 지폈지만...양국 간 불신은 변수

제재완화·한미훈련 중단 등 대선 정국에도 영향

17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에서 김정은이 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과 재보궐 선거 등 어지러운 국내 상황 때문에 한 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북한 백신 지원’ 이슈가 또 다시 강력한 화제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남북·북미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마지막 불씨를 살릴 모멘텀으로 코로나19 백신이 주목을 받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5월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이달 유럽 순방에서도 백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외교에 집중하면서 정부도 대북 지원 문제에 자신감을 얻은 모양새다. 김정은 역시 ‘미국과의 대화’에 여지를 남기는 메시지를 던졌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남북 간 물밑 외교 가능성을 들어 백신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쪽과 구체적인 제재 완화 논의 이전까지 백신 하나만으로 대화를 재개하긴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가 다시 북미 대화에 나올 수는 있어도 제재 완화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비핵화 조치 등에 대한 전격적 합의를 끌어내기는 만만찮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남북·북미 대화 재개 여부는 향후 대선 정국에도 주요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된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G7 정상회의 참가국 정상들dl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G7에 백신협력·대북정책 지지 호소 집중한 文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영국 콘월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의 외교적 초점은 백신 협력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지지에 집중됐다. 문 대통령은 우선 12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AZ)의 파스칼 소리오 글로벌 CEO와 만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하반기 공급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소리오 CEO는 이에 “(AZ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보다 장기간 생산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호주·독일·유럽연합(EU)·영국·프랑스 정상과도 잇따라 회담을 갖고 백신 협조와 대북 정책 지지를 빠짐없이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첫 공식 일정인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경제 협력의 지평을 저탄소 기술 등 분야까지 넓혀가기로 뜻을 모은 뒤 한반도 평화에 변함없는 지지를 요청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일관된 지지를 확인받고 백신에 대한 공평한 접근 보장, 전 세계적 백신 생산·보급 확대를 위한 협력을 모색하기로 했다. EU의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의 회담에서는 “한국은 백신 허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3일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고 백신 연구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존슨 총리와 한미정상회담에서의 성과를 공유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선언 등 기존 합의를 바탕으로 외교와 대화에 기초한 단계적인 접근을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 하고 미국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함으로써 강한 대화 의지를 발신한 만큼, 북한도 긍정적으로 호응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존슨 총리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도 약식회담을 갖고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남북·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언급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 역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재표명했다. 기대를 모았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는 짧은 인사만 나눈 채 첫 만남을 끝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 연합뉴스


“북한이 동의하면 백신 지원 적극 추진”

무엇보다 이번 유럽 순방의 가장 큰 관심은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북한 백신 지원 발언에 쏠렸다. 문 대통령은 14일 오스트리아 빈 호프부르크궁에서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 역할을 할 경우 북한도 당연히 협력 대상이 된다”며 “북한이 동의한다면 북한에 대한 백신 공급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미국도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협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며 지난해 북한에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참여를 제안한 데 이어 인도주의적 지원 가능성까지 열었다. 판데어벨렌 대통령도 “북한 측이 백신 지원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신호가 있다면 당연히 도움을 줄 것”이라며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15일독일 제약사 큐어백의 프란츠 베르너 하스 대표와 화상면담을 갖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생산 거점으로 한국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무총리실과 통일부도 15일 6·15 남북정상회담 21주년을 맞아 북한과의 교류 협력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일제히 드러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6·15 남북정상회담 21주년 기념식’에서 “우리 민족 공동체 모두의 번영을 위해서는 대화와 협력만이 유일한 길”이라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교류 협력을 시작하고 이산가족 화상 상봉과 같은 작지만 중요한 일부터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북측도 다시 대화로 나오기 꽤 괜찮은 여건이 마련됐다”며 “전 지구적 위협인 코로나19 등 보건 의료 분야에서 협력을 시작하고 식량·비료 등 민생 협력을 포함하는 포괄적 인도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통일부는 우리 정부가 북한에 직접 백신을 제공하는 방법과 코백스 같은 글로벌 백신 협력 체계에 한국이 참여해 북한에 백신을 지원하는 방법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

