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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자동차
[두유바이크]<122>"제발 바이크의 재미를 알아줘!" 배우 김꽃비를 만나다

바이크로 달라진 삶 이야기하는 '아무튼, 바이크' 출간

허름한 것·비주류에 애정…"다양한 가능성 생각하시길"

문래동에서 울프125와 선 배우 김꽃비.




배우 김꽃비(사진)님이 바이크 책을 냈습니다. 최근 몇 년째 국내 도서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무튼' 시리즈로요. 제목은 당연히 '아무튼, 바이크'.

트위터 친구로, 바이크 동지로 수 년간 알아왔지만 책으로 그의 이야기를 듣는 건 또 새롭더군요. 그동안 많은 라이더의 이야기를 들어왔고, 두유바이크로 종종 라이더 인터뷰를 해 온 탓에 혹시나 읽으면서 식상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도 했지만 엄.청.난. 오산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나온 바이크 책과는 완전히 다른 시각과 내용을 담고 있었으니까요. 꽃비님의 선량한 마음, 반짝이는 호기심, 무한 에너지(...)가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아래 대목은 정말 보물 같았습니다.

"나는 항상 생각해왔다. 작은 것, 허름하고 저렴해서 무시당하는 것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싶다고. 작아도, 싸고 허름해도, 편견 없이 그 나름의 가치와 장점을 알아보는 사람이고 싶다고."


'싸고 허름해 보이는 바이크'를 낮잡아보는 시각을 지적한 국내 최초의 바이크 책 아닐까요. 덕분에 저도 거듭 반성을 했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최대한 많은 대화를 실어보려고 Q&A로 인터뷰를 정리했습니다. 많은 라이더들이 꼭 이 책을 읽으시길, 강력 추천드립니다.

유주희 : 어떻게 책을 쓰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김꽃비 :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그 전부터도 ‘바이크 전도사’로 알려져 있었으니까요. 출판사 대표님이 페이스북에 이런 글도 쓰셨더라구요. “아무튼, 바이크야말로 아무튼 시리즈의 롤모델 같다. 진심으로 덕질하는 사람, 열과 성을 다해서 진심인 사람이니까. 본업이 뭔지 모를 정도로.”

처음에는 고민도 했죠. 글쓰기가 업인 사람이 아니니까. 그래도 원래 도전을 잘 하는 성격이라 열심히 하면 되지, 하고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여성 라이더들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한다는 생각도 했고, 자연스럽게 책에도 녹아들어갔구요.

한 사람은 하나의 우주


: 독자들이 어떻게 읽어줬으면 싶은가요? (TMI를 덧붙이자면 저는 바이크로 자신을 발견하고, 여러 의미로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담으로 읽었습니다.)

: 내가 어떻게 바이크를 타고 좋아하게 됐는지 이야기를 해서, 독자들도 바이크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컸죠. 물론 수도 없이 트위터에서 많이 이야기하긴 했지만 흩날리듯 짧게 짧게 쓰는 것과 책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건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인터넷에 다른 라이더들의 이야기도 많지만 각자 생각하는 포인트가 조금씩 다르니까요. 실제로도 결과물은 다르게 나왔고. 기본적으로 ‘한 사람마다 하나의 우주’? 이렇게까지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각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표정이 풍부한 꽃비님. 특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그의 표정을 떠올릴 때면 정말로 세상 어리둥절한 기분이 듭니다.


: ‘올드 바이크(올바)’로 입문하셨는데요. 책에는 “올바 말고 신차 사시라”고 적었지만, 어쩔 수 없는 애정이 넘쳐나는 것 같아요.

: (괴로운 표정)올바를 좋아하는 이유는 요즘 모델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예요. 많은 올바러(=올바를 타는 사람)들이 그럴 걸요. 어쩔 수 없어서. 우리 취향에 맞는 바이크가 안 나오니까요. 클래식 장르 바이크도 요즘엔 별로 없고요.

일부러 올바를 고르는 게 아니라, 선택지가 없어서 그런 거예요. 제발 만들어주세요, 혼다(?!!)

싸고 허름한 바이크, 그게 뭐?


▶유 : ‘싸고 허름해 보이는 바이크’에 대한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경향을 지적한 국내 최초의 바이크 서적이 아닐까 싶어요.

