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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로터리] 돈 빌리는 데 이자도 받는다?

◆김형중 고려대 특임교수





지난 2020년은 금융의 역사에 기록될 획기적 사건이 발생한 해다. 바로 돈을 빌리고 이자까지도 받는 상품이 나온 것이다. 여윳돈이 있는 고객이 은행에 예금을 하면 그 돈은 대출에 쓰인다. 돈을 빌린 차입자는 약정한 이자를 낸다. 은행은 예금자와 차입자 사이에서 중개 기관 역할을 한다. 차입자가 낸 이자에서 수수료를 챙기고 나머지를 예금자에게 돌려준다. 한데 이 같은 상식을 깬 금융 상품이 나왔다.

‘컴파운드(Compound)’라는 분산자율조직(DAO)이 내놓은 대출 상품이 주인공이다. 컴파운드는 이더리움 기반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이다. 우선 컴파운드는 예금자에게 약정 이자 외에 보상 이자까지 얹어줬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듯 찍어낸 토큰 COMP로 보상 이자를 지급했다. COMP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자 너도나도 컴파운드에 몰려가 코인을 맡기기 시작했고 보상 이자로 받은 토큰 가격이 뛰자 코인은 더 몰려들었다. 이 보상 이자를 노린 코인 예치 현상을 사람들은 ‘이자 농사’라고 불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현상을 보상 이자로 은행에서 튤립을 준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튤립버블’을 연상하면 된다. 어차피 예금자는 약정 이자를 받으니 튤립 가격이 폭락한다고 해서 손해 볼 일은 없다. 튤립 거품은 꺼졌지만 COMP 가격은 24일 현재 412달러로 고공 행진 중이다. 이 토큰을 만드는 데 물 한 방울 쓰지 않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컴파운드는 사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예금자뿐 아니라 차입자에게도 보상 이자를 줬다. 돈을 빌리고 보너스로 COMP 토큰까지 받았는데 그 토큰 가격이 크게 올라 차입자가 내야 할 약정 이자보다 더 많아지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자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다. 코인을 담보로 맡기고 코인을 빌린다. 물론 담보 가치의 50% 정도만 빌릴 수 있다. 이때 빌린 코인에 대한 보상 이자가 나온다. 이번에는 빌린 코인을 담보로 또 코인을 빌린다. 또 보상 이자가 나온다. 이렇게 빌리기를 반복할 수 있다.

물론 아무리 토큰을 뚝딱 찍어내는 세상이라고 해도 보상 이자를 영원히 줄 수 없다. 컴파운드는 4년 한시적으로 보상 이자를 제공한다. 이미 보상 이자를 다 준 DAO도 있다. 당연히 보상 이자 지급이 중단되면서 사라진 DAO도 있다. 하지만 굳건하게 살아 있는 DAO도 많다는 데 주목하자.

컴파운드의 성공은 이자 농사 열풍을 몰고 왔다. 지금처럼 초저금리 시대에 은행 이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데도 새로운 제도에 대한 두려움 또는 정보 부족으로 인해 이용자가 매우 적다는 게 안타깝다. 이더리움 가격이 오르내릴 때마다 일희일비할 게 아니다. 투자자들이 이자 농사로 실질적 이익과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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