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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국제일반
[글로벌 What] 풀 돈 없고 백신 못맞고 긴축발작 공포까지···신흥국이 위험하다

■더 벌어지는 코로나發 대격차

선진국 경기부양용 돈 뿌릴때

부채 짓눌려 정책 지원 '쥐꼬리'

백신접종 지연, 경제재개 차질

美 조기긴축에 금리 인상 고려

기업 줄도산·중산층 붕괴 우려

IMF "수년간 침체 빠질 수도"

20일(현지 시간) 인도 콜카타의 한 수산 시장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있다. 코로나19로 고전 중인 인도 경제는 미국의 긴축 움직임이 본격화하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도네시아에서 10년간 여행사를 운영해온 리즈키 에카 발다노 씨는 최근 폐업했다.

지난 2019년 수입이 100만 달러에 달하고 직원도 12명이나 둘 정도로 승승장구했지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임대료 등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대출은 불가능했고, 정부 지원금은 겨우 160달러에 그쳤다.

인도네시아 정부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중소기업 98%의 매출이 감소했으며 45%가 직원을 해고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소개된 이 사례는 개발도상국, 이른바 신흥국의 열악한 경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유럽 등에 견주면 ‘코끼리 비스킷’ 같은 정책 지원과 낮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에 ‘대격차(the great divergence)’가 나타나는 판에 이제는 미국의 긴축 움직임 본격화라는 ‘혹’까지 붙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기준금리 인상을 저울질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면서 신흥국이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실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개도국 경제가 수년간 침체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선진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늘린 정부 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평균 13%에 달한 반면 개도국은 6%, 빈곤국은 2%에 그쳤다. 이 같은 지출 규모 격차는 결국 경제 회복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개도국의 대외 채무는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미 잠비아·아르헨티아·레바논 등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부채 부담으로 정부가 재정 긴축에 들어가면서 경기 회복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긴축 발작’에 대한 공포도 신흥국 경제를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 미국이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을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오는 2023년에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내년 인상을 점치는 전문가도 많다.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50만 명으로 미국 바로 다음인 브라질이 6월까지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는 긴축 발작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헝가리 역시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신흥국들은 2013년 5월 대규모 자본 이탈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부채가 많은 기업의 도산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낮은 백신 접종률도 갈길 바쁜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9일(현지 시간) 기준 전 세계 인구 중 최소 1회 백신을 접종한 이들은 21.5%로 집계됐다. 다만 백신 접종률은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캐나다와 영국은 60%대, 미국·이탈리아·독일·프랑스 등은 40~50%대인 반면 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 등의 접종률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백신 접종률 차이는 경제적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올해 7%의 경제성장이 예상되는 미국은 구인난을 겪을 정도로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영국도 봉쇄령 등 각종 제한에서 벗어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백신 접종률 10%를 겨우 넘긴 말레이시아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다시 전면 봉쇄에 들어갔다. 베트남과 태국 등도 백신 접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제 회복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UBS는 연말까지 선진국의 백신 접종률이 72%를 기록하는 데 비해 개도국은 2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은 결국 신흥국 내 기업의 줄도산과 중산층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무역개발회의의 투자연구책임자인 리처드 볼윈은 "(개발도상국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망했다"며 "이런 중소기업들이 되살아나지 않으면 개발도상국의 경제 회복은 요원해진다"고 말했다.

유엔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개도국 일자리의 70% 이상을 자영업자 및 50인 미만의 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IMF는 2022년 말까지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과 개도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보다 20%가량 줄어드는 반면 선진국은 11% 감소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 문제도 심각하다. 인도의 4월 실업률은 8%로 3월보다 1.5%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23.75%로 사상 최고였다. 구인난을 극복하기 위해 임금 인상과 사이닝보너스를 제시하는 미국과 확연히 대조되는 부분이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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