: 원래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공감을 좀 많이 하는 편이에요. 동등한 인간끼리 자꾸 급을 나누고 무시하고, 그런 것들이 너무 싫더라구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초등학교 때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나는 안방에 있었고, 아빠는 냉장고와 가까운 거실에 있었는데 아빠가 나한테 ‘물을 가져오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이해가 안 가서 “아빠가 더 가까운데 왜 나를 시키느냐”고 물었어요. 되게 불합리하잖아요. 아빠도 별 말 안하고 혼내지도 않더라구요. 맞는 말이니까.

▶유 : 닉네임이 바이크 전도사, 실제로도 높은 전도 성공률(...)을 기록하고 계신데 바이크 전도의 리스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다칠 수도 있고, 만일 다친다면 그 결과가 심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도 아버지가 2종소형 면허를 작년에 따셨지만 선뜻 바이크를 타시라고 권하기 어렵더라구요.

: 남동생에게 먼저 영업했어요. 처음에 너무 당연하게 영업했는데, 막상 동생이 타기 시작하니까 덜컥 겁이 나긴 하더라구요. 만약 사고가 나서,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사고라면 가족들에게 면목이 없는 걸 떠나서 나 스스로 그걸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동생이랑 워낙 사이 좋고 친하니까요. 누구보다 사랑하는 동생이니까 너무 괴로울 것 같아서 덜컥 겁이 났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반대로 나에 대해서 누군가(영업한 이)가 그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상상해보니까 웃기는 거예요. 어차피 선택을 한 건 난데, 물론 당신이 이 세계의 문을 열어줬을지는 모르지만 내가 선택해서 운전하다 다친 건데 왜 책임감을 느껴야 되겠어요. 그렇게 반대로 생각을 하다 보니 동생에 대해서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게 되더라구요.

여성 라이더 증가에 혁혁한 공


▶유 : 최근 몇년 새 도로에 여성 라이더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그 붐을 일으키는 데 지대한 기여를 하신 듯해요.

:트위터에서는 확실히 그랬다고 생각해요. 내가 바이크를 입문한 게 2013년이고, 2014년에는 바이크 전도사로 닉네임을 바꿨거든요.

사실 그 전에는 ‘블랙베리 전도사’였어요. 원래 뼛속까지 영업정신이 있어요. 책에도 “뭐든지 과도하게 감탄하는 경향이 있다”고 썼는데, 뭐 하나가 좋으면 장점만 수도 없이 보이면서 그걸 사람들에게 너무 알리고 싶어져요. “이걸 제발 알아줘”란 느낌.

▶유 : 꽃비님과 페미니즘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페미니즘 이상한 거 아냐?’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데...그걸 어떻게 더 설명을 해야될지 모르겠어요. 너무 분명한 명제라. 모든 인간에게는 천부적인 인권이 있다,는 급으로 당연한 건데 뭐라고 말해야될지 모르겠어요(세상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왜 그걸 설명해야되는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바이크' 표지. /코난북스


▶유 : 3년 전에 제주도로 이주하셨잖아요. ‘아무튼, 바이크’에는 제주도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는데, ‘대안적인 삶’이라는 측면에서도 인상적이었어요. 돈, 서울 중심주의, 남들의 시선 같은 것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즐거움과 발전을 추구하는.

: 어느 정도는 그런 면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어요. 항상 비주류의 삶, 비주류의 어떤 것들을 좋아했거든요. 많은 분들이 다양한 가능성, 옵션을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많이 변하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삶의 단계처럼 해야 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결혼이라든가.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억지로 해야 되는 게 싫은 거죠.

배우로서도 그런 것들이 있었어요. 배우는 이래야된다, 배우는 바이크를 타면 안 된다, 피어싱 하면 안 된다 등등.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생각해 보면 서양 배우들은 타투든 피어싱이든 하잖아요. 극중에 출연하는 캐릭터들도 되게 다양한 모습이고요. 그런 다양한 캐릭터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고, 그럴 통해서 사회에 변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사람들이 좀더 자유롭게, 원하는 걸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무튼, 바이크’는 다시금 바이크에 대한 애정을 다지게 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또 눈물 흘리면서 읽은 감동적인 구절을 하나 더 인용하며 인터뷰를 마쳐봅니다.

◆"바이크 여행은 내가 그 풍경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매력이 있다는 말. 또 누군가는 바이크 여행은 점에서 점이 아니라 선으로 이어지는 여행이라고 했다.(중략)바이크 여행은 달리는 시간이 내내 여행의 과정이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열 시간을 견디는 것이 아니다. 열 시간 동안 여행을 즐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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