사실 백신 대북 지원 가능성이 거론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인영 장관은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백신이 더 많이 개발·보급된다면”이라는 전제로 북한을 향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제공 의사를 수 차례 밝혔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올 1월27일 외신기자 정책 토론에서 “물량이 남는다면 제3의 어려운 국가 혹은 북한 등에 제공할 가능성을 닫아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에는 국내 백신 접종조차 시작되지 않은 시점이기에 부정적 여론이 높아 해당 논의는 빠르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1차 접종자 수가 이제 1,400만명을 돌파하고 문 대통령까지 북한 지원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히자 관련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정 전 총리는 15일에도 페이스북에서 “북한이 원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백신을 인도주의적 차원으로 접근해 북한에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서울경제DB


美와 접촉 여지 남긴 김정은…“대화·대결 모두 준비”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은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첫 공식 대미 메시지를 내며 우리 정부의 기대감을 자극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가 6월17일에 계속됐다”며 “총비서 동지(김정은)가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의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책 방향을 상세히 분석하고 금후 대미 관계에서 견지할 적중한 전략·전술적 대응과 활동 방안을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조선(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 나가야 한다”며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능동적 역할을 더욱 높이고 유리한 외부적 환경을 주동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은 이날 미국에 대한 적대적 발언은 자제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이번 발언이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밝힌 ‘선대선, 강대강’ 입장보다 한 발 더 구체화된 구상으로 진단했다. 특히 ‘주동적’ ‘능동적 역할’ 발언은 북한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동적’의 경우 2018년 북미 접촉이 활발하던 시기에 북한이 주로 사용하던 표현이기도 하다.

미국과 국제 사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우선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9∼23일 방한해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3자 회의를 가지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의 집단 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30개국 정상들도 지난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을 내고 북한을 겨냥해 “(비핵화) 목표 달성을 향해 미국과 의미 있는 협상에 나서기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북한에 “국제적 의무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며 “핵, 화학, 생물학적 전투 능력과 탄도미사일을 제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안전조치협정(CSA)에 복귀하고 모든 관련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프란츠 베르나 하스 큐어백 최고경영자(CEO)와 화상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대화 가능성은 있지만…양국 불신이 여전히 변수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대외 메시지를 볼 때 북한이 대체로 북미대화에 다시 나올 가능성을 높게 봤다. 당장 단기간 내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이 협상 카드로 꼽힌다.

김정은의 메시지를 두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8일 “대화에 방점이 찍혔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박 수석은 “‘대결’을 넣은 것은 대화 테이블이 마련됐을 때 더 유리한 입장을 갖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고 한 것은 미국에서 발신한 좋은 메시지에 북한이 좋은 메시지로 화답하는 것 아니냐는 개인적인 의견을 갖고 있다”고 해석했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서는 “백신으로 이제 세계가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이고 대전교구장 유흥식 대주교가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돼 교황 방북 성사를 위한 최적의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결과로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교황 방북이 성숙되는 시점에 관해서는 “코로나 극복 문제가 보편화되는 올 여름쯤이면 교황 방북도 쉽게 되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

그러나 양국 간 불신이 여전히 깊기 때문에 협상 진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한국의 역할도 중요한 문제로 지목된다. 무엇보다 우리의 대북 백신 지원에 북한이 움직일 공산은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북한은 코로나19 초기인 지난해 1월부터 국경을 봉쇄한 상태다. 지금도 일본 도쿄올림픽 출전도 포기할 정도로 방역 문제를 중요시하고 있다. 북한은 올 6·15 21주년 때도 우리 정부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18일 현재 국내 백신 잔여량은 아스트라제네카 97만3,600회분, 화이자 143만2,900회분, 모더나 5만4,700회분, 얀센 5만5,600회분 등 총 251만6,800회분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5일 미국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KEI)와 코리아소사이어티가 공동 개최한 화상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과 한국 국민들이 북한을 포용하고 도와줄 준비가 됐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유엔 안보리가 제재 완화를 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일단 합의가 이뤄지면 그 합의를 계속 지켜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미국과 북한 양국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북한 측에서 그렇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모두 대화에 임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며 지난 11~13일 G7 정상들이 공동선언문을 통해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포기를 촉구한 것을 두고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최강 대국들의 집단적인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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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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