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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시론] 통신선 복원만이 능사 아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北, 일방적 소통단절·국민 사살 등

사과없는 복원 조치 만족할 일 아냐

대화 복귀 전에 보상 논의해선 안돼

지속가능한 평화 위해 냉철한 접근을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끊어졌던 남북 간 통신선이 복원됐다. 지난 4월 이래 여러 차례에 거친 정상 간 친서 교환의 결과라고 한다. 중요한 신뢰 구축 조치가 복원된 것이기에 환영한다. 하지만 통신선 복원이 곧 남북 관계의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를 유도하며 지속 가능한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더욱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다.

통신선 복원이라는 소식에 많은 국민이 기뻐하는 것은 그만큼 평화에 목 말라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를 돌아보면 지난해 6월 북한은 민간단체가 보낸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통신선을 차단해버렸다. 남북 간 합의를 제멋대로 위반한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이 지속되는 한 복원된 통신선은 언제든지 다시 끊어질 수 있다. 북한의 행동에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냉철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신선 복원과 관련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북한은 통신선 차단 직후 개성공단에 소재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일방적으로 대한민국의 자산을 침해한 것이다. 국제법상으로도 불법이고 남북 관계에 있어서도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서해 북측 수역으로 떠내려간 우리 국민을 일방적으로 사살하고 그 시신마저 훼손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정부는 북한의 잘못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정부가 북측의 사과 없이 통신선 복원에 만족한다면 북한은 잘못된 관행을 당연한 권리로 여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남북 합의를 멋대로 위반하고 이에 대해 책임지는 행보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앞으로 북한을 어떻게 대화의 길로 이끌 수 있는가에 있다. 아직도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대북 제재 완화나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같은 선결 조건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조건 없는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재 완화나 군사훈련 문제는 북한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보상이어야 한다. 대화에 복귀하기도 전에 보상을 시작한다면 협상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북한에 남겨놓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물론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유인책도 준비해야 한다. 북한의 행위가 정당해서가 아니라 가능하면 협상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고 비핵화의 기회를 모색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 인도적 지원은 어려운 북한 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면서도 대북 제재 완화와 같이 비핵화 협상에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하지 않는다. 따라서 북한이 당장 필요로 하는 식량 지원이나 백신 협력을 선제적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

유의해야 할 점은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대외 홍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력갱생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주민과 간부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렇기에 외부의 지원을 공개적으로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남북 관계 개선의 동력을 살리기 위한 인도적 지원이 ‘조용한 지원’이 돼야 하는 이유다.

북한의 대남 협상 전술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북한의 궁극적 협상 대상은 한국이 아니라 태평양 건너 미국이다. 아마도 북한은 우리 정부에 미국의 입장 변화를 유도해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제재 완화는 우리 국익에 반한다. 정부가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북한의 목소리를 미국에 전하고 설득하려 한다면 이는 국익에 반하는 일임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남북 관계를 왜곡시키는 일이다. 정부의 전략적이고 신중한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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