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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정책
고친다던 비과세·감면 6조 연장···다음 정부에 '稅 가뭄' 떠넘겨[2021 세법개정안]

■재정절벽 현실화되나

조세지출 올 57조, 매년 사상 최대

세법개정땐 신규 세수감소 1.5조

논란 많은 상속세·종부세 손 안대

내년 '600조 예산 시대' 열리는데

또 '빚' 내서 재원 마련해야 할 판

홍남기(왼쪽)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4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참석하며 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오승현 기자




정부가 매년 불요불급한 비과세 감면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선언해왔으나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는 일몰 예정이었던 86개 항목 중 단 9개만 종료했다. 일몰 연장에 따른 조세 지출 규모는 총 6조 원에 달한다. 오히려 일하는 저소득층을 지원한다는 목적의 근로장려금(EITC)은 문재인 정부 들어 크게 늘려왔음에도 또다시 소득 상한 금액을 인상해 대상자를 30만 가구 확대했다. 지난 2019년부터 지급 대상과 최대 지급액을 크게 확대하면서 지급액은 2018년(2017년 귀속분) 1조 3,381억 원에서 2020년(2019년 귀속분) 4조 4,683억 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상자도 179만 가구에서 432만 가구로 껑충 뛰었다. 2020년부터는 최소 지급액도 3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높였다. EITC는 정부의 조세 지출 항목 중 압도적으로 1위다.

정부가 지난해 4차례, 올해 2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브레이크 없는 확장 재정을 이어가면서 국가 채무는 내년에 1,000조 원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재정지출은 계속 증가하는데 세입은 쪼그라들어 ‘악어 입’ 재정 구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정작 상속세나 종합부동산세 같이 논란이 큰 세제 개편은 외면해 다음 정부로 넘겨버렸다. 증세 공론화조차 시도하지 않으면서 차기 정부가 세수 가뭄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EITC 확대로 연간 2,600억 원의 세수가 감소하고 3대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로 1조 1,600억 원이 줄어드는 등 이번 세법 개정으로 총 1조 5,050억 원의 세수 감소 효과가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세수 차이를 보여주는 순액법 기준이다. 올해를 기준으로 세수 증감을 계산한 누적법 기준으로는 5년간 7조 1,662억 원의 세수 감소가 전망된다.





문제는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 지원을 이유로 대대적으로 조세 지출을 연장한 대목이다. 정권 말 다음 정부를 위해 어느 정도 정비를 해줘야 하는데 어려운 정책은 모두 차기로 떠넘긴 셈이다. 대표적으로 기업이 청년 고용을 늘릴 경우 1인당 최대 1,3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고용증대 세액공제 적용기한은 오는 2024년 말까지 3년 더 연장한다. 고용증대 세액공제는 직전 과세 연도 대비 상시 근로자 수가 증가한 기업에 대해 고용 증가분 1인당 일정 금액의 세금을 3년간(대기업은 2년간) 깎아주는 제도다. 연간 1조 2,800억 원이 지원된다. 또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 혜택도 2년 연장하기로 했다. 청년·노인·장애인·경력단절여성의 최초 취업 이후 3년간(청년은 5년간) 근로소득세의 70%(청년은 90%)를 감면해주는 제도로 연간 지원 규모는 7,800억 원이다. 이 외에도 창업 중소기업 세액 감면 대상을 연 4,800만 원 이하에서 8,000만 원으로 확대하고 적용 기한도 3년 연장했다. 연 3,700억 원을 지원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는 “이해관계자가 많으니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비과세 감면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며 “재정 수요를 충당하기는 앞으로도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세지출 기본계획을 보면 국세 감면액은 2019년 49조 6,000억 원에서 2020년 53조 9,000억 원, 올해 56조 8,000억 원으로 급상승하고 있다. 한 번 제도를 신설하면 없애지 못하니 국세 감면 한도도 번번이 지키지 못한다. 올 상반기까지는 자산 시장 호황으로 일시적인 세수 풍년이 있었다고 하나 올해 코로나19로 추경을 포함한 정부 지출이 604조 9,000억 원으로 600조 원을 넘긴 상황에서 세수까지 줄어들면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다. 내년 본 예산 규모도 6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결국 빚을 내 재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 정부의 마지막 세법 개정임을 감안하더라도 문제가 큰 주요 세제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 앞장서서 최고세율을 6%로 높인 것과 달리 올해는 상위 2%와 사사오입 논란이 큰 종부세 개편을 사실상 국회에 넘겨버렸다.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 20%와 20년이 넘도록 유지된 최고세율 50%는 번번이 문제가 크다는 지적에 따라 기재부는 연구 용역까지 진행했는데도 ‘부자 감세’ 논란을 의식해 덮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민생 지원이라고 해도 숫자만 많고 실효성은 적다”며 “결국 감면 정비는 손도 못 댔고 중요한 과제는 고스란히 다음 정부로 넘긴 시원찮은 마무리”라고 평가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증세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증세는 목적, 규모, 대상, 방식, 필요성 유무까지 포함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며“일차적으로 탈루 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와 불요불급한 비과세 감면 제도에 대한 정비 노력을 통해 탄탄하게 세입 기반을 확충해 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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