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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공감]나를 험담하는 적대자 대처법
/사진=이미지투데이




당신의 적대자들을 건드리지 말라. 그들을 적수로, 다시 말해 대등한 존재로 만들지 말라!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늘어놓는 험담은 병 속에 담겨 있을 때보다 퍼질 때 덜 해롭다. 우리를 미워하게 하는 건 우리의 덕성과 장점이다. 그것들이 우리의 악덕을 찾게 만든다. 적의 큰 승리는 당신에 대해 그가 하는 말을 당신이 믿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적의 수는 우리의 중요도가 커지는 데 비례해서 늘어난다. 친구의 수도 마찬가지다. (폴 발레리 지음, 백선희 엮고 옮김, ‘폴 발레리의 문장들’, 2021년 마음산책 펴냄)

“바람이 분다. …… 살아야겠다!”는 시구로 유명한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는 51년 동안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머릿속에 흘러가는 생각들을 기록했다. 그 스스로 ‘아침 정신운동’이자 ‘항해일지’라 부른 이 작가노트는 무려 251권이나 되었다. 몽롱한 정신을 흔들어 깨우는 발레리의 ‘아침 정신운동’ 가운데서 현대인들에게 가장 밀접하고 생생한 문장들을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발레리의 ‘아침 정신운동’은 가차없고 팽팽하다. 나에 대한 험담을 퍼뜨리는 하찮은 적대자들을 굳이 나의 적수이자 맞수로까지 올려주지 말라는 것은 얼마나 결연한 말인가. 우리는 나에 대한 잘못된 소문이 퍼지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발레리는 오히려 험담은 퍼져나갈수록 좋다고 한다. 병 속(적대자의 편협한 마음속)에서 분노와 미움이 곪고 썩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일으키는 것보다, 그가 허튼 말을 자꾸 퍼뜨리며 자신의 하찮음과 오류를 세상에 내보이는 편이, 나에게도 그에게도 차라리 유용하다는 것이다. 적대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험담을 늘어놓음으로써 그 험담을 진실로 변모시키고 싶어한다. 그리고 종국에는 험담의 대상이 그 험담 속에 파묻혀 자멸하길 바란다. 하지만 험담으로 무너뜨릴 수 없는 존재가 있다. 때로 나에 대한 질 낮은 험담을 가장 가볍게 흘려넘겨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인지도 모른